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다소 길고 격앙된 감정이 보여도 이해 부탁할게. 나는 올해 고3이 되는 익인이야. 우리 아빠는 아주 작은 여행사를 운영하고 계시고, 우리 엄마는 오전에는 아빠 회사에서 오후에는 학원에서 데스크 업무를 보셔. 그리고 나는 엄마가 그 학원에 취직하고 나서부터 (그때가 아마 나 중2 였던 거 같아.) 쭉 그 학원에서 수학과 영어를 다니고 있어. (원래는 학원을 다니다가 중1되면서 다 끊고 혼자 하고 있었어.) 원래 그 학원은 수학 전문 학원인데, 어쩌다가 지금 내 영어선생님이 계시던 학원이 쌤께 사기를 쳐서 갈 곳 잃은 쌤을 그 학원 원장쌤이 받아주셨고, 오랫동안 다니던 영어학원을 끊고 독학한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나는 또 반 강제적으로 새로운 영어 선생님를 또 뵙게 되었어. 왜 내가 반강제적으로 자꾸만 엄마가 직원으로 있는 학원에 다니냐면, 우선 직원 할인 뭐 그런거로 해서 내가 학원비를 할인받을 수 있어. 그리고 나는 혼자 하겠다고 해도 엄마가 날 못믿으셔서 자꾸만 학원을 다니라고 하시는 거고. 그렇게 새로 바뀐 영어선생님과 거의 과외처럼 수업했어. 나랑 내 친구 2명으로 새로 반을 꾸렸거든. 쌤은 20대셨고, 또 인생을 굉장히 스펙타클하게 (이를테면 양아치 자퇴생에서 인서울 대학갔다가 더 높은 대학으로 편입하시고 현재 분당에 학원을 하나 차리셨다던가,,) 살아오셔서 그런지 현실적인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고 수업도 괜찮았어. 그러던 중 방학을 했고, 편의상 남자애들 반과 우리 반을 합쳐서 수업하시게 되었어. 스케줄을 맞추던 중 오전 9~12가 되었는데, 나는 11시부터 같은 학원 다른 교실에서 수학 수업이 있었어. 그런데 어차피 11시부터 1시간 동안은 단어시험 보고 채점하고 피드백하는 시간이었어서 (즉 진도 나가는 수업이 아니었어) 나는 11시에 가되, 단어테스트를 보고 사진으로 인증하라고 하셨어. (단어나 숙제 한번도 안빠지고 해가서 날 믿고 그렇게 하라고 하신 것 같아) 그렇게 지금까지 반년 조금 넘게 수업해오고 있었어. 그러던 중 쌤의 가까운 지인이 돌아가셔서 지방에서 급히 장례를 하는데 쌤이 자리를 지키셔야해서 내일(일) 오전 9시까지 서울로 올라오기는 힘든 상황이라 수업 시간을 하루만 조정하자고 하셨어. 다른 애들은 다 저녁시간대가 됐는데 나는 6시부터 9시반까지 수학이었어서 나만 못맞추는 상황이었어. 그러자 쌤이 나한테 선택지를 주셨어. 나만 9시반에 끝나고 11시나 11시반까지 그 날 진도 1:1로 봐주는 거랑, 나 포함 다른 애들 모두 평일 오전에 보충을 하는 것이었어. 쌤은 내가 잘 하니까 2시간정도면 다 끝낼 수 있다고 하셨고. 나는 나 때문에 여러명의 아이들이 귀찮아지는 게 싫어서 밤에 1:1 보충을 하겠다고 했고, 쌤도 알았다 하셨어. 문제는 여기부터였어. 나는 11시 반까지 독서실에 있다가 12시 조금 전에 집에 와서 엄마한테 쌤 사정을 말씀드리고 여차저차해서 9시반에 끝나고 2시간정도 보충받기로 했다고 말했어. 그랬더니 엄마는 가만히 들으시다가 "계속 맘에 안드네.." 라고 하셨어. 왜냐고 여쭈니까 계속 나만 1시간 수업 빠지는 것부터 다 별로라고 하셨어. 나는 어차피 빠지는 1시간은 수업이 아니라 단어 외우고 시험보는 거라고, 나는 집에서 봐간다고했어. 그러다 엄마가 선생들 다 시간제로 돈 받는데 그 선생은 너 한두시간 수업 덜해주고 돈 받는거 아니냐고 아니꼽다는 말투로 말했어. 나는 또 다시 수업이 아니라고 했고. 그러니까 갑자기 엄마가 너는 왜 그 선생편을 드냐고 소리를 질렀어. 그러면서 계속 돈. 돈. 시간당 학원비가 얼만지 아느냐, 그 선생이 지금 너 수업 덜해주고 학원비는 받아먹는거다, 니가 그 선생한테 배우고 성적이 오르긴 했냐, 떨어지지 않았냐. 하시는거야 듣고만 있다가 성적 떨어진 건 팩트가 아니라 "성적 안떨어졌어." 라고 했더니 엄마가 1학년때 1등급 2학년때 2등급 지금은 3등급이 뭐가 안떨어진거냬. 도대체 기억이 어떻게 왜곡되면 그렇게 기억되는 지 모르겠지만, 난 1학년 내신 4등급이었고 2학년돼서 3으로 오른거고, 단 한번도 모의고사는 1등급이 아닌 적 없어. 나는 이 팩트를 말했지. 그러니까 엄마가 잠깐 주춤하더니 "잘나셨어요~~ 니 잘났다" 이러시는거야. 내신3이 잘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모의고사는 전교등수 한자리수인데 조금 자존심도 상했어. 나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는데, 엄마는 계속 혼자 화내시는거야. 내가 그 상황에서 어떻게 기분이 좋을 수가 있겠어. 그런 날 보고 엄마는 나한테 니가 왜 기분나빠하냐고 몰아붙이시는거야. 그래서 난 나도모르게 "엄마가 계속 돈 돈 하니까 그렇지." 라고 했어. 물론 이 말이 밤낮없이 투잡뛰어가며 돈 벌고, 빚만 몇억인 우리집 집안에 나 용돈 꼬박꼬박 주고 학원비 문제집비 인강비 대주는 엄마한테 할 말이 아니라는 건 알아. 한번도 엄마한테 저렇게 말 한적도 없었고. 근데 그땐 뭔가 나도 욱했던 거 같아. 어렸을때부터 뭐만하면 돈. 뭐든지 돈을 최우선으로 생각했고, 설날 추석연휴 이런 때에 다른 친구들도 다 가족끼리 1박2일이라도 놀러가거나 그런데 나는 학원 빠지면 학원비 아깝다고 학원도 평생 못빠져보고 연휴던 뭐던 늘 가야했어. 우리 가족끼리 여행? 초등학교 이후로 가본 적이 없어. 그렇게 뭐든 돈이 우선이고 중요 사항을 돈 먼저 생각하고 계산하는 그런 집에서, 또 그런 엄마 밑에서 돈,돈 하는 소리를 19년째 들어온게 쌓이다가 작게 터진 느낌이었어. 지겨웠거든. 돈 중요한 거 누가 몰라. 돈 벌기 무지 힘든거 나도 알아. 그래도 엄마 아빠는 나한테만큼은 돈얘기 안했으면 했어. 괜히 내가 엄마아빠한테 짐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만 없으면 빚도 다 값고 노후준비 하면서 살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고. 문제집 한 권이 2만원이 넘어가는 걸 보고는 또 돈 걱정 하는 엄마때문에 문제집 계산할때도 나도모르게 주춤하고, 몇십만원짜리 인강 프리패스는 꿈도 못꾸고 이런 내가 싫었어. 솔직히 말하면 가난이라는 게 원망스럽기도 했어. 남들은 가족끼리 여가생활도 즐기고, 대치동 좋은 학원에서 입시 컨설팅 받아가며 고3 준하는데, 나는 학원비 할인받기 위해서 엄마 일하는 학원에 다니고. 나도 우리동네에서 잘 가르친다고 유명한 학원에서 수업 받아보고 싶은데, 하는 어린 생각? 아무튼 그 발언 이후에 엄마는 더욱 화를 내셨어. 돈~? 돈~? 니가 지금 돈이라고 했니?! 라고 하시면서 화를 내시고, 나한테 이 나쁜 녀ㄴ, 쌰ㅇ녀ㄴ. 이라며 욕을 하셨어. 진짜 이젠 그냥 서러워. 가까운 지인이 죽었다는데. 그거 하나 배려 못해주고 돈부터 따지는 엄마가 밉고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엄마 돈 걱정 듣는거 진짜 지겨워. 돈 벌기 힘든거 누가 모르냐고. 근데 적어도 딸한테 대놓고 티 팍팍 내면서 "어휴 문제집이 더럽게 비싸네, 그런 비싼 인강 다 쓸데없어, 너가 혼자 좀 스스로 하는 애면 학원비도 굳을텐데" 이런 말은 안해도 괜찮잖아. 게다가 원래 스스로 좀 해보려고 하던 애를 학원에 데려온게 누군데. 영어 혼자하려고 이제 막 시작한 애를 시험 하나 치루기도 전에 새로운 영어쌤 있다고 다니라고 한 게 누군데. 아 그냥 다 짜증나고 모든게 싫다. 빨리 20살돼서 독립하고 싶어. 어차피 20살 되는 것과 동시에 엄마는 나한테 더이상 경제적 지원을 못해준다고 했고, 알바하다 쓰러지거나 밥도 못먹고 지내는 한이 있어도 돈,돈 소리 좀 그만 듣고싶다. 지쳐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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