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짝녀를 꽤 오래 좋아했어. 1년이 다되가네 벌써.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어.
입학하자마자 내가 반해가지고 쫓아 다닌게 조금 있거든.
그래서 지금은 엄청 친한 친구인데, 설레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서 더 괴로워.
학원을 같이 다니는 중인데, 저번에 다른 친구랑 편의점 갈 때 맛있는거 사오래서 사왔더니 고맙다고 활짝 웃으면서 머리 쓰다듬어주고,
아이스크림 물고 들어오니까 "ㅇㅇ이 너 왜그렇게 귀엽게 먹어" 이러면서 웃고..
또 내 짝녀가 마카롱을 사왔는데 "이거 너 생각나서 사왔어. 하나는 내 거, 하나는 엄마 거, 하나는 네 거." 이렇게 말하면서 나한테 주면서 웃는데 나 진짜 죽는줄 알았다?
그리고 제일 설레었던게, 학교 일찍 마친 날, 한번도 같이가자고 한 적이 없던 친구인데 같이 가자고 해서 일찍 나왔어.
걔랑 나랑 집이 반대편이라서 갈림길에서 헤어졌어야했는데, 짝녀가 데려다달라고 해서 버스 정류장까지만 데려다줘야겠다 생각하고 내려왔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되더라 ㅋㅋㅋ 결국 짝녀 집쪽으로 걷게 됐어.
짝녀 집쪽으로 가는 그 길에 은행나무길이 있었는데, 은행 열매 싹다 떨어지고 없고 은행잎만 나풀거려서 노란 융단을 만들 때. 그 정말 예쁜 은행길을 함께 걸었다? 진짜 너무 좋았어.
더 좋았던거는 손깍지를 끼고 "너랑 같이 걸으니까 좋다." 라고 해줬어. 그래서 나는 내 주제에 '얘도 혹시 나를?'이라는 생각을 했지.
정말 멍청했어 나는.
그 다음날 내가 수학 문제를 풀어주다가 백허그? 비슷하게 됐었는데 짝녀가 "남자가 했으면 되게 설렜을텐데" 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나라서 안설레지?" 라고 했더니 짝녀가 "응, 아쉽게도 나는 이성애자라서."라고 했어.
그 뒤로 너무 충격 받아서 침울하고 그랬었는데 얼마전에 다른 친구랑 함께 우리집에서 자고 갔거든.
그 때 같이 왔던 친구는 자고, 둘이서 이야기를 되게 많이 했단 말이야.
이야기 하면서 나는 커밍아웃을 했지. 그러니까 자기는 양성애자라고 생각을 하는데 아직 한번도 여성한테 감정을 느껴본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나는 그 날 이후로 포기하고 점점 멀어지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 들으니까 또 심장이 뛰더라.
나는 진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포기하는게 맞겠지. 마음대로 안되겠지만.
너무 주절주절 많이 썼다. 읽어줘서 고마워.
혹시 충고라던가 해주고 싶은 말 있으면 많이해줘. 도움이 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