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사람이 능력을 갖춘 건 대단한 게 아니라 당연한 것. 너와 나이 차이나는 그 간극만큼 그 사람은 스펙을 쌓고 인맥을 넓히고 자기계발을 할 충분한 시간을 벌었음. 그 정도 나이에 그 정도 스펙을 갖추지 못한 게 비정상임. 어쩌면 시간이 더 흘러 네가 그 나이가 되었을 때 보니 오히려 그 스펙은 그 나잇대에 비해 낮다는 걸 깨달을 수도 있음
2.
네가 nn살과 nn살 연애.. 말릴 것 같아? 라고 글을 쓸까 말까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 적 있다면 네 무의식은 이미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음. 동갑내기 만나는데 익명으로 '나랑 나이가 같은 애인.. 괜찮을까?' 라고 글을 쓸까 과연?
3.
엄마 혹은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나 n살 차이 나는 이 사람 만나도 될까' 식의 상담 요청이 아니라 '나 n살 차이 나는 사람 만나고 있어' 식의 통보를 할 자신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에이 아무리 그래도 가족한테 어떻게 말해~ 뭐래 나 이런 얘기할 만큼 엄마랑 안 친해~ 이 생각 먼저 들면 다시 천천히 생각해보자
4.
나이가 차고 자연스레 사회적 지위도 안정적으로 자리잡히면 견문이 넓어짐. 좋은 옷 좋은 시계도 좋고 최신 영화도 좋고 유행하는 카페도 좋지. 근데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해왔다면 그 뿐 아니라 세상 살이에 집중하게 됨. 효율적인 자산 관리를 위해 소비 패턴을 점검하고, 살다보니까 이 가전은 내게 별 필요가 없겠다 싶다는 생각이 들고, 스낵컬처 같은 인스턴트 즐거움은 멀리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점점 많아짐
음 이걸 보고 넷사세다, 어른에 무슨 환상있냐, 나이 많으면 그런 거 관심 없어지는 줄 아냐 이런 생각 들면 다시 생각해볼 것
그러니까 이 문단에서 하고 싶은 말은 그 분이 제대로 된 사람이면 나이 어린 애인보다는 비슷한 또래와 대화 코드가 잘 맞는다는 말임
쉽게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20대 초반 대학생인 너의 관심사는 주로 뭔지 떠올려봐 사람마다 당연히 다르겠지만 일단 인티같이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 많은 커뮤니티, 그리고 동기들, 동창들, 각종 모임이나 학원에서 만난 친구들이랑은 보~~통은 다이어트나 옷 쇼핑 같은 자기관리, 경우에 따라 좋아하는 연예인 얘기, 사진 찍기 좋은 장소 공유, 혹은 자기 전공에 맞는 미래 설계, 토익 등 스펙 쌓는 법, 내 전공에 맞는 직업을 갖기 위한 팁이나 좋은 직장을 찾는 방법... 이런 게 있겠지. 다시 말하는 데 이 나잇대 관심사는 이거 말고 없어!! 가 아니라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라는 거다
높은 확률로 너가 가기 위해 이제부터 준비하는 길을 그 사람은 이미 지나왔겠지? 네가 무슨 스펙이 앞으로 필요할 지 무슨 자격증을 딸 지 계획하는 나이라면 그 사람은 이미 필요한 스펙 쌓아서 직장을 가졌을 테니까
그 사람은 이미 지나온 길인 만큼 나한테 조언해줄 수 있고 난 도움 받고 의지할 수 있으니까 좋다고?
당연히, 어린 쪽은 받는 입장이니까 그렇지. 네가 아니라 그 사람 입장을 생각해보자고
아마 내가 이미 성취한 것들이 네게는 새로운 미지의 길이니까 그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걸 알려주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낄거야
학창시절 모르는 문제 친구한테 알려줄 때의 그 느낌과 비슷하지ㅇㅇ 나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오는 기쁨, 나로 인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잘 된다는 느낌, 내가 잘 알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 때론 내가 더 많이 알고 있구나 하는 우월감 등등
좋지. 좋을 수 밖에. 근데 말했잖아 이 사람은 나이가 많다고
오래 사는 동안 연애를 몇 번 해봤으면 또래도 만나본 적이 있겠지? 그러면 아마 알 거야 내가 아는 것을 일방적으로 베푸는 대화보다 같이 겪어본 사람과 동병상련의 대화가 더 즐겁다는 거
취업 준비를 해본 내가 갓 대학 입학한 새내기에게 면접 팁 알려주고 우와 고맙습니다 진짜 도움됐어요 듣는 거 보다
직장인에게 면접 썰 풀어주고 헐ㅋㅋㅋ 나도 비슷한 경험했는데~ 듣는 게 훨씬 재미있다는 걸 알아
그래야 해
네가 대학생이고 고등학생 과외하는데 친구만큼 친한 과외 학생이랑 1시간 사담 나누는게 재미있을지 절친까진 아니지만 관심사 비슷한 동기랑 1시간 수다떠는게 재미있을지 상상해보면 더 이해가 잘 될 듯
즉 나이 많은데도 또래보다 연하와 대화 코드가 맞는 사람은 또래에 비해 사회적으로 쌓아놓은 게 적고, 대체적으로 인격이 미성숙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이 말을 하고 싶다
반박 1> 꼭 나이 많다고 해서 연애 많이 해봐야 한다는 것도 고정관념 아냐? 그 사람은 비록 나이는 많지만 여자 경험 없이 클린한 사람이야!
- 주변인에게 연애 경험 없는 사람 만나봤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길. 아 여기서 주의할 것은 만나'봤던'. 현재진행형인 사람 안돼. 헤어져 본 사람이어야 해.
반박 2> 연애 경험은 많아도 연하만 만나 본 사람일 가능성은 왜 안 쳐?
- 그게.. 그게 맞다고 생각해...? 이 문단을 다시 읽어줘.. 물론 세상에 연하 만나려고 의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인연으로 연하만 만난 사람도 많지 그건 당연해.. 근데 그런 사람보다 전자가 많음.
나이 신경 안쓰는데 어쩌다 보니 만난 사람이 다 연하였다 / 난 연하가 좋아서 연하만 만난다
후자의 경우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다시 이 문단을 읽어보자
5.
나이가 어린 쪽인 너는 어쩌면 민증을 받고, 편의점에서 술을 살 수 있게 되고, 어딜가나 성인으로 대우받게 된 그 이후부터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나도 이제 성인이구나. 많이 자랐구나.'
'어렸던 미자 시절이랑은 달라. 나 스스로도 느끼지만 정말 인격적으로 성숙해졌어.'
이게 착각일 가능성이 매우매우매우매우 높음
아마 다들 경험이 있지 않을까? 초중고 거쳐오면서 나름 그 당시의 가치관으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지나고 보니 흑역사인 경우
이것만 봐도 인생에서 우여곡절이 얼마나 많을 지 예측 가능하지
아 하지만 이건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임 나이 지긋이 먹고 가정 안정적으로 이룬 사람도 후회할 선택을 함
그러니까. 지금 맞다고 생각해도 나중엔 틀릴 수 있다고
그러니까. 내 얼굴도 모르는 제3자가 이렇게까지 격렬하게 말리면 일단 이야기라도 들어보라고
어릴 때 내 상황이 어떤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아니 그냥 없다고 봐도 좋다
그보다 몇십년 더 살면서 경험 쌓아온 사람도 잘 못 하는게 자기 객관화인데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연애에서 어린 쪽' 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6.
결혼할 거니?
아마 그 사람은 결혼 적령기니까 한 번쯤은 생각해볼 텐데..
돈 많으니까, 나한테 자상하니까, 멋있으니까 만나는 거지 결혼까진 좀 아닌 것 같고 연애만 즐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만나는 익들도 많을거라 생각한다
근데 상대도 그렇대? 높은 확률로 너랑 결혼할 의향까지는 있을 거고, 너한테 직접 '넌 어리니까 결혼 강요할 생각 없어' 라고 구두로 말해도 나중되어서 말 바꾸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ㅇㅇ 부담 안 준다면서 슬쩍 어머니 소개하고, 넌지시 재산 상황 오픈하려 하고 이런 거 판 같은 데나 올라오는 넷사세 같아? 어린 너의 나날 중에서도 지금이 가장 어리기 때문에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지.
인간관계, 처세술에 있어 너보다 몇 단계는 우위에 있는 그 사람이 눈에 안 띄게 착착 준비 진행하다가 어느 순간 질질 끌려가듯 '우리.. 언제 합칠까?' 소리 듣는 일이 없길 바람 진심으로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해
특이 케이스라고? 네가 그 특이 케이스가 아닐 거라는 확신은 어디서 얻을 수 있지?
그리고 난 정말 이 사람과 결혼할 마음이 있다, 난 어려서 결혼할 거다 하는 사람은 후술
7.
30대에 체력이 5의 속도로 깎인다면 40대에는 10 어쩌면 그 이상의 속도로 깎인다
지금 20대 초/20대 후라고 해서 평생 20대가 아니란 건 알거 아녀
만~~~약에 결혼해서 잘 살다가 30대/40대가 되었다고 치자
딩크든 아니든 일단 가족끼리 여행 한 번 안 가진 않을 거 아냐?
근데 그 사람이 훨씬 젊은 너의 니즈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지도 따져봐
너는 배우자와 무슨무슨 길도 손 잡고 걷고 예쁜 사진도 건지고 이런저런 체험도 하고 싶은데 배우자가 귀찮아하거나, 또는 즐거워는 하더라도 체력에 부쳐서 헉헉대는게 알게모르게 보인다 해도 상처 안 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딩크가 아니라면 함께 해야 할 육아를 오로지 배우자의 달리는 체력 탓에 혼자 하게 될 상황이 생기지는 않을지
그리고 건강 챙길 때 너보다 배우자가 무조건 우선이 되는 걸 버틸 수 있어?
건강기능식품 같은 거 챙길 때도 나는 아직 젊으니까.. 요즘 허한 사람이나 더 챙겨줘야지.. 나이도 많은데.. 하면서 너보단 그 사람 우선으로 구매하게 될 텐데
나이 더 많은 쪽이 어린 배우자 건강을 신경쓸 지 당장 자기 생 유지하는데 신경쓸 지는 안 봐도 알 거라 믿음
아니.. 연인이 무조건 우선인 지금 말고 건강 신경 쓸 나이에 말이야
8.
그 사람이 너를 왜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고있는지에 대한 재고가 필요함
나이에 아무 상관 없이 정말 사람 대 사람으로 맞아서 만나는 비교적 소수의 경우에도 윗 문단에서 말한 리스크들을 져야 함
왜 비교적 소수를 썼냐면 블라인드 같이 결혼 적령기의 사람들 모인 데서 진솔한 대화 들어보면 나이 좀 찬 사람들 대부분 나이 어린 사람 빨리 만나서 결혼하려 한다
정말 나이가 최고의 스펙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실감하게 됨 결혼 적령기 사람에게 20대 초-중은 정말 베스트 스펙임
요새 나이 많은 배우자는 똑똑하고 세상 이치에 밝아서 안된다, 어리고 잘 모르는 사람 만나야 내가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식의 말이 많이 돈다
이것도 넷사세다 싶으면 나 정말 어리구나 깨달았음 좋겠다 이렇게 부탁한다
인터넷에서만 사람들이 그렇게 적나라하게 말하지, 현실에서는 안 그런다 하는 생각은 고이 접길 바람 생각보다 '너와 나이 차이 많이나는 사람'은 자기 이득에 있어서는 무조건 계산적이고 똑똑하고 손익 계산 잘한다
1번에서 언급된 미성숙한 사람도 자기 미래의 안위에 한해서 무척 머리가 잘 돌아갈 거다
비교적 소수가 아니라 다수는 어떻냐고?
어려서 좋음 -> 피부가 탄력있다 or 몸매 관리 잘 되어 있다 or 젊어서 외모가 준수하다 or 주변인들 사이에서 꿀리지 않는다(트로피라는 말이 있지) or 가정의 중대사 결정에서 내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 or 나이 많은 사람보다 덜 계산적이다 or 순종적이다
요약하자면 외모 아니면 세상물정 모름 둘 중 하나로 귀결된다
정말 슬픈 이야기지만 10명 중 7-8명은 너를 만나는데에 나이가 영향을 줬을거다
정말 몇 번 말하는 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야.
세상 어디에나 블랙스완은 있어..
그런데 나 지금 한 명한테 말하는 거 아니고 불특정 다수한테 이야기 하고 있잖아?
나이 차이 때문에 만남을 고민하다 결국 사귀는 몇몇 사람들은 분명 정말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연애를 할 거야 이건 말할 필요 없이 맞는 말이라니까 세상에 전체에게 들어맞는게 어딨겠어
다만 그 이상의 다수에게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렇게 부르짖는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음 제발제발제발
그리고 그 문제는 현재로서는 절대 알 수 없음 반드시 네게 뭔가 안 좋은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그게 문제였다는 걸 깨닫게 됨
물고기가 어장을 벗어나야 자기가 물 속에서 살았다는 걸 깨닫는 것 처럼
"이래도 난 만날래!!"
안 말림. 예쁜 사랑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