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나의 솜털 위에 내려앉고 눈꺼풀이 스르륵 내려오는 순간에 기척을 눈치채고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면 나는 수풀의 소리를 듣는다. 자세히 그가 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지나온 길을 타고 곧장 내려와 정확히 이 곳에 도착할 것이다. 수풀을 쓸어내리며 그는 고요히 온다. 개구리 우는 소리, 귀뚜라미 우는 소리 다양한 밤의 소리를 지나쳐 그는 온다. 점점 거리를 좁혀 만나게 될 우리의 짧은 인사를 그려본다. 독을 바른 화살로 그를 조준할때 당황하며 달아나는 그의 뒤통수에 정확히 독 화살을 꽂아준다는 생각이 무색하게 퍽 다정한 그의 안녕이 나를 관통해온다. 이미 와있는 줄 알았다며 아무렇게 인사하는 꼴이 기가차면서 기껏 숨어 복수할 마음이나 갖고 있던 내가 어이없어질만큼 예전만한 그의 다정은 내게 잔인했다. 잊고 있던 수많은 기억 속 감정들이 뒤섞여 폭발할 듯 온몸의 세포를 자극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주체 못하는 머리칼을 넘길 생각도 하지 않고 그를 향해 준비했던 화살을 쏜다. 그는 저항하지 않고 화살을 맞고 모로 쓰러진다. 화살 한 방에 쉽게 죽지 않는다. 그의 몸에 박힌 화살을 뽑고 화살로 그의 목을 사정없이 찌른다. 튀는 피는 무척이나 아팠다. 끊임없이 죽어가는 그를 보며 왼뺨과 오른뺨을 사정없이 쳐가며 확인 사살을 하고 사라져버릴 몸뚱이를 짐승의 먹이로 던져준다. 그리고 찾아올 그가 오는 쪽을 향해 또다시 주의를 깊이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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