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쀼들아! 어제 밤에 생각없이 후루룩 쓴 글이 초록글에까지 올라갔네. 너무너무 고마워..! 흐흐 :)
내가 여기에 올리는 글들은, 어디까지나 절대적으로 회피형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라고 알려주기 보단,
회피형들은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라는 일종의 소개글 같은거야. 그냥 참고만 해줘!
나만 그런 걸지도 모르겠는데 회피형들은 사람을 두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것 같아. 앞서 말했듯 상처받는 걸 아주아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1) 성격을 복합적으로 오래 지켜보고 관찰한 후에 얘는 내 뒷통수를 안치겠구나 싶은 사람들과 (2) 얘는 아니다 싶은 사람. 나도 사람을 길게 오래 보고 아닌 것 같으면 손절하는 스타일인데, 길게 오래볼때는 최소가 3년이고 최대 10년. 내가 20대 중반의 나이라는 걸 감안하면 정말 오래 만난 사람들인거지. 그만큼 또 자기 바운더리 안 사람들한텐 잘하는 것 같아.
회피형의 연애 2탄
연애 초기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
회피형들은 기본적으로 연애를 오래 못해. 연애의 참견이라는 kbs 프로그램에 보면 8번의 연애를 하면서 100일을 못넘기고 헤어진 여자분의 사연이 나오거든. 추측컨데 그분도 회피형일 가능성이 90%야. 본인이 회피형인 것 같은 쀼들은 한번 보면 좋을 것 같아 (https://www.youtube.com/watch?v=p8ROfl-DBo8) 어떤 특정한 사람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걸 무서워 하는 것 같아. 왜냐면 회피형들은, 일단 다 떠나서 나는 되게 어떤 감정을 겪고나면 그것의 여파가 꽤 커서. 이 사람이랑 가까워졌는데 나중에 헤어지게 되면 내가 감당해야할 그 수많은 감정들이 무서운거지. 이 영상을 보면 여자가 구애인이랑 대화하는 장면에서, 구애인이 "그래서 김대리랑 무슨 일이 있었는데~?" 하면서 물었는데 결국 말을 돌리고, 구애인이 여자에게 "너는 왜 항상 니 얘기를 안해?"라고 되묻잖아. 힘든 일 슬픈 일 하나도 얘기 안하고 가까워 진 것 같으면 멀어지고... 뭐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이 영상 속 여자분이 전형적인 회피형이야. 그래서 만나면 만날 수록 무섭고 부담스러워짐.
심지어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긴 하는건가? 하면서 마음의 의구심도 들고 이 사람의 단점들도 막 보여 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언급할게.
회피형들은 굉장히 독립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야. 연인과 자주 안만나고 자기 시간과 공간을 매우 소중히 여기고, 그 바운더리에 누군가가 침범한다고 느끼는 순간 굉장히 화를 내. 어지간해선 화 안내는 회피형이 화내는 모습을 이때 많이 볼 수 있을거야. 연인이 됐든, 친구가 됐든, 하다못해 가족이라도 그 바운더리는 철저히 본인의 공간임. 분명 연락 문제로 싸우는 회피형들도 꽤 많을 것 같은데, 연락도 아마 본인이 필요할 때 아니면 잘 안할거야. 그리고 진짜 개X끼 같지만 자기가 연락하기 싫으면 안해. 통화하기 싫으면 안하고, 카톡하기 싫으면 안해. 만나자고 해도 자기가 안내키면 집에 간다고 해. 진짜 연인의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지ㅋㅋㅋㅋㅋ 얜 뭐 이렇게 개 마이웨이지? 싶고. 만남도 아마 최소화 할거야. 일주일에 한두번, 그리고 아마 집에 일찍 갈걸.. 이건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긴 하지만.
회피형 쓰니의 연애 (tmi)
연애 초반이라서 지금 하는 생각인데, 분명히 내가 먼저 애인 좋아해서 먼저 접근하고 들이대고 그랬는데 연애 시작한지 이제 한달됐는데 계속 “내가 애인를 진짜 좋아하나?”라는 의심이 드는거야. 애인도 나한테 “너는 나 별로 안좋아하는 것 같아”라고 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은게 이 글을 작성하게 된 계기야.
오빠는 왜 나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으며
나는 왜 이렇게 지금 마음이 정처없이 떠도는 느낌인걸까
이 생각을 하다가 내가 스스로 내린 결론이 뭐냐면 난 어떤 사람이든 나와 너무 가까워지는게 무섭다는거. 그게 내 애인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 방어기제라는거. 누군가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애착관계가 형성되는게 무서운거라는거. 그래서 어제 나도 애인이랑 얘기하다가 내가 정리해서 이 이야기들을 해줬어. 그러니까 애인도 사실 내가 자기랑 계속 거리두고 마음 안주는 거, 애인이랑 너무 가까워지는 걸 무서워한다는 걸 느끼고 있었대. 그런데 내가 애인의 입장이 되어보면, 애인 입장에선 저건 그냥 가벼운 투정이거든. 내가 애인로서 표현도 잘 안하고, 잘 만나주지도 않고 (물론 우리가 장거리까진 아니고 중거리 연애에 둘다 일이 많아서 만날 시간 내는게 어렵기는 해) 연락은 그래도 꼬박꼬박 하려고 노력하지만 애인 입장에서는 그것도 사실 좀 부족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어. 그래서 애인도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 자기는 연인으로서 당연한 걸 요구한건데 받아들이는 나는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되니까 사실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고. 이 부분은 어쨌거나 나도, 애인도 같이 인지를 하고 있으니 둘이 한번 맞춰가보자라는 이야기를 했어. 이게 중요한 것 같아. 내 상태가 이러이러하다는 걸 나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고 상대도 그 부분을 알고있는 거.
내 애인 객관적으로 봐도 정말 좋은 사람이거든. 그래서 애인한테도 어제 이 이야기들 다 해주면서 그랬어. 나 지금 오빠한테 도망갈 기회 주는거라고. 오빠가 생각해보고 진짜 감당 못할 것 같으면 빨리 도망가라고, 장난처럼 그랬어. 애인 입장에서는 속상한 말이겠지만 나보다 더 좋은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걸 알아서 그런 이야기를 한 거였어. 결론은 지금은 일단 맞춰나가보자가 되었지만..... 뭐..... 나도 회피형으로 2n년 살아온 사람인지라 사실 이 관계에 별로 기대가 없어. 우리가 현실적으로 둘이 좀 만나기가 어려운 관계라서 오래 못만날 것 같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중이지 뭐. 그리고 이것도 전형적인 회피형의 프로세스야. 언젠가 끝날 관계라는 걸 인지하고 있는거. 연애 초반이면 둘이 서로 너무 좋아하고 꿀떨어지는 관계여야 하는데 애인는 마냥 연애만 할 수없는 나이고 나는 심각한 회피형 인간인지라 그냥 자연히 끝을 보게 되는 것 같아. 그래야 나중에 정말로 끝났을 때 내가 상처를 덜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물론, 웃긴 건 항상 최악의 최악을 생각해도 막상 끝이나면 상처를 받긴 받더라고.
회피형 다루는 법 (new!)
이건 내가 회피형으로서 생각을 해봤어. 일단 독촉하지 마. 일이야 나야? 이렇게 묻는 거 정말 장난이여도 최악임. 나 안사랑해? 왜 연락 안해? 왜 나 안만나줘? 이렇게 묻지도 마. 회피형이랑 만날 때는 둘이 진지한 자리에서 차를 마시든, 술을 마시든 하면서 니가 느낀 걸 회피형에게 전달을 해줘야해. 구구절절 이야기를 해줘. 나는 연락을 매우 중요한 수단으로 여기고, 니가 연락을 안해주면 이러이러한 감정이 들고, 너랑 더 많이 대화하고 싶고, 너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너를 더 이해하고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말을 구체적으로 해줘.
두번째는 회피형의 반응을 잘 살펴줘. 회피형의 거절은 언제나 진심은 아니야. 뭔 소리인가 싶지?ㅋㅋ 거절을 한번 당했으면 거기에 마상 입지 말고 그냥 평상시랑 똑같이 대해줘. 그러면 몇시간 후에 회피형이 너에게 꾸물거리면서 그 얘기를 다시 꺼낼 수 있거든. 이걸 유도하려면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해. 여기서 상처받은 티를 내버리면 회피형은 그것에 위협을 느끼고 줄행랑....할 수도 있어.
세번째는, 회피형을 다루려면 대화로 풀려고 하지말고 진짜 반려동물 훈련시키듯이 그렇게 해야돼. 대화를 힘들어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면 그걸 공격으로 받아들이기 떄문에, 내 조언은 그냥 회피형이 하는거랑 똑같이 해보라는거야. 회피형에게 어떤 이야기를 꺼냈을때 회피형이 침묵을 한다, 그럼 너쀼도 똑같이 침묵으로 맞대응해. 답답해서 자꾸 대화를 유도하려고 할텐데 억지로 그러지마. 너도 똑같이 침묵하고, 만약에 그 사람이 잠수를 탔다. 너도 똑같이 잠수를 타. 예를 들어, 3일간 잠수를 타고 아무렇지 않게 나 돌아왔다고 하면 돌아온 그 날 바로 연락 하지말고 너도 똑같이 한 3일간 잠수타고 뒤늦게 연락해.
회피형을 고칠 수 있나요?
아주 아주 어렵습니다. 나도 지금 그걸 고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인데, 가장 중요한 건 당사자가 이 문제에 대해서 인지를 하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해. 왜 자신이 가진 그 생각 회로가 잘못된 건지 그걸 우선적으로 깨우쳐야해. 근데 일단 이 단계부터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둘째는, 자신의 상처로 쌓아놓은, 내면의 오두막을 깨부수고 나와야 해. 보통 회피형들은 어렸을 때 거부 당한 기억이 아주 선명하고 강하게 남아있는 사람들이야. 나는 1편에서도 썼지만 내가 어렸을때 엄마가 맞벌이를 하게 되면서 엄마가 나를 집 앞 어린이집에 보냈던 기억이 있어. 그때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서 엄청 울고 엄마도 엄청 울었거든 (아직도 이거 생각하면 눈물 나) 근데 어쨌든 엄마는 일을 해야하고 날 봐줄 수가 없었으니 나를 어린이집에 보냈겠지? 그 과정에서 나는 처음으로 회피를 시작한 것 같아. 엄마에게 내 꿈으로 거절당한 기억도 있고, 내가 사춘기때 집안이 많이 흔들리면서 가장 의지해야할 엄마 아빠 언니에게 의지를 못하기도 했고, 학창시절에 이유조차 알지 못한채 따돌림 당했던 경험도 있어. 그 많고 많은 내면의 어린 기억들을 마주하고 그때의 자신을 보듬어주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 그리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 쉽지 않아. 나도 과거의 나를 마주하면서 많이 울어봤는데 결국 그 또한 나의 과거고 내 연인의 과거니까 품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해.
셋째는, 애석하게도 연인의 조건없는 무한정 사랑이 필요해. 이건 사실 크게 설명할게 없다... 정말 사랑하지 않는 이상 이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능한 일이라서. 뭐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회피형은 안정형을 만나서 주구장창 사랑을 받으면 좋아진다고 하는데 그럼 그 안정형은? 그 사람 올 수도 있어... ㅋㅋ
그래서 고칠 수 있냐는 질문에 한마디로 대답을 한다면, 난 불가능하다 라고 말을 할게.
헐 너무 길어졌다.. 이번 편까지 읽고 큐앤에이 받을게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