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노페디 1번 부모님과 싸우며 들을 말 못들을 말 다 듣고선 어영부영 나오게 된 그때. 제대로 된 짐 하나 가지고 나오지 못해 집에서 겨우 가져온 요를 깔고 얇은 이불을 하나 덮었다. 평생 피우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담배를 하나 입에 물고 집에 들어와 하얀 연기가 검은 방 안을 메우던 그 때에. 잠이라도 잘 자고 싶어서 틀어놨던 노래가 방과 어찌나 안어울리던지. 귀 옆에 둔 휴대폰에서 나오는 싸구려 음질로 그나마 마음을 동여매고 제발 오늘은 일찍 잠에 들기를, 아침 해를 보며 눈을 뜰 수 있기를 바랬었다. 지독한 불면증이였다. 그렇게 밤을 세고 비척거리며 일어나면 오후 네다섯시라 또 별걸 하지 않아도 밤이 찾아왔다. 그 때의 내 삶은 온통 밤이였다. 달이 뜰때 나도 눈을 떴고 달이 눈을 감을 때 나도 눈을 감았다. 나는 아직도 적막속에선 잠에 들지 못한다. 어디 하나 집중할 곳이라도 만들어놔야 내 머릿속을 헤집는 이 못된 생각들을 떨쳐낼 수 있기에 나는 늘 내 머리맡에 휴대폰을 두고 잤다. 그 내용이 뭐가 됐던간에 나의 집중을 가져가주기라도 한다면 그 뿐이였다. 지금이야 좋은 원룸에 강아지도 옆에 있고, 눈물짓고 부른다면 달려와줄 소중한 사람이 생겼으니 뭐 괜찮아- 라고 말 할 수 있겠다만. 다시 그 때의 그 노래를 들으면 난 아직 그 작은 방의 연기가 된다. 피어오르는 연기에 발을 담구고 헤어나오지 못하는 테세우스처럼. 난 엉덩이가 아닌 발이 묶여 깊은 밤이라는 무의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름도 이제서야 알았다. 에릭사티 짐노페디. 여태까진 그저 노래에 귀를 집중시키기에 급급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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