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넋두리로 풀어놓는 글) 내일 도망치는 날이라 참 여러 생각이 든다... 우리 부모님은 인터넷 고민 속 흔히 나오는 양육자는 아니었어. 나한테 매를 든 적도 거의 없고, 사실 그냥 평범한 부모였던 것 같아. 그런데 부모님이 나는 늘 착한 딸, 기대보다 잘하는 딸, 똑똑한 딸이라 생각하시니까 마음속에서 점점 부담이 되더라. 몇 년동안 몰랐는데 지금 돌아보니까 그랬어. 그래서 나는 그분들이 강요하지 않아도 기대하시는 게 있으니, 이상적인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었어. 그런데 내 타고난 성향이 우울을 잘 느끼고 게을러서인가? 어릴 땐 남들보다 조금 똑똑한 머리 덕에 아무 노력 없이 원하던 만큼 해냈는데, 클수록 그렇지가 않은 거야. 왜냐면 남들만큼 노력해본 적이 없고 노력하고 싶단 마음도 안 들었으니까. 이러다보니 부모님이 기대하는 이미지에선 점점 멀어지고, 그럴수록 나 자신이 실패한 것 같아서 더 더 무기력해지더라. 또 시도해봤자 기대에 부응하는 딸이 되지 못할 거란 생각이 컸나봐. 그렇게 나는 도전하지 않는 사람이 됐지. 당연히 이때부터 나는 어릴 때 똑똑하다고 칭찬받았던 기억이 무색하게, 허송세월만 했어. 매일 이런 나날이 반복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도 생각했지. 내일 그 무엇도 변하지 않는단 사실이, 하루하루 못난 딸이 되어간다는 사실이 난 자존심 상하고 견딜 수 없었던 거야. 하루는 정말 다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고 싶단 생각을 했는데, 별안간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턱 막혔어. 무기력했던 나는 스펙이랄 것도 없었고, 다 내려놓고 시작하면 사회적으로 썩 좋지 못한 인식의 직업을 가질 확률이 높았으니까. 나는 또 부모님이 보기 부끄러운 딸이 될까봐 걱정했던 거지. 그런데 이런 일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나니 알겠어. 죽음까지 생각하고 나니까 알겠는데, 비록 부모님이 나쁘지 않은 분일지라도 나는 이분들한테서 떨어져 지내야 해. 그래야 다 내려놓고 누구도 의식하지 않은 채 새 시작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동안 망설였던 이유는 부모님에게 상처주기 싫고, '저 정도로 몰래 독립하려는 게 정상일까?' 의심이 들어서였어. 다른 익들이 의절하고 독립하는 이유에 비해 내 사유는 너무 사소해 보였거든. 근데 그래도 내가 매일매일 죽음을 생각했다면, 다른 사람을 챙기기 전에 나부터 챙겨야 하는 거잖아. 그래서 나 내일 집을 떠나려고 해. 정말 몇 년만에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하루를 보냈더니 후련해서 눈물 나더라. 너무 길어서 여기까지 읽은 익들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자꾸 죽는 생각만 나서 힘든 익들이 있다면! 나 같이 한심하게 허송세월한 사람도 어떻게든 살려 하잖아. 다른 사람 마음 다치는 건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 너부터 다치지 않게 감싸줬으면 좋겠어. 다들 행복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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