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
때는 2011년, 고1이었던 닝은 아주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됨.
"우리 일본 간다."
"예?"
부모님 회사 사정으로 일본에 가게 된 닝. 뭐 내년에 떠나긴 함... 그렇긴 한데...
닝한테는 1년이든 100년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님. 닝이 알고 있는 일본어라곤 예전에 너튜브에서 본 '아리가또 고'쟈'이마스' 밖에 없음. (아뤼가또고조ㅑ이마스~)
가서 암말도 못하고 지낼 것 같아서 닝은 일본에 있는 한인학교를 찾아봄. 말이라도 통하려고. 하지만... 효고에는 없겠지.
그 학교 가겠다고 혼자 타 지역에서 살 순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반 학교 가게될듯.
1년 정도 일본 유학준비하면서 시간보내는 닝. 일본어를 배우긴 하는데 학원빼곤 쓰질 않으니까 자꾸 까먹을듯... 가서 왕따당하는 거 아니냐며 혼자 슬퍼함...
머 암튼! 편입과정이 복잡해서 좀 애먹긴 했는데 닝 머리가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고(성적), 이나리자키는 면접비중이 적어서 어찌저찌 입학에 성공할거야!
보통 일본은 성적순으로 123~ 이렇게 반 나누잖아. 입학 날 교무실가서 반 배치 받았는데 2반인거야. 닝 그거 알고 충격먹음. 내가...2반...?
학교는 닝이 성적은 괜찮지만 회화가 잘 안된다는 거 알고 있어서 2반에 넣은 거였을듯.
교무실에서 처리할 거 다 처리한 쌤이 같이 들어가자고 해서 쫄쫄 따라감.
복도 지나가는데 애들이 자꾸 자기 쳐다보는 거 느껴짐. 뭐... 2학년이면 이름은 서로 몰라도 자기 학년에 누가 있는지 대충 알잖아...? 근데 뭔가 이상한 스타일의 학생이 지나가니까 힐끔힐끔 쳐다볼듯.
담임쌤 쉬운 일본어 + 영어 섞어 가면서 말해서 닝 어느정도 알아먹을 수 있었음.
반에 들어와서 우리반에 전학생 왔다고, 한국에서 온 친구고 일본어 아직 많이 서투니까 다들 많이 도와주라고 한 담임쌤. 닝 보고 자기소개 해볼래? 하고 물어봄.
"ニン、自己紹介してみる？" (닝, 자기소개 해볼래?)
순간 닝 당황해서 못 알아듣는데 대충 상황+어감으로 파악함. 지코쇼카이... 쇼카이는 소갠가... 하면서ㅋㅋㅋㅋ
"인트로듀스?"
(끄덕)
"오케이."
닝 고개 끄덕이고 자기소개함. 어제 파파고로 대충 돌려서 암기한 아주 허접한 자기소개임.
"하지메마시테 와타시와 닝 데스. 칸코쿠진데스. 음... 요루..요로시쿠오네가이시마스..."
애들 박수치고 환영해줌. 닝 드디어 한 고비를 넘엇꾼! 하면서 뿌듯해함. 사실 일본어로 말하는 거 개떨렸거든...발음 이상하다면서 놀릴까봐 속으로 시뮬 126354878번 돌림.
이제 자리를 정해야되는데 책상이 인원수에 맞게 배치되어 있어서 닝 자리가 없었음. 쌤 아차, 하고 맨 뒤에있던 스나한테 같이가서 책상 올리는 거 도와주라고 함.
스맛폰보던 스나.. 한숨 푹 쉬면서 일어날듯. 왜냐면 귀찮거든... 오사무나 스나나 운동부라고 이렇게 부려먹힌 적 많을듯ㅋㅋㅋ
"行こう." (가자.)
"...응."
닝은 좀 당황함. 한국에서 초-중-고 내내 남녀공학이었지만 얘만큼 키크고 잘생긴애 첨봄... 뭔가 생김새도 여우같이 생긴게 이게 일본미남인가 싶음.
스나는 1층으로 내려가는데 계속 정적이니까 괜히 말 걸어봄. "너 이름이 닝이었나?" " 근데 닝 못알아들어서 "나마에? 나마에가 뭐야...ㅜ" 이럼.
닝 살짝 시무룩해지자 스나 번역기 틀어서 다시 말할듯. 드디어 알아먹은 닝 맞다고 "응!" 함. 그렇게 책상 들고 올 때까지 번역기로 대화함.
닝 자리는 오사무 옆자리. 닝은 그나마 대화 해 본 스나 옆에 앉고 싶었는데 안 돼서 속상함. 그래도 이왕 이 자리에 앉은 거 (번역기로)대화 많이 해서 친구 사귀기로 결심함.
수업시간엔 솔직히... 뭔소린지 몰라서 오늘 스나랑 했던 대화 떠올리며 일본어 암기함. 나메에는 이름.. 키미는 너... 츄펫토. ...츄펫토는 뭐지.
그렇게 쉬는시간이 되고 출출해진 닝. 한국서 사온 주전부리 꺼내놓고 얌얌 먹기시작함. 옆옆자리 스나한테도 하나 줌. 아리가또? 어 나 이거 안다. 고마워지?
그렇게 자리 돌아오는데 옆에서 강렬한 시선이 느껴짐. 닝 뭔가하고 돌아보니까 오사무가 간식에 눈을 못때고 있어...ㅋㅋㅋㅋㅋㅋ 보다 못한 닝 먹을래? 함.
놀랍게도 제스처로 알아들은 사무! 너무 기쁜 나머지 거의 랩함. "진짜?와나한국과자첨본다.테레비서보고함먹어보고싶었는데근처에안팔아서못먹었다이가니진짜고맙데이"
아까 스나에 비해 뭔가 억양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넘 빨라서 뒤에 고맙다 만 알아들은 닝. 쿨하게 "유아웰컴."해줌.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반 분위기랑 말 걸어주는 친구들 덕분에 닝은 곧 친구를 사귈거야. 케이팝에 관심있고 한국말 좀 할 줄 아는 무리랑 친해져서
어느정도 의사소통은 될듯. 얘네 대화할때 한국어+일본어+영어 다 사용함...ㅋㅋㅋㅋㅋ 이 친구들 뿐만 아니라 첫날에 말 텄던 스나랑 오사무랑도 가끔 이야기할듯.
스나랑은 여전히 번역기로 대화하고 (가끔 아는 일본어 나오면 나 안다고 기뻐하는 닝...)
오사무랑은 서로 맛있는 간식 교환함. (닝아 우마이봉 두 개랑 새콤달콤이랑 바꾸자. / 무슨맛? / 포도맛...!)
그렇게 한두달 지나면서 어느정도 회화가 가능해질듯.
초여름쯤인가 담임쌤이 교무실로 닝 부름.
딱히 뭐 잘못한 건 없지만 교무실이라면 괜히 무서운 닝, 옆자리 사무한테 같이 가자고 함.
사무 뭐 이런 걸로 교무실을 같이 가냐고 거절했지만 새콤달콤 준다고 해서 넘어감.
"오사무. 나 혼나는 거 아니겠지?"
"니 뭐 잘못했나."
"아니......."
"그럼 쫄지마라."
"응... (덜덜)."
닝 한참 쭈글해진채로 들어갔는데 쌤이 요즘 어떠냐고 생활은 괜찮냐고 물어봄. 닝 친구들이 잘 챙겨줘서 괜찮다고 함.
선생님 활짝 웃으심. 걱정 많이 하셨다면서 적응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일본어도 많이 늘었다며 칭찬해주심. 쑥스러운 닝 헤헤 웃음.
괜히 닝이 걱정됐던 사무는 문 너머로 들리는 웃음소리 듣곤 다시 반 들어감.
"근데, 닝이는 부활동 할 생각없니?"
"부활동이요?"
닝은 그동안 귀가부였음. 뭐 말이 통해야 동아리를 하든 말든 하지. 애초에 수업 따라가기도 바빴던터라 생각도 못해본 주제였음.
쌤은 이제 회화도 가능하고 적응도 된 것 같으니까 하고싶은 동아리 있으면 참여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함.
닝 일단 알겠다고 생각해보겠다며 교무실 나섬.
"야, 나 동아리 드는 거 어떻게 생각해?"
"너 동아리 들게?"
"야 우리 동아리 와!!!!"
친구들한테 말하니까 다들 자기 동아리 홍보함. 제일 권유 많이 받은 건 케이팝 댄스부.
닝 일본와서 단 한번도 춤 춰본적 없는데 왜 자꾸 권유하는 지 모르겠음. 내가 춤 잘 춰보이나? 나 뚝딱인데...
"응? 닝쨩, 나랑 댄스부가자~"
"안돼. 나 케이팝 잘 모르고 춤도 못춰."
"너 한국인이잖아!"
"야.... 그거 편견이야."
"그래두..."
"무슨일인데?"
"어 린타로."
매점에서 츄펫토 사고 온 스나, 닝 자리에 여자애들 많은 것 보고 무슨일인가 싶어서 감. 아 부활동 하게?
"응. 근데 뭐 해야될 지 모르겠어. 댄스부, 요리부, 독서부 권유 들어왔는데 나 다 못하는거라..."
"댄스, 요리는 그렇다 쳐도 독서는 왜? 그냥 책 읽으면 되는 거 아냐?"
"나 한자 몰라........."
"아."
닝이 (일본어로) 말 하기 시작한 이후로 너무 익숙해져서 까먹었다. 쟤 한국인이지.
"그럼 우리부 올래?"
"너 무슨부였지?"
"배구부. 관심 좀 가지고 살아."
"미안하다. 근데 거기 여자도 받아?"
"아니 남자배구분데."
"응?"
"응."
"....."
"야!!!!!!!!!!!!!!!!!!!!!!!!!!!"
.
.
.
닝 지금 나 놀리는 거냐며 극대노함. 겁나 화내면서 스나린 등짝 때리는데 스나입장에선 1도 안아픔... 근데 멀쩡히 있다간 계속 화낼 것 같아서 아픈 척함.
"아.......나 아픈데 계속 때릴거야?"
(쒸익...ㅜ쒸익...)
"근데 저거 진심이야. 아니, ...아니! 놀리려는 거 아니고!"
매니저로 입부하면 되잖아.
그 소리에 닝 손 내림. 매니저? 응 매니저.
"뭐 하는건데?"
"음... 드링크 타고, 청소하고, 일지적고, 뭐 그런거? 대충 선수들 뒷받침해주는 역할이라 보면 돼."
"근데 나 배구 룰도 모르는데..."
"별로 안 어려워. 모르면 내가 알려줄게."
"...일단 생각 좀 해볼"
"니 매니저 할기가?"
"어 한다는데."
"아니,"
"키타상한테 먼저 물어봐야 하지 않나?"
"그래서 오늘 데리고 가려고."
"......"
결국 닝 방과후에 체육관으로 끌려감. 도망치려해도 양 옆으로 스나, 사무 있어서 꼼짝도 못할듯...
"아 이거 놔라!!!!!!!! 놔라!!!!!!!!!"
"조용히 쫌 해라."
무슨 연행당하는 사람처럼 질질 끌려가는 닝. 결국 체념한 채로 체육관 들어섬.
"니가 닝이가."
"네? 넵 맞아요....!"
머리색 특이한 선배(추정)가 묻길래 대답한 닝. 스나한테 들었다며 2층에서 보면 된다고 함. 닝 물음표됨. 예...?
"너 부활동 고민중이라고 참관하고 싶다고 말했어."
"우리가 그렇게까지 쓰레긴 아니다...."
왠지 시무룩해진 오사무... 울망하게 쳐다보길래 얼떨결에 사과함. 미안해.... 알앗음 됐따. 사무 홱 돌아섬.
2층에 앉은 닝. 생각해보니 내가 왜 사과를 했나 싶음.. 애초에 매니저 확정인듯 말했던 건 쟤들이고... 싫다해도 끌고 온건 쟤들인데...............
닝은 가만히 앉아서 밑을 내려다 봄. 가끔 스나랑 오사무가 여길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느껴짐. 살짝 눈 깜박이니 좋다고 헤실 웃음.
쟤들 진짜 순하다.......????? 역시 일본 애들은 다른가봐.
닝은 용서해주기로 함.
"어때?"
"매니저 할 거제!"
"으음...."
"...할 거제!"
"한다고? 알았어."
""키타상!""
닝은 머리짚음.................야 너네 아까 뭐랬지? 그렇게까지 쓰레기 아니라고?
"니들은 쓰레기 맞는 거 같애...."
"무슨 그런 심한 말을!"
"닝, 쓰레기라니. 그딴 말 어디서 배웠어. 아츠무야?"
"역시 매니저는 쫌 고려해봐야겠다... 츠무놈 하나로 닝이를 망칠 순...."
"아 왜 나한테 지'랄인데!!!!!!!!!"
"닥치라!"
니들한테 배운거잖아. 이 미친자들아...
닝 어이없어서 벙 쪄 있는데 아까 본 머리 특이한 선배가 옴.
"닝이라켔제."
"네? 아 네..."
"낸 키타 신스케라 한다. 여 주장이고."
"네에..."
"오늘 어땠노."
"아! 정말 멋있었어요!! 오사무나 린타로도 평소와는 다르게 열심히 하는 것 같고... 룰은 잘 모르지만 열정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키타는 경기에 대한 걸 묻는 게 아니었지만 대충 끄덕여줌. 글나.
"지금 부활동 고민중이라 켔제."
"네..."
"여기저기 잘 살펴보고 입부했음 좋겠다. 아무래도 시간을 쏟는 일이니까."
키타는 스나랑 오사무가 닝 끌고 온 거 알고있었음. 그래서 억지로 하기보단 적성에 맞는 부 찾아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줌.
닝은 키타 말 듣고 생각에 빠짐. 오늘 부활동 참관을 하면서 느낀 건 여기있는 모두가 진심이구나, 라는 것. 뭔가 가벼운 마음으로 입부해선 안 된다고 느꼈음.
이나리자키 배구부엔 매니저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어떻게든 부원들과 엮이고 싶어서 들어온 경우가 많아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피해만 주니까 다 퇴부시킨거지.
닝의 경우엔 참관이 목적이고, 스나와 오사무의 친구라 오케이였던거고. 뭐 암튼 닝은 부활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됨. 내가 여기서 책임감있게 해낼 수 있을까?
만약 제대로 해낸다고 해도, 난 언제 한국에 돌아갈 지 모르는데. 그렇게 되면 부원들에게 민폐아닐까?
"저어."
"응?"
"만약 입부하지 않더라도, 가끔 경기를 보러와도 될까요?"
비장한 닝의 모습에 키타는 살짝 웃어버림. 이게 뭐라고....
"아아니 역시 민폐겠죠? ㅠㅠ죄송합니다........!!!"
"아이다. 그것땜에 웃은거."
"그럼..."
"니 기합 바짝 들어간게 귀여워서."
닝 인지부조화 옴.... 방금 저 선배가 뭐라했지. 귀엽다는 말이 맞아? 불쌍하단 뜻 아니지? 아냐. 분명 카.와.이.라고 했어.
키타는 진짜 말그대로 하는 짓이 귀여워서 그대로 말한 것일 뿐... 하지만 그 한마디에 닝은 뚝딱이됨.
"가, 감사합니다 !!! 신스케 선배도 귀여우세요!!!!!!!!!!!!!!!!!!!!!"
닝은 뚝딱 거리며 외쳤고, 그 소리는 체육관을 울렸음.
"저 가스나 뭐라는데.... 시, 시신스케선배?"
"뒤에 귀엽다고도..........."
"....스나."
"응."
둘이 헐레벌떡 뛰어와서 한명은 닝 들고 튀고 한명은 대신 사과함... 키키키키ㅣ킷타상... 쟈가 한국인이라 이름을 자꾸 부른답니다....예.. 귀여운건 ..그니까.............
키타 괜찮다고 신경쓰지 말라함. 그리고 스나한테 대롱 매달린 닝 보고
"가끔 보러와도 된다. 절대 민폐 아니니까 죄송해 하지 말고." 라고 해줌.
닝 활짝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하려는데 밖으로 나간 스나가 더 빨랐음.... 나 감사! 까지밖에 말 안했는데...........졸지에 예의없는 닝됨.
"린타로! 나 아직 신스케 선배한테 인사 못드렸는데!"
"너... 키타상 이름으로 부르지마."
"왜?"
"원래 일본에선 성으로 부르는게 예의야. 친분있는 게 아니면."
"으응... 알았어 스나."
"아니 난,"
"닝아!!!!!!!!!!!"
"어 미야."
"?"
한편 체육관.
"니 그런말도 할 줄 아나."
"뭐를."
"귀엽다며. 게다가 구경오는 것도 허락했제. 이거 권력남용 아이가~"
"아이다. 니 못봤나."
"?"
"스나랑 오사무. 닝이라는 애 오니까 더 열심히 하드만."
"아 확실히.... 근데 키타."
"응."
"니 귀 왜 이렇게 붉노."
"....정리나 마저 해라."
기력 딸려서 여기까지만...............센세들 이나리자키 드림 써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