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혹시나 하면서 혼자 이어왔던 마음이 오늘로써 정말 끝이 났다. 그 혹시나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걸.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날 싫어하고 있다는 걸. 내 1년 하고도 거의 반년 동안 아낌없이 사랑한 예쁜 사람아. 아직 너에 대한 마음이 그대로라서 미안. 널 놓아주지 못해서 미안. 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서 미안. 혼자서 널 좋아해서 미안. 나 혼자 착각하고 연락해서 미안. 만나러 가서 미안. 말 걸어서 미안. 집착해서, 힘들게 해서, 곤란하게 해서 미안. 정말 미안. 난 아직도 과거에 살아서 지금의 우리 관계를 믿고 싶지 않았나봐. 좋았던 날들에 대한 행복한 기억이 가득해서 차마 상황 파악을 할 수가 없었나봐. 이 정도면 병이 아닐까? 나쁜 기억은 하나도 없고 우리 처음 만났던 날부터 하루하루 기억을 되새김질하는 것 같아. 나도 널 쿨하게 놓아줄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먼 훗날 네가 나라는 존재를 떠올렸을 때 조금이나마 더 예쁜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을 텐데. 잠들면 꿈 속에는 네가 그 예쁜 얼굴로 웃어주고 다정하게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줘서 현실이랑 헷갈렸나봐. 한심하지? ㅎㅎ 나도 너처럼, 네가 날 싫어하는 것처럼 널 싫어하고 싶어.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꿈 속에 살고 싶어. 네 흔적이 가득한 이 방을 떠나서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어. 영원이라는 게, 평생이라는 게 존재하는 그 세상으로.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과거로. 널 만나기 전으로. 널 모를 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