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전제조건부터. 여기는 여고고, 난 지금 고1이고, 남친도 있었어. 시기가 시기다 보니까 만난지도 얼마 안 됐고.
우리 학교 동아리가 좀 활발한 편이라 입학식 다음날? 에 선배들 동아리 별로 와서 동아리 홍보하고 갔었단 말이야? 근데 그때, 내가 160 될락 말락하는데 나보다 한 5센티쯤 더 작으신 선배가 들어오는 거야.
생긴 거 먼저 설명하자면 쌍커풀은 없고 피부는 되게 깨끗해. 약간 까만편인데 부드러운 느낌이고 웃을 때 입꼬리가 막 되게 v자로 쭉 올라가는 게 너무 귀여워ㅠㅠ 쥐상? 여우상? 눈이 진짜 보면 볼수록 매력있는데 귀엽기도 너무 귀엽게 생기셔서ㅠㅠ
맨날 오버사이즈 후드티입고 댕기시는데 덕통사ㅠㅠㅠ 파스텔톤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
아 쨌든 그 때 처음 봤는데, 생긴 거 처음 봤을 때도 솔직히 그냥 '와 귀엽게 생기셨네' 하는 게 다였는데 동아리 홍보하면서 말씀하시는 게ㅠㅠㅠㅠ 되게 조곤조곤 말하시는 데 말 끝 발음이 미치겠는 거야ㅠㅠㅠ '~해서' 발음을 약간 '~해소'라고 해야 되나? 쨌든 그런 느낌인데 진짜 들으면 들을수록 너무 간질간질하고ㅠㅠ 미치겠고ㅠㅠㅠ
그때 처음 반해서 주변 애들한테 그 선배 얘기 하고 댕기니까 애들이 가끔 그 선배 볼 때마다 나한테 알려주거든? 그 다다다음날인가 친구가 1학년 교무실에 그 선배 있다고ㅠㅠ 그래서 막 뛰어가니까 수학쌤이랑 얘기하고 있는겨ㅠㅠㅠㅠㅠ
수학쌤이랑 할 말 있는 척 하고 그 뒤에 서서 학생증 흘낏흘낏보면서 이름봤는데ㅠㅠㅠ 이름도 이뻐ㅠㅠㅠㅠㅠㅠ
진짜 막 가까이만 가도 너무 부끄러워서 3월 14일 날. 긍까 화이트데이 날에, 선배 드리려고 그동안 사놓고 못 줬던 초콜렛같은 거 다 모아서 드릴라고ㅠㅠ 진짜 작정하고 급식실 앞에서 엄청 기다렸거든? 선배 친구 물 뜨러 갔을 때 노려서 진짜 완전 미저리같이 가서 드렸는데 진짜ㅠㅠㅠㅠ 나? 하고 놀라서 물어보시는 것도 너무 귀엽고ㅠㅠㅠㅠㅠㅠ
아, 이거 물어보고 싶은데, 모르는 후배가 갑자기 화이트 데이날 초콜릿 주고 가면 레즈같니..? 심지어 그러고 아무말도 못하고 미친듯이 뛰어왔는뎈ㅋㅋㅋㅋㅋ
쨌든 그러고 또 일주일 동안 선배가 나 기억할까봐 멀리 머리카락만 보여도 피하고ㅋㅋㅋ 그러면서 다녔는데 22일날 뭔 용기가 났는지 허쉬 초콜릿 큰 걸 들고 가서 드린겨ㅋㅋㅋㅋ 그날따라 진짜 상태 괜찮았거든. 완전 한듯 안 한듯 얼굴도 나이스였고ㅋㅋㅋㅋㅋ
물론 드리기 전에 다가가질 못해서 한 20분쯤 얼쩡대긴 했지만ㅋㅋㅋㅋ 가서 '이거..' 하고 드렸는데 또 흠칫! 놀라시는 거 너무 귀여웠어ㅋㅋㅋ 또 막 뛰어가려는데 갑자기 물어보시는 거야 왜 주는 거냐고. 아예 질문을 안 받으면 몰라 질문 받고 씹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 막 '귀여우셔서..'하려는데 후배한테 귀엽다는 말 들으면 기분 나쁠까봐, 키에 콤플렉스 있으실 수도 있고. 그래서 '이쁘셔서..'로 바꿨는데 말하고 보니까 선배 얼굴이 너무 할 말이 많은 표정이라 또 그냥 뛰어옴..ㅋㅋㅋㅋㅋㅋ
솔직히 당시엔 진짜 막 심장 쿵쿵거리는 소리밖에 안 들려서 뭐라 말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아.. 선배 말도 안 들리고 내 말도 안 들리고 그냥 귓구멍에 꿍꿍꿍꿍 하는 소리밖에 안 들렸음ㅠㅠㅠㅠ
쨋든 그러고 또 엊그제, 친구들이 전에도 초콜릿같은 거 주면서 번호 따오라 했는데 못 따왔었단 말이야. 근데 어제 밥먹고 막 나가려는데 선배가 딱 있어서ㅠㅠㅠ 친구가 막 등 밀면서 전번 물어보라고, 니 지금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거라고 막 그래서 반쯤 넋나간 상태로 가서 번호를 물어봄ㅋㅋㅋㅋ 근데 마침 종이가 없어섴ㅋㅋㅋㅋㅋ 그 때 종이 들고 갔었으면 선배가 적은 종이 코팅해서 보관했을 텐데ㅠㅠㅠㅠㅠ
급한대로 내가 거따대고 오른 손 내밀면서 써달라 그랬단 말이야? 아니 근데ㅠㅠㅠㅠㅠ '몸에 안 좋지 않아?' 물어보시고ㅠㅠㅠㅠㅠㅠㅠ 내 오른손 잡고 가서 써주싯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그러고ㅠㅠㅠㅠㅠㅠ 잠깐만, 하시더니 주머니에서 초코 츄파츕스 꺼내 주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직도 그쪽 손 못 닦고 있다.. 손에 땀나서 좀 지워진 게 아쉬움ㅠㅠㅠㅠㅠㅜ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 그 츄파츕스는ㅠㅠㅠㅠㅠ 박스에 넣어서 보관중인데 썩을 때까지 못 버릴듯ㅋㅋㅋㅋㅋ
생각할 때마다 막 입꼬리 실실 올라가ㅠㅠㅠㅠ
아 나 지금 내가 뭐라 썼는지도 모르겠다ㅋㅋ 어쨌든 그렇게 번호 받아와서 그날 야자 시간이랑 어제랑 내내 카톡창 켜놓고 뭐라 보낼지 고민했는데ㅋㅋㅋㅋㅋ
너무 예의차려 보내자니 꺼림칙할 것 같고 편하게 보내자니 예의없어 보일 것 같고 뭐 무난하게 안녕하세요 보내면 서로 할 말 없어서 어색할 것 같고 만났던 후밴데요 그러는 건 뭔가 좀 아니고ㅠㅠㅠ 애초에 용건도 없어서 뭐라 보내야 될지도 모르겠는 거야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카톡방 키고 한참을 있다가 어제 야자 끝나고
안녕하세요!
저 그
급식실에서 봤던
후밴데요..
라고 보냈는뎈ㅋㅋㅋㅋㅋㅋ 보내다 급 자신감 떨어져서 쭈글쭈글해지고 보내고 나서 선배 카톡 바로 못 보면 자살할 것같아서 지금 이 시간까지 한 순간도 저 화면 안 끄고 제대로 씻지도 못함..
근데 답이 안 와
...하
결론은 이건데 말이 너무 길지?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아무 말이나 좋으니까 댓글로 뭐라고 말 좀 해줘.. 그냥 너무 불안하고 미치겠고 선배 보고싶어서 어쩔 줄 모르겠다ㅠㅠ
너무 횡설수설이라..ㅋㅋㅋ 이런 고민하는 거 자체가 너무 낯선데 또 기분은 너무 좋아서 써봤어. 나도 이제 양성애자인거야?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