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name/46154136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신설 요청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464
이 글은 4년 전 (2021/11/03) 게시물이에요

게시된 카테고리 감성

01. 

그날 밤. 나는 파리의 한 골목 귀퉁이에 있었다.  

한 손에는 샴페인을 들고서. 내 걸음따라 비틀대며 일렁이는 강물이 예뻤다. 

그림자는 점점 길어져 나를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면 다시 내가 그림자를 앞서고, 몇 발자국 딛으면 그림자가 나를 앞서고. 

우리는 서로를 끌어주었다. 그래서 외롭지 않았는데, 그게 문제였나보다. 아니면 내 손에 들린 싸구려 샴페인이 문제였던가. 

사방이 온통 물결이었다. 그 물결같은 어둠 속에 나는 혼자였다. 이곳이 어딘지도 몰랐다. 다만 여기는 파리였다. 

냄새나는 집 앞 골목에서 한 손에 소주나 들고 나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여기는 파리였다. 나에겐 그게 제일 중요했다. 

내 좁아터진 방이 아니라, 에펠탑과, 에펠탑이 있는 파리다. 나는 그 어둠 속을 좀 더 헤매기로 했다. 

그건 낭만이었다. 축축한 이슬 냄새가 배어들고, 불어소리가 완벽한 구분을 말하는. 나는 이 길 위에 온전히 나로서 존재했다. 

아는 것이라곤 에펠탑과 파리 이름 뿐인 이곳에,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기에.  

그러나 나는 이내 관두고 말았다. 나는 혼자였다. 날 끌어줄 그림자는 사라졌다. 같은 어둠 같은 골목 같은 정취. 

그 속에 나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내 그림자는 저 어둠에 파묻힌 건지. 그림자 하나 비출 빛 조차 없었다. 그저 끝없는 어둠이 물결 치는 소리만 들렸을 뿐이다. 여기는 파리다. 내 그림자가 집어삼킨 고요한 파리다. 그게 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여기는 파리니까. 용서가 되었다. 이슬 냄새가 더욱 스미었다. 축축해진 옷깃 사이로 느껴진 온기가 나의 것이라기엔 너무 미적지근해서. 샴페인을 더 들이켰다.  

나는 싸구려 샴페인을 마시다 내 그림자에 끌려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흘러왔다. 그렇지만 여기는 파리였다.
대표 사진
낭자1
굿
4년 전
대표 사진
글쓴낭자
💓
4년 전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정보/소식팁/자료기타댓글없는글
동결건조인간
04.13 20:56 l 조회 50
샐러드에 프링글스 넣어 먹어본 있니?ㅋㅋㅋㅋ1
03.23 06:50 l 조회 104
테스트 + 논쟁 = 싸움 국룰
03.20 02:26 l 조회 88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03.15 12:51 l 조회 43
From. 소라
03.15 12:42 l 조회 38
버스킹 들으며 쓰는 글
11.16 17:26 l 조회 46 l 추천 1
글평가 부탁행ᆢㄷ1
10.04 23:59 l 조회 912
숫자 9~581 중에서 하나 골라주면4
09.28 01:22 l 조회 667
가느다란 실선 사이 쉼표 같은게2
08.19 18:33 l 조회 648 l 추천 1
화초가 죽어가고 있다. 화초에 살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라5
08.18 21:53 l 조회 509 l 추천 1
내 글 평가좀!!6
06.26 04:53 l 조회 758
Dear. My fever
04.11 17:24 l 조회 672
B
04.05 04:20 l 조회 87
이번에 김종서 노래 들어봤어?2
02.05 18:23 l 조회 160 l 추천 1
시리고픈 기억들이
01.24 20:57 l 조회 249
0
12.13 17:05 l 조회 195
수미상관
10.29 11:11 l 조회 148
희망찬 독
10.07 03:49 l 조회 144
파도
09.29 20:16 l 조회 205
한 사랑
07.15 04:09 l 조회 187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