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된 카테고리 만화/애니
좁디 좁고, 차가운 방 한 칸, 어린 여자아이 하나가 웅크리고 있다.“ 혼자가...아니야.”
세뇌라도 하려는 듯 중얼거려 보지만 곁에 아무도 없었다. 따뜻한 온기가 사라진 냉랭한 공기는 폐 깊숙한 곳에 들어왔다가 실없이 흩어진다.
“ 혼자가, 아니야...”
그 중얼거림이 지치지도 않는지 몇 번이고 되뇌이던 아이는 결국,
“ 혼자가... 맞아.”
현실을 인정하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굳이 숨기지 않은 채 밖으로 펑펑 쏟아냈다. 깨진 유리창 틈새로 들어오는 새벽 공기가 미운 하루였다.
그렇게 혼자 자랐다. 바람난 아빠와 집 나간 엄마 사이에서, 고작 닝의 나이 10살이었다.
엄마가 집을 나가기 3일 전부터 전기세를 못 내 보일러를 킬 수가 없었다. 엄마는 닝을 꼭 안고 춥다며 칭얼거리지도 않는 차디찬 닝의 손을 호호 불어주었다.
엄마가 집을 나가기 이틀 전 날엔 수도세를 못 내 물이 나오지 않았다. 엄마는 옆 집에서 물을 얻어왔다. 그마저도 넉넉하지 못해서 닝을 씻기고 나니 동이 났다. 엄마의 옷에 묻은 김치 국물이 끝내 지워지지 않았다.
엄마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기억한다.
“ 닝, 닝아. 내 사랑하는 아이야, 엄마가... 엄마가 미안해... 그때 그냥 수술만 받았어도, 네가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 빌어먹을 인간이랑 네임 하나로 같이 붙어 살지 않았어도 됐는데...넌, 꼭 제거 수술을 받아. 엄마처럼 그 네임 하나에 얽매여서 밑바닥까지 떨어지지 말고, 그깟 이름 지워버리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렴. 제발, 부탁이야.”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엄마가 죽었다고 했다. 내 눈으로 보지 못 했으니까 엄마는 집을 나간 거야, 그 뿐이야- 라고 생각하는 닝이었다.
어쩐지 붉은 것들만 보면 엄마가 떠오르곤 했다, 왜일까. 끝끝내 지우지 못한 미련 한 점처럼 엄마의 옷에서 지워지지 못한 김치 국물이 기억에 남아서? 글쎄, 잘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복숭아뼈 아래가 시큰하게 아파왔다. 엄마가 말했던 그 네임이라는 걸까.
엄마와 나를 밑바닥에서 살게 했던, 내 온갖 증오가 가득 담긴 그 네임이라는 걸까.
누군가의 이름이 나의 오른발 복숭아뼈 아래에서 산산이 부서져 흩어져있었다. 보기 싫어, 진짜 보기 싫다.
닝은 줄곧 발목까지 올라오는 긴 양말을 신었다. 타죽일 듯이 내리쬐는 태양에도 불구하고, 쭉.
뒤에서 같은 반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소음이 귓가를 간질였다, 쟤는 여름에도 항상 저 긴 양말만 신는대. 발목에 큰 흉터가 있어서 가리는 거라던데?
뭐, 흉터라면 흉터지 이것도. 근데, 너네가 무슨 상관인데?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응어리들이 다시 또 단전 저 아래 차곡차곡 쌓였다.
배구공을 들고, 내 앞에 서 있는 너를 봤을 때 느꼈다.
아, 산산이 부서진 이름의 주인이구나.
응답이라도 하는 듯 오른발 복숭아뼈 아래가 아려왔다.
상대방은, 상대방은... 배구공을 힘없이 떨어뜨리고 오른손을 감싸쥐었다.
너도, 내 이름 하나 때문에 그렇게 아픈 거야?
그 뒤로 연신 눈동자로 나를 추적하는 너를 종종 느꼈다.
내 복숭아뼈 아래 작은 이름의 주인,
'시라부 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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