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어있다. 나는 마음에 여유가 없고 부정적이고 염세적이며 매사가 예민하고 내면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머리든 마음이든 텅 비었고 항상 멍 하니 피곤하고 하고싶은 일이 없다 땅만 보고 걸어 굽은 어깨가 무겁다 우울은 무한하다 흐르는 초침이 괴롭다 서럽다 뭐든 못할 것 같고 살기 버겁고 뭔지 모르겠는 게 자꾸만 무섭다 내 행동과 그 행동으로 인할 모든 결과들이 두렵다 하루는 길고 일년은 빠르다 배고픈 인간보단 배부른 가축이 낫다 싶다 사람 눈을 못 쳐다본다 타인이 이해되지 않으며 딱히 할 마음도 들지 않는다 혐오스럽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사람에 대해 드는 감정은 두가지다 미안함 또는 혐오스러움 예외없이 둘 중 하나다 사랑은 없다 내가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여서 미안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프다 실패와 좌절뿐인 인생엔 성취감이란 게 없고 이쯤되니 무기력 쩌든 패배의식이 익숙하다못해 곧 나 자신이다 몸이든 마음이든 전부 썩은 냄새가 난다 하나라도 멀쩡한 게 없다 기생충이다 무슨 일이든 성실하게 꾸준히 하면 된다는 걸 부정하고 믿지 못하니까 자꾸 나의 노력을 의심하고 부정하여 무엇을 시도하지도 않으며 백해무익한 도박 비스무리한걸 한다 운동도 안하고 체력이 없어 정신력이 약해 쉽게 지치고 식습관도 조졌고 낮밤을 바꿔 건강을 갈아넣고 좋아하지도 않는 술을 고 혐오하던 담배도 피고 자꾸 가능성 없는 요행을 바라고 도대체가 생각이란걸 안하고 사니 판단력이 흐려지고 사리분별이 잘 안되고 입을 닫고 눈귀를 막아 스스로를 가두며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무의미한 탕진을 하고 후회할 짓인 걸 알면서도 하는 주제에 욕심은 끝이 없고 제발 고쳐야만 하는데 의미없는 일 의미없는 생각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고 나는 평생 이럴 것 같고 모든건 나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를 갉았다 날 조진건 나다 나는 도저히 나 혼자 이걸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데 그렇다고 누군가 날 꺼내 줄 수도 없다 절대 없다 그것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스스로 기어 나와야만 한다 그러나 대체 어떻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