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분위기 좋은 바에 온 닝, 후타쿠치, 그리고 두세명의 동기들. 테이블이 따로 있는 스타일의 바는 아니고- 일자로 쭈루룩 앉는 바였고, 오늘 기분이 꿀꿀했던 닝은 술이나 혼자 퍼먹으려 제일 끝자리에 앉았음. 사나운 표정으로 술을 끊임없이 마시던 닝, 옆에 앉은 후타쿠치는 닝이 걱정스러웠지만 반대편에 앉은 동기와의 대화 때문에 닝이 알아서 조절할거라 생각하고 신경을 많이 못 씀.
"야야 그만 먹어 너 뻗으면 감당 안 돼"
"돌려줘."
"싫은데?"
"아 왜-"
취하기 직전의 닝. 풀린 눈으로 위태롭게 유리잔을 들고 있는 것을 본 후타쿠치는 닝의 손에서 술잔을 빼앗아 닝의 팔이 닫지 않게 높이 팔을 듬. 인상을 잔뜩 찌푸린 닝은 후타쿠치가 높이 들고 있는 잔을 올려다 보았다가 잔에 비추는 조명과 눈이 마주쳐 눈을 돌림.
그리고 돌린 곳에 보이는 후타쿠치의 반 차있는 맥주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서 잔에 얹는데, 닝의 시선을 쫓은 후타쿠치가 순식간에 그걸 알아차리고 닝의 손 위에 손을 얹음. 힘을 줘서 잔을 빼려는데 후타쿠치가 온전히 덮어 단단하게 잡힌 왼손은 미동 없음.
"아 진짜 치사해-."
"너 뻗으면 내가 챙겨야한다니까?"
오른손도 뻗어 후타쿠치의 손 위에 올린 닝이 후타쿠치의 손가락을 떼어내려 손가락을 잡으려는데 굵고 큰 후타쿠치의 손은 손가락은 잠깐 들렸다가 다시 내려옴. 어쭈? 더 힘을 주는 후타쿠치. 잡힌 왼손은 압박감이 커져 손이 오므려지고 오른손으로는 관절이 더 올록볼록하게 느껴짐.
"야 아퍼."
"아 그래?"
얼굴 찌푸리며 말하자 잡힌 손에 피가 약간 돌정도로만 힘을 살짝 빼주는 후타쿠치. 그럼에도 맥주잔을 빼내지는 못하겠지... 이에 괴심하게 느낀 닝이 다음 타겟을 발견. 후타쿠치가 아직 높에 잡고 있는 닝의 작은 술잔을 발견. 닝은 후타쿠치의 팔꿈치를 치듯이 얹어 확 내리니 살짝 흔들리는 팔. 그 반동에 술잔에서 술이 넘쳐서 후타쿠치의 손을 적심. 넘쳐서 끈적끈적해진 손을 보고 인상을 찌푸린 후타쿠치. "아이 이 치사한-." 후타쿠치의 찌푸린 얼굴을 보며 히- 웃은 닝. 그에 후타쿠치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젖다가도 따라서 웃음.
"그나저나 역시 켄지 손 되게 크구나. 역시 배구 해서 그런가."
"왜. 이 오빠 섹시하냐?"
씨익 웃는 후타쿠치에 쿡쿡 웃는 닝. 말 하기 시작하니까 확실히 혼자 마실 땐 구분 안 가던 취기가 올라와 기분이 더 붕뜨는게 느껴짐.
"친구 좋다는게 뭐냐. 뭔 일인지나 말해봐 혼자 달리지 말고."
"맨정신으로 말이 안 나오니까 그러는거 잖아, 켄지."
"너 충분히 제정신 아닌 것 같은데"
놀리려고 뺀질거리는 켄지. 얼굴은 반반해가지고 닝 승부욕 자극함. 알딸딸하게 술취하니까 평소에 절대 넘지 않았던 친구의 선을 넘겨서라도 꺽고 싶어진 닝. 후타쿠치가 손 닦는다며 내려놓았던 술잔을 살짝 입에 털어놓으며 말하는 말.
"...켄지."
"왜."
"남자는 손 크면 다른데도 커?"
"뭐??"
"왜 못 알아들어- 너-."
닝의 입을 틀어막은 후타쿠치. 공교롭게 아까 술이 넘친 손이었고- 입술을 달싹 거리던 닝이 달짝지근한 향이 나는 손을 앙 깨물자 후타쿠치는 열이 확 오르겠지. 손을 때려다가 손바닥 우물우물 거리니 느껴지는 물컹한 혀라든가 입술이라든가 딱딱한 이 라든가 비교적 제정신인 후타쿠치한테는 더 극적으로 다가오는 여러 감각들. 그에 후타쿠치 귓바퀴가 잔뜩 붉어진 채로 손을 때려고 하는데 닝이 자신의 손이 덮이지 않은 유일한 부위인 눈을 휘어접으니까 "알았어 내가 졌어" 얼굴 잔뜩 붉어진채로 말하는 거 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