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그게 나한테 우울이 될지라도 내 마음을 전할 수만 있다면 난 뭐라도 할 수 있었어. 근데 난 그다지 큰 사람이 되지 못 해서, 상처받은 마음을 두고 갈 곳이 없어서 너를 포기하고 있어. 나에겐 아무런 관심도 없는 너에게, 혹은 날 싫어할지도 모르는 너에게 훗날 웃으면서 좋아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연히 찍은 사진과 우연히 잡은 손에 내가 의미를 담을 수 있을까. 이미 늦었다고 널 단념해 버리고 이제 널 보는 게 조금씩 편해지는 나를 보면서 내가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했어. 넌 상상도 못 하겠지. 아니 짐작은 했을지도 모르지. 그래 유독 널 보면서 웃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던 거고 내가 원래 잘 안 웃는 사람인 것도 맞고. 그냥 다 맞아. 네가 생각하는 모든 게 다 맞을지도 몰라. 닿지도 못 했으면서 나에게 상처 준 널 원망하는 나는 봄이 찾아와도 전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혼자 너를 지우고 있어. 난 너에 대한 대부분의 것들을 기억하기에 늦봄이 오면 널 계속 생각할 거야. 사랑한다고 했던 말은 분명 진심이었고 갑작스럽게 잡은 손은 무언의 표현이었어. 사랑의 형태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난 널 사랑해. 그게 우정일지라도, 그냥 좋은 사람으로서라도. 햇살같은 너를 내가 어떻게 잊겠어. 그러니까 어른 돼서도 연락하자고 한 말은 잊지 마. 다른 건 잘 기억 못 해도 그 말은 잊지 말고 지켜줘. 내가 지금 널 지우고 있지만, 그래서 이제 조금 덜 힘들지만 부디 날 놓지 마. 친구로라도 날 잊지 마. 좋아했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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