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발전할수록 묵직한 울림보단 메아리 같은 여운이 많아졌다. 어지러울 만큼 짙고 독한 사랑보다 은은한 잔향처럼 가볍고 기분 좋은 사랑을 하고, 시간의 농도를 진득하게 만드는 음악보다 묵은 고민을 환기시켜줄 음악을 듣는다. 시는 조국보다 나를 앞에 두고 엄숙하게 포장되어 있던 사회의 이면이 가십이 되어 뿌려진다. 더 많이 누리는 대신 책임도 다양해졌지만 그 깊이는 얕아졌다. 바다 같은 삶은 살지 못하더라도 깊은 호수 같았던 삶이 계곡이 되고, 냇물이 되어 흐른다. 다만 그 물길이 언젠가 바다에 닿기 위한 것임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불어오는 짠 눈물의 냄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