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꼭 모래성 같다. 사실, 처음부터 잘못 쌓기 시작한 모래성인데 쌓다 보니 계속 쌓기에도 부수기에도 애매한 지경이 되었고 다 쌓고 보니 겉으로 보기엔 그래도 꽤나 괜찮은 모습이어서 무너지지 않게 전전긍긍 온몸으로 받치고 있었다. 상대는 이 성을 만들 때에도 만들어진 후에도 그다지 큰 노력과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을 나만 모른 채 홀로 무너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다 어느 날. 너무 힘들었던 어느 날 문득 두 손과 두 발이 모두 이 모래성에만 묶여있는 나 자신이 보였다. 온 정신을 쏟아부어 모래성만 지키고 있었다. 왜 지켜야 하는지 무얼 지키는 건지 다 잊고 그저 지켜내고만 있는 내가 보인 순간 그 무게가 무거워지고 힘겨워졌다. 그러다 결국 모래성이 무너졌다. 나는 아팠고 울었으며, 밉기도 억울하기도 한 것 같았다. 무너진 모래성을 보며 내가 조금만 더 벼텼더라면 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조금의 감정들이 지나가고 나니 신기하게도 참 후련해졌다. 살짝 설렜던 것도 같다. 그리고 내게는 또 모래성을 쌓을 기회가 생겼다. 영원히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조금 빠르게 찾아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무너뜨리고 다시 짓는 한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성을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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