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사귄 친구가 둘 있어.
중학교 들어와서 처음 만나서 고등학교도 같은 데 가고 대학교도 다 가까운 곳.
그중 한 명(A라고 할게)이랑 1년 전쯤에 연애를 시작했는데
모르겠어.. 내가 그때 많이 외로웠나봐.... 지금 생각하면 정신이 나갔지......
그날 새벽에 A랑 문자로 둘이서 얘기하다가 살짝 야한 얘기가 나왔는데
내가 먼저 같이 술 먹자고 불렀어. 그날은 만나서 대화만 했고 며칠 뒤에 내가 술 먹자고 다시 불러서 같이 잤어.
그렇게 연애하다가 반 년 정도 사귀고 헤어졌다?
A는 나한테 다시 예전처럼 친구로 지내자고 하고 그 뒤로도 같이 놀자면서 나를 많이 불러냈는데
내가 그때마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미안한데 못 갈 것 같다고 거리를 뒀어. 얼굴 보기 힘들어서. 나중에는 A 연락을 아예 씹었고
그러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여럿이 모이는 자리에 가도 A 모습은 안 보이더라.
나는 언제부터인가 인간관계가 정말 말 그대로 그 친구 두 사람뿐(A와 B)인데
그 중 한 명이 그렇게(물론 전부 내 잘못이지만) 없어져 버리니까 깨닫고 나니 너무 슬퍼지더라.
지금은 서로 연락 주고받는 게 B 한 명뿐이야.
그런데 나랑 B랑 둘이 얘기할 때도 A 얘기가 화제로 안 나와.
나는 A랑 그런 일도 있었고 하니까 A 이야기를 도저히 먼저 못 꺼내는데
B도 A 얘기를 안 해. 항상 셋이서 놀았으니까 A없이 B랑 나만 있는 자리에서는 A얘기가 분명히 나올 법 한데도.
모르겠어. 한창 연애할 때 옆에서 보고 눈치를 챈 건지(헤어진 것 까지도) 아니면 A쪽에서 B한테 나랑 자기 사이에 있었던 일을 이미 말 한 건지.
근데 이걸 B한테 물어볼 수도 없어. 그 정도로 내가 지금 A 이야기를 누구한테도 못 꺼내겠어.
내가 여자 좋아하는 건 A랑 B 모두 아주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A도 이쪽인 건 B는 모르고 나만 알고 있거든
그래서 내 쪽에서 "사실 나랑 A가 예전에 사귀었었는데 내가 A한테 잘못한 것 같아. 진짜 너무 힘들어." 하고 말하는 것도 못 해.
만일 B가 A한테 내 이야기를 안 들었다고 하면 내가 A보다 먼저 A가 여자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되어 버리잖아.
진짜 내 인간관계는 A와 B 둘뿐인데.
이런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
어제는 B랑 술마시다가 롤 이야기가 나와서
진짜진짜 아주 조심스럽게, 자연스럽도록 공들여서 "A랑은 요즘도 듀오하냐, A 어떻게 지내는지 아냐." 하고 처음 물어봤거든
그러니까 B가 "ㅇㅇ 어제도 같이 듀오했음." 이러는 거야.
그거 듣고 나도 이유는 모르겠는데 너무 슬프고 열 받고 살기 싫어져서
미안한데 나 지금 몸이 좀 안 좋다. 들어가 봐야 할 것 같다. 하고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서 울면서 집까지 걸어 왔어.
그 뒤로 지금까지 계속 줄담배 피우다 토하고 줄담배 피우다 토하고 다시 줄담배 피우고 그러고 있어.
인터넷에 이렇게 글 써서 털어놓는 것도 처음인데 다시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하나같이 후회되는 일밖에 없네.
내가 그날 밤에 도대체 왜 그랬을까. 아무것도 안 남은 기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