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우산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바로 무지개우산과 투명우산 점심을 먹고 갑자기 내린 비에 마트에 들어가 가장 저렴해보이는 투명우산을 집어들고 계산을 했다 바쁘게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뗐다 손에 들고 어깨에 이고 있는 모든 게 짐이었다 아 빨리 가야 하는데 하면서 신호등에 멈춰섰다 언제 초록불로 바뀔까 동동거리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구름이 잔뜩 끼어 해를 가려버린 하늘이 보였다 쨍쨍한 햇빛때문에 손으로 이마에 가림막을 만들고 걸어다니다가 두 눈으로 온전히 하늘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제서야 내가 들고 있던 이천원짜리 투명우산이 제대로 보였다 빗물이 내려와 표면에서 부서지며 그들의 안부를 터뜨리는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 길다고 느꼈던 신호등의 간격만큼 나는 짧은 시간동안 하늘도 제대로 보지 못했구나 투명우산이야말로 비와 가장 잘 어울리는 우산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