봄이 온 지는 일주일도 더 됐는데 여긴 아직 많이 춥다.
주머니에서 손을 빼기도 싫게 만드는 칼바람이 여전해.
너랑 사귈 때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더 추운 겨울인데도
손에서 폰을 놓지 않고 걸으며 너랑 연락했던 기억이 나.
빨갛게 얼어붙은 손으로 액정에 떨어진 차가운 눈송이들을
연신 닦아내면서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하얀 입김을 뿜으며 막 웃었어.
그 안에 담긴 너의 메시지가 별 게 아니었어도 그때만큼은 그랬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함박눈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너의 모든 말들이 훨씬 예뻤으니까.
시간이 지나 후회하게 된다면 말이야.
그러니까 가장 예쁘고 빛나는 순간을 나와 함께 보낸 게
너무 억울하고 화도 나고 속상해서 후회하게 되더라도 말이야.
이거 하나만 기억해줘.
너는 늘 나날이 예쁘고 빛나. 그 시절만 예뻤던 게 아니야.
너와는 너무 멀리 있어서 보이지도 않는 곳인데 내가 어떻게 알까 싶지?
그러게. 너무 멀어서 안 보여야 맞는 건데도 다 보일 정도로
그렇게 너는 여전히 반짝반짝해. 고맙게도.
빛나는 시절을 나와 보내버려서 너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아주 먼 훗날에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에요.
하루도 빠짐없이 예쁜 꿈만 꾸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