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내 센티넬과 가이드는 약 70%확률로 유전성을 가진다는 전제. 예를 들어 s급 센티넬과 s급 센티넬이 아이를 가진다면 그 아이는 s급 센티넬로 태어날 확률 70%. 물론 30%확률로 센티넬이 아닌 일반인 또는 가이드로 태어날 가능성 있음. 가이드도 마찬가지
어릴 적 부모에게 버려진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닝. 버려진 이유는 하룻밤 실수로 생겨난 아이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부모 양쪽이 각각 a급, b급 센티넬이었는데 정작 닝은 아무런 능력도 없는 일반인으로 태어났기 때문. 센티넬로서, 혹은 가이드로서의 각성시기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이 드림 내에서는 늦어도 초등학교 들어갈 시기엔 완전한 각성까진 아니더라도 능력이 발현된다고 설정하겠음 드림 전개를 위해^^
능력이 유전성을 가진 세상에서 자녀가 높은 급의 센티넬 혹은 가이드라는건 집안 명성을 높여주는 일이었다. 센티넬도 가이드도 아닌 일반인으로 사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아주 많았지만, 유전성이 있는 만큼 센티넬 집안 혹은 가이드 집안이란 것이 존재했고 이 집안들 사이에서는 높은 급의 센티넬과 가이드 자손을 낳아 명성을 드높이는 것이 일종의 과시이자 중요한 일로 여겨졌다. 닝의 센티넬로서의 능력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몇 년이 더 흘러서도 전혀 발현되지 않았다. 닝은 양쪽 센티넬 집안에서 a급과 b급 센티넬 사이에서 태어났으면서 a급 b급 센티넬도 아닌 일반인으로 태어났고, 이는 닝이 집안에 아무런 이점도 가져다 줄 수 없는 쓸모없는 자식임을 의미했다. 그 취급이 어떨지는 불 보듯 뻔했다.
해서 끈질기게 버텼지만 결국 처음 보는 길 한복판에 버려진 자그마한 열 살 정도의 닝. 여기서 뭐해? 집 안가? 갈 곳이 없다고? 버려져? 그럼 나랑 같이 가면 되겠네. 상부에서 내려오는 간단한 임무를 위해 이동하던 중학생 나이 s급 가이드 시라부가 멀뚱히 서 있는 닝에게 손을 내밀었다. 닝이 잠깐 머뭇거리다 시라부의 손을 잡고 따라갔다. 시라부는 닝을 본거지로 데려왔다. 너 답지 않은 행동이군, 말하는 ss급 센티넬 우시지마에게 갈 곳 없이 버려진 아이니 정부군인 우리라도 데려와 임시 보호를 해야하지 않겠냐고 대꾸하는 시라부.
해서 임시보호라는 명목으로 시라부와 함께 정부군의 본거지에서 살게 된 닝. 다만 그 임시 보호라는 것도 말 그대로 '임시' 보호라서 약 한달 후 느긋하게 행정절차를 다 마치면 고아 신세가 된 닝은 고아들을 위해 따로 마련된 보호소로 가야만 했다. 그러니까 또 버려지는 것이다. 닝을 거둬 준 시라부가 직접적으로 닝을 버리는 행위가 아니라도, 이 곳을 강제로 벗어나 보호소 처분되는것 또한 닝에게는 버려지는 것과 다름 없었다. 필요 없기 때문에 또 버려지는거야. 필요없는 것. 쓸모없는 존재. 그 두가지 말들이 어린 닝의 가슴을 가득 메웠다. 새로 바뀐 잠자리며 어린 나이에 만나는 낮선 사람들 틈에서도 절대 우는 일이 없었던 닝이 한달이 되기 일주일을 남기고 시라부의 침대에서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아무리 거슬리지 않게 행동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듯 없는듯 살아도 결과는 같다. 갈 곳이 없다면 자신과 함께 가자며 손을 내밀었던 시라부에게도 난 버려진다. 나는 이 곳에 필요없는 존재. 시라부에게도 필요 없는 존재. 여기서도 내가 센티넬이었다면 필요가 있었을지 모른다. 무섭다, 싫다, 버려지는 거.
보호소에 가는 게 싫든 좋든 한 달은 금방 지나갔다. 보호소에 가기 전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온갖 검사들. 신체검사며 뭐며 하는 검사들 사이에는 센티널과 가이드, 일반인을 판별하는 검사도 있었는데 당연히 일반인인줄 알고 자랐던 닝이 알고보니 a급 센티넬이었다는게 밝혀졌다. 검사를 시행하는 도중 거짓말처럼 닝이 센티넬로서 각성을 한 것이다. 닝이 a급 센티넬이라는게 밝혀지고 보호소고 나발이고 전부 무산되고 닝은 시라부와 함께 본거지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정부군에 속하는 센티넬과 가이드는 전부 본거지에서 생활했으니까.
이번엔 버려지지 않았다. 이 곳에 계속 머무를 수 있는 명분이 생겼으니까. 이제 자신은 센티넬이었고, 쓸모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 사실이 눈물이 날 만큼 무진장 벅찼다. 계속 커가며 닝은 센티넬로서 훈련을 거듭했고, 처음 이 곳에 올 때부터 자신을 맡아 돌봐왔던 시라부는 틈틈히 훈련을 도와주었다. 마침내 닝이 임무에 투입될 만큼 자랐을 즈음엔 시라부가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너만 작성하면 끝이라는 말과 함께 내밀어진 종이는 파트너 계약 서류였다. 시라부와 닝은 호흡이 꽤 잘 맞는 축에 속했다. a급 센티넬인 닝은 훈련을 거듭하며 시라부와 같은 s급에 가까워졌고, 시라부와 닝의 파트너 동조율도 85% 이상의 높은 축에 속했다. 닝은 진심으로 기뻤다. 버려진 자신한테 손을 내밀어준 시라부에게 자신이 그만큼 쓸모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증거 같았다. 그 파트너 계약 서류는 더 이상 닝이 버려질 일 따위 없다는, 시라부와 함께해도 된다는 보증서 같았다.
닝에게 시라부는 어떤 존재일까?
버려진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 갈 곳 없이 버려졌다는 자신의 말에 그럼 나랑 같이 가면 되겠네, 정말 아무렇지 않게 손을 내밀어서 어린 닝이 흠칫 놀랄 정도였다. 사실 훌쩍 커 성인이 된 닝에게 그때의 기억은 거의 지워져있었다. 다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유별나게 오래 기억하는 잔상들은 존재했다. 가령 센티넬에 관한 두꺼운 책을 서고에서 꺼내 방으로 가던 길 마주친 어머니의 차갑다 못해 시려운 눈빛이 어린아이의 가슴에 얼마나 큰 구멍을 뚫고 헤집었는지, 마침내 버려지던 날 하릴없이 올려다 본 하늘의 구름이 얼마나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었는지, 어린 자신이 서 있던 큰 담장에 피어난 짙은 보랏빛의 나팔꽃 덩쿨 같은 것들, 내밀어진 시라부의 손이 얼마나 크게 느껴졌는지를 닝은 몇 년이 지나도 눈을 감으면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닝은 자신을 가치를 증명이라도 해야하는 것 마냥 임무에 투입될 때 마다 무모한 공격을 곧잘 했다. 닝은 타고나길 방어하는 것에 서툴렀다. 제 몸을 아낄 생각이 없어보이는 닝에게 엄히 대하는 파트너 시라부였지만 결국엔 늘 만신창이가 된 닝을 따뜻하게 품어 치료해주었다. 센티넬인 닝에게 파트너인 시라부는 엄한 스승이었고, 따스한 아버지를 대신하는 사람이었고, 닝이 어딜 향하더라도 결국 돌아가야 할 집이었다. 늘 상처투성이 몸뚱아리를 이끌고 겨우 눈동자를 굴려 시라부만을 찾아 헤맸다. 시라부 켄지로라는 사람은 이성간의 관계 연인과의 관계 그 모든 걸 넘어선 돌아가야 할 곳이었다.
뭐 하여튼 잘 살고있던 시라부랑 닝.. 어느 날 상부에서 반정부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닝을 단독 스파이로 반정부군에 투입시킨다. 그리고 반정부군에서 맺게 된 새로운 파트너 아카아시 케이지. 원래 파트너인 시라부보다 낮은 a급 가이드였지만 닝과 파트너 동조율이 90%이상이었다. 뜯겨나간 허리며 팔을 붙잡고 비틀비틀 향하면 달려와 진한 입맞춤을 건네는 아카아시가 닝은 그럴 리 없는 걸 알면서도 익숙한 숨결이라고 생각했다.
반정부군이 준비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유전의 영향을 받는 센티넬과 가이드, 일반인의 체계를 무너트리고 개혁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는 스파이 닝. 반정부군은 이미 비밀리에 센티넬과 가이드, 일반인 중 사람들 개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쪽을 스스로 택해 살아갈 수 있는 약을 개발하는 데에 성공했고, 현 정부를 몰아내고 스스로 선택하는 삶의 결정권을 모든 사람들에게 줄 것이라고 했다.
아카아시는 대대로 가이드인 집안에서 자랐고 아버지가 정부군의 주요직이었던, 말 그대로 엘리트 출신의 기대받는 가이드였지만 막 중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정부군을 벗어나 반정부군이 되었다고 했다. 아카아시는 자신이 기대받는 가이드 집안에서 그 기대에 보답하는 a급 가이드로 태어났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지는 호의를 '역겹다'고 표현했다. 그 호의는 나에 대한 호의가 아니라 내가 타고난 지위에 대한 호의야. 내가 타고난 a급 가이드라는 지위는 내가 성취한 것이 아니야. 난 단지 운이 좋아서 a급 가이드로 태어났지만 내가 만약 a급이 아니었다면? 가이드가 아닌 일반인으로 태어났다면? 그래도 사람들은 내게 전과 같은 호의를 보일까. 우린 지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해. 사람들이 단지 운 좋게 타고나길 기대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지위와 급을 성취하고 원하는 대로 자신을 바꿔나갈 수 있는 세상.
닝은 회상했다. 센티넬 집안에서 일반인으로 태어나서 겪게 된 일들. 그러다가 자신이 센티넬이라는 것이 밝혀졌을때 얼마나 기뻤는지. ...정말 기뻤어? 사실은 구역질이 날 것 같지 않았나? 눈물이 날 만큼 기뻤던 게 아니라 눈물이 날 만큼 서럽지 않았어? 줄곧 센티넬이 되고 싶었다. 어째서? 내가 센티넬에 대해 가진 마음은 동경이었을까 분노였을까. 닝에게 센티넬이 되고 싶은 마음보다 더 크게 자리잡은 것, 그것은 타고나길 센티넬과 가이드, 일반인으로 이루어진 세상 속에서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이 아니었나.
닝과 아카아시는 달랐다. 버려지는 것이 두려운 닝은 그저 버려지지 않기 위해 정부군에 있었고, 닝이 행동하는 모든 것은 센티넬로서 세상을 지키니 뭐니 하는 숭고한 의지같은게 아니라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일 뿐이었다. 아카아시는 스스로 자신의 세상을 버렸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이상을 공유하는 새 세상에 들어섰다. 아카아시를 움직이는 것은 닝과 같은 보잘것 없는 두려움따위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이고 이상이고 믿음이었다. 세상을 기필코 바꿔야 한다고, 자신이 가는 길이 옳은 길이라는 믿음.
그리고 아카아시와 닝은 이제 같은 이상을 공유했다. 닝은 아카아시 케이지에게 아주 빠르게 매료되었다. 심지어 알고보니 닝과 아카아시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아카아시의 첫사랑이 닝이었다? 아카아시는 처음부터 닝이 정부군의 스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카아시에게 흔들리는 닝을 보며 눌러오던 감정이 폭발하는 시라부? 그리고 펼쳐지는 정부군과 반정부군의 대립과 이 길 끝에서 결국 시라부와 아카아시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닝. 자신 마음 속의 이상을 좇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닝의 세상이었던 시라부가 무너지는 걸 원했던 건 절대 아니었다. 아스팔트에 스며드는 최후의 피는 누구의 것인지. 그리고 그 위 놓여진 쨍한 보랏빛 나팔꽃은 누가 두고 간 것인지.
사실 무려 약 3년전부터 시라부 성우가 부른 나팔꽃 질 무렵에 듣고 시작한 개망상..! 요약이 저 정도고 틈날 때 댓글로 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