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고로 주식글은 아니지만 주 스토리가 로맨스이고 각 캐릭터의 직업이 작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결코 연인관계와 직업의 연계성을 빼놓고 설명하지는 못함 주원이 해수 태경이의 직업은 각각 배우, 작가, 포토그래퍼 셋 다 예술 계열이고 표현을 한다는 특징은 같지만 세부적인 맥락은 좀 다름 먼저 주원이는 배우, 즉 다른 사람의 감정을 연기하는 직업임 어떻게 보면 다른 두 직업에 비해 가장 방어적이고 숨기는 게 많다고도 볼 수 있음 (초기 설정이었던 타투이스트도 피부를 화려한 문양으로 피부를 가리는 직업, 즉 내면의 나를 감춘다는 동일한 특성이 있음) 직업과 비슷한 맥락으로 주원이는 해수에 대한 감정을 계속해서 감춤 오히려 동생이라는 핑계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장난이나 심술로 애써 포장하곤 함 그런 주원이가 제대로 올곧게 마음을 직시하고 표현한 게 2부 전화씬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위기가 시작되는 시기와도 동일함 따라서 포장을 점점 벗고 내면의 자신을 마주하기 시작함 해수는 작가, 세명의 직업 중 스스로의 경험과 상상을 가장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직업임 어떻게 보면 가장 장황하고 미사여구가 많아 오히려 회피하는 특성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은 아마 익히 알고있듯, 작가는 타인의 글을 쓸 수 없음 오로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야하고, 해수 역시 작품 내에서 같은 고민을 겪음 인기와 명성을 떠나 해수 본인의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오지 않게 됨 주원이와 관계가 정립되지 않고, 가족과 연인 사이에서 혼란을 겪던 모습과도 글이 맥락을 함께 함 태경이의 등장은 해수에게 전환점이 되는 듯 했음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까 또 그걸 태경이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해수가 작가로서 나아가는 데에 껍질을 깨기 시작한 단계라고도 할 수 있음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음 해피엔딩인 걸 정해놓고 쓰는 글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출판을 엎고 다시 시작하는 시점임 태경이는 포토그래퍼임 세 직업 중에 가장 함축적이고 어찌보면 직설적임 나의 시선을 그대로 타인에게 보여준다 마치 솔직하고 다정한 태경이의 성격과도 비슷함 그런 태경이가 감정을 덮고 덮는 주원이와 해수를 만나게 되면서 세 명의 관계가 뒤흔들어짐 태경이는 처음부터 해수에게 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놓았음 av촬영이나 호감까지도 그래서 신비롭고 의심된다 싶을 정도로 숨기는 게 없었음 하지만 태경이는 작품 내에서 시간이 흐를 수록 숨기는 게 생기게 됨 해수가 주원이를 생각하고 있을 거라는 불안, 초조함, 기울어진 사랑에 대한 고단함 태경이의 말을 빌리자면 쓴 맛을 알게 됐다고도 할 수 있음 그래서인지 전시회에서 태경이는 그 전의 평판에 비해 혹평을 듣기도 함 단맛만을 취했을 때도 물론 혹평은 있었으나 아이덴티티가 본인에서 모델로 옮겨갔다는 데에 의미가 있음 모델을 사랑하는 시선을 그대로 담았으나 이제까지의 솔직함은 조금 잃었기에 그렇다면 현재 세 명이 직업적으로, 인간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제는 이렇게 정리될 수 있음 - 주원: 내면의 자신을 마주하고 드러내기 - 해수: 본인의 감정을 직시하기 - 태경: 쓴맛과 단맛 중 선택하기 주원이는 드라마를 하차하고 이제야 좀 남자주인공 같다는 언급으로 인해 성장의 기로에 오른 상태고 해수 역시 전시회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오랜 자기 위안을 물리치고 감정을 직시하게 됨 태경이는 현재로서는 포토그래퍼로서의 갈림길에 서있다는 암시가 나옴 태경이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궁예를 조금 해보자면 두가지를 절충하여 진정한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발전해나갈 것 같음 근데 쓰다보니까 나이순대로 성장하는 게 너무 귀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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