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닝 만난 이후로 그 계획 다 꼬여버렸으면 좋겠다. 친구가 빌려간 재료 받으려고 타과건물 들어왔다가 닝이랑 마주쳐. 약간 빈티나 보였지만 하나로 올려 묶은 머리 아래로 늘어진 몇 가닥의 머리카락과 잔머리들, 목선에 시선가는 쿠로오. 마침 친구가 나타나 재료를 건데주는데, - 저 사람 누구야? - 누구? 아~ 쟤? 같은 관데 닝이라고, 그냥 공부만 하고 재미없는 애야. 왜? - 아니. 친구와 헤어지고 중앙계단에 앉아 있었는데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닝을 발견해. - 저기요. - ....... - 저기요! 거기 회색 가디건! - ... 네? 저요? - 네. 그 쪽이요. - 왜 그러세요? 자리에서 일어나 몇 발 움직여 닝에게 다가가 쪽지 한 장을 건네주는 쿠로오. - 이거 제 전화번호에요. - .... 이걸 왜. - 그 쪽 관심 있어서요. 문자 주세요, 같이 밥 먹어요. - ....... - 전화면 더 좋고. '연락 안 할 셈인가.' 쪽지를 건네주고 일주일이 흘렀는데 닝에게서 온 연락은 일절 없었음. 다시 그 건물로 가 볼까도 했지만 굳이 갈 필요까지야 하며 될대로 되라는 생각이었음. 그 때 마침 울리는 휴대폰. 「저번에 연락처 받았던 사람인데요. 밥 먹어요.」 바로 통화버튼 누르는 쿠로오. - ....... - ? ...여보세요? - 아.. 전화하실 줄은 몰라서. - 지금 어디에요? - 도서관인데 지금 나왔어요. - 그래요? 거기서 기다려요. 제가 갈게요. 도서관에서 만나 주차장으로 향하는 둘. - 저, 밥 먹자고... - 네. 밥 먹으러 가요. - 아... 네. 그렇게 번화가로 향하던 차가 어느 레스토랑 앞에 멈춰서. - 다 왔어요. - ....... - ? 벨트 풀어줄까요? - 아, 아뇨! ... 저기요. - 네. - 여기 되게 비싼 곳 같은데.. - 뭐, 그렇게 비싸진 않아요. - ... 한데.. - 네? - 밥 사 드릴 돈.. 부족할 거 같은데요... - ... 아. 제가 살 건데? 레스토랑에 들어서 자리에 앉은 둘의 행동이 너무 달랐던 건 닝은 이런 곳이 처음이었기 때문. 괜히 자신의 차림새도 신경쓰이고 무슨 음식인지 모를 메뉴판도 생소하고, 무엇보다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쿠로오의 눈빛에 뒷목을 만지작댔던 게 여러번. - 사실 바로 연락드릴까 했었는데 알바비가 안 들어와서요... 밥 사드리기엔 돈이 부족했어요. - 제가 관심 있어서 밥 먹자고 한 건데 당연히 제가 내야죠. - 그래도... 이런 방식으론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는 듯한 행동에 괜시리 웃음 나는 쿠로오. 닝의 집까지 바래다 주겠다고 했지만 과외알바가 있다며 여기서 헤어져야 할 거 같다고 말하는 닝. 집에 바래다주면서 차 안에서 가볍게 키스하려고 했던 계획이 무너진 순간. 닝의 손을 잡고 아쉬운 듯 한 표정으로 웃는 쿠로오. - 벌써 헤어지는 거예요? - ....... - 섭섭해요. - 과외는 가야 하니까... - ....... - .. 과외 끝나고 연락 드릴게요. - 정말요? 기다릴게요. - 네... 그럼. 과외학생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 닝의 휴대폰이 울리고. 「전 닝상 여전히 맘에 드는데.」 - ....... 「닝상은 저 어때요?」 - ....... 「사귀고 싶어요.」 - ....... 운전석에 앉아 닝의 답장을 기다리던 쿠로오. 「네. 좋아요.」 - 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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