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광복절 당시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차는 무려 ‘9경기’였다. 그 시점에서 ‘두산이 시즌 최종전 날 정규시즌 뒤집기 우승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누구든 정신이 나간 사람으로 취급받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45일이 지난 시점에서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9경기 차가 어느새 ‘0’경기 차 동률로 줄어든 까닭이다. 이제 단 한 경기가 남았다. 두산은 10월 1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승리할 경우 자력 우승을 확정 짓는다. SK가 9월 3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패해도 두산의 우승이 확정된다. 사실 최근 두산 관계자들은 2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역전 우승을 향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2017시즌 두산은 당시 선두 KIA 타이거즈를 시즌 최종전까지 압박하며 역전 우승을 노렸다. 시즌 막판 공동 1위까지 올랐지만, 두산은 KIA보다 많은 무승부로 우승 ‘매직 넘버’까지 가져오진 못했다. 결국, KIA가 정규시즌 우승이 걸린 시즌 최종전에서 승리하며 두산은 2경기 차 2위에 그쳤다. 이번에도 두산은 매서운 추격을 벌였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력 우승이 가능한 매직넘버를 가져오는 일이었다. 결국, 9월 28일 기적이 일어났다. 이날 두산과 SK는 1경기 차에서 각각 잠실 한화전과 대구 삼성전을 치렀다. 양 팀 경기 모두 연장전 승부로 흐른 가운데 SK는 이학주에게 끝내기 2점 홈런을 맞고 고갤 숙였다. 반대로 두산은 박건우의 극적인 끝내기 적시타로 공동 선두에 올랐다. 5월 29일 이후 무려 122일 만의 선두 등극이었다. 두산은 올 시즌 SK와의 상대 전적(9승 7패)에서 앞선다. 만약 두 팀이 경기 차 동률로 시즌을 마무리하면 두산이 정규시즌 우승컵을 들게 된다. 시즌 최종전에서 정규시즌 뒤집기 우승이 현실로 이뤄지는 셈이다. 올 시즌 막판 두산의 급격한 상승세 원동력은 선발진 안정화와 오재일을 중심으로 한 타선의 집중력이다. 이뿐만 아니라 1위 뒤집기를 포기하지 않은 더그아웃 분위기도 한몫했다. 2위 수성이 아닌 1위 재탈환을 포기하지 않은 마음가짐의 결실이다. 9월 29일 잠실 LG전에서 구원 등판해 6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팀 승리를 이끈 투수 이영하가 이를 잘 설명했다. SK와 더블헤더 경기 완투승으로 팀 상승세를 일으킨 이영하는 “최근 선수들끼리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되새겼다. 그게 진짜 현실로 점점 이뤄지자 가진 능력 이상의 힘이 나오더라. 이제 긍정적인 더그아웃 분위기가 가득하다. 솔직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3위로 추락할 위기라 2등 수성에만 집중해야 한단 얘기가 많았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은 항상 2위가 아닌 1위만 바라보고 달려왔다. 그런 마음이 모여 좋은 결실이 나오는 상황”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매직 넘버를 가져온 28일 경기 연장 끝내기 승리도 결정적이었다. 포수 박세혁은 “자력 우승이 가능한 점이 정말 크다. SK 경기 결과에 신경 안 쓰고 우리 팀만 생각하면 되는 까닭이다. 남은 한 경기를 어떻게든 이기면 끝난단 생각에 더 힘이 난다”고 힘줘 말했다. 29일 경기에서 선발 투수 이용찬과 이영하를 ‘1+1’으로 사용한 두산 김태형 감독의 승부수도 적중했다. 최근 불펜진의 불안함을 지워낸 신의 한 수였다. 김 감독은 10월 1일 최종전에서도 세스 후랭코프와 유희관을 동시에 활용하는 전략을 고려하겠다고 시사했다. 1위를 향한 과감한 총력전을 선언한 김 감독의 결단이 극적인 정규시즌 우승 뒤집기를 이끌 분위기다. 물론 여전히 축배를 들긴 이르다. SK가 잔여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두산은 무조건 남은 한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와야 한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이틀 앞둔 NC가 적극적으로 주전 선수들을 활용할 가능성은 적다. 그래도 야구는 알 수 없다. 두산 관계자는 “2년 전 시즌 막판 선두 다툼에서도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선발 매치업(KT전 니퍼트 vs 류희운)에서 패한 기억이 있다. 베스트 야수 라인업이나 주전 선발 투수가 아니더라도 경기 초반이 꼬이면 어떤 흐름으로 갈지 알 수 없는 게 야구다. 마지막 경기까지 약간의 방심도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이 만약 정규시즌 우승을 극적으로 차지한다면 9경기 격차를 뛰어넘어 KBO리그 역사를 새로 쓴다.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 차를 극복한 팀은 2011시즌 삼성이었다. 삼성은 당시 선두 SK에 5월 15일까지 7경기까지 뒤지고 있다가 후반기 무서운 스퍼트로 8.5경기 차로 1위 뒤집기에 성공했다. SK도 정규시즌 우승에 실패할 경우 KBO리그 시즌 80승 선착 팀의 100% 정규시즌 우승 확률을 깨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된다. 여러모로 KBO리그 역사에 남을 시즌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내두산 이기자 우승하자 그리고 방심하지 말라는 말 꼭 명심하자ㅠㅠ 마지막 남은 경기까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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