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의견을 밀어붙이는게 무례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최근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 그냥 다른 리그에서 대우받으면서 선수 생활 이어나가면 좋겠어. 그리고 이건 페이커 뿐만이 아니라 조롱당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바라고 있어. 뭐 페이커가 안좋은 일 겪으면 흔히들 그러잖아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근데 언제부터 그 왕관의 무게가 내외부에서 몰아붙이는 은퇴와 후계자 양성에 대한 압박이고, 쉴새없이 들이닥치는 광고촬영이고, 각종 커뮤니티를 넘어 관계자와 직업 동료에게 받는 조롱이 되었나? 사실 선수가 받아야 하는 무게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기대와 본인을 향한 다른 팀들의 견제 아니야? 내가 페이커를 좋아하게 된 시기는 17년도 롤드컵부터였는데 난 그때부터 지금까지 페이커를 향한 조롱이 끊기는 걸 본 적이 없어. 근데 그 조롱의 시초가 되는 공간이 그 커뮤니티인데 거기를 여론이라고 생각하는 관계자들의 행동도 이해가 안돼. 대중적이고 이목을 집중시켜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으고 싶어서 선택한 프랜차이즈화 아니야? 근데 지금 롤판을 보면 자기들끼리만 아는, 자기들끼리만 소통이 가능한 별명과 각종 밈을 차용해서 공식 중계방송을 대중적인 공간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음지로 만들고 있는 것이 해설자를 비롯한 관계자들이라는 게 좀 웃기기도 하고. 난 어느 대중 스포츠에서도 커뮤니티에 휘둘리는 해설자들을 본 적이 없어. 심지어 레전드나 베테랑에 대한 존중이 이렇게 막장인 곳도. 스포츠들뿐만 아니라 다른 E스포츠에서도 레전드 선수들은 진짜 존중해주고 아무리 어그로가 끌려도 휘둘리지 않는데 롤판은 한국프로게임 중에서 가장 커져있는데 가장 잘 휘둘려. 혹시 어느 다른 프로 스포츠가 음지 커뮤니티에서 쓰는 별명을 공식방송에서 차용하는 지 본 적 있는 사람있니? 공식방송에서 그 커뮤니티를 거리낌없이 받아들이고 사용하니까 진짜 그 공간이 음지에서 벗어나 활성화가 되는 거잖아. 내가 19년도부터 공식 중계방송을 잘 안보게 된 것도 공식 중계가 다른 프로선수들이 중계해주는 것보다 질적으로 우선되지 않기 때문인데 심지어 커뮤니티에 휘둘리면 공정성과 객관성마저 잃은 건데 어떻게 신뢰할 수가 있겠어. 해설이 물론 재미를 주면서 시청자들의 텐션을 끌어올리는 건 좋지. 근데 거기서 자기들만 아는 은어들을 사용하는데 지나가는 유동 시청자를 어떻게 잡아. 이제 처음 중계를 보는 사람들이 롤킹, 고버지 같은 밈들을 어떻게 알아? 이해하지 못하는데 이 판에 어떻게 흥미를 둬? 나도 롤킹은 유튜브를 보면서 어느정도 알고 있어서 이해했지만 지금도 가끔 롤킹이 누구냐, 왜 롤킹이냐라는 질문도 채팅에서 많이 봤고, 고버지같은 밈은 듣고나서 그게 뭐야라고했는데 왜 자체적으로 공감대를 축소시키는 일을 하는건지 모르겠어. 뭐, 그 커뮤니티가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고 즉각적이고 실시간 반응을 볼 수 있는 공간인 건 알겠어. 근데 그게 여론이 될 수 있는게 맞아? 리그를 몇십만명이 보는데 그 수많은 사람들이 전부 그 공간에 모이나? 나같은 경우에도 작년까지만 해도 그냥 중계나 유투브만 보고 갔고 그 커뮤는 끔찍해서 발도 안들이미는데 그런 사람이 한둘은 아닐 거 아니야. 근데 동종 직업군들이 다들 그 커뮤니티에 휘둘리고 심지어 공식방송마저도 그렇게 점칠되어 가면 리그가 고착화 되는 건 시간문제 일 것 같은데. 지금도 선수들을 조롱하기 위해 시작된 밈들 조차 거르지 않고 가져와 쓰는데 나중이라고 이 상황이 변할까? 오히려 더 심화되겠지. 근데 그 판에서 가장 피해보는 건 결국 페이커와 조롱당할 선수들일텐데 그럼 대체 왜 이 리그에 남아있어야 하는걸까. 오히려 다른 리그에서는 더 대우받고 더 인정받을텐데 왜 굳이 자신을 조롱하는 그라운드에 남아 그 수모들을 견디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그들을 이해해야하지? 음지화 되고 비대중적인 그리고 유동 시청자를 잡지 못해 미래가 어두운 이 리그에서 더이상 뭘 얻을 수 있을까. 끝으로 지금 이 판에서 페이커에게 레전드 대우? 바라지도 않아 적어도 인간적인 대우는 해줘야 하잖아. 혹시 페이커를 진짜 상처를 받지도 않는 로봇이나 AI로 착각하는 거 아닐까싶을 정도로 한 사람을 몰아붙이는 데 왜 이판은 이토록 직업 윤리가 없는 사람들이 많을까? 적어도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지고 얼굴이 알려지는 직업을 택했으면 최소한의 도덕적인 사상은 지닐 생각은 해야 하지 않을까? 언행이나 행동을 가다듬을 의지는 가져야 하지 않아? 지금 본인들의 행동이 본인이 디디고 서있는 공간을 모래성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각해줬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