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로 후시구로 토우지 보고싶다 닝이랑 거의 사실혼 수준으로 같이 살다가 닝 혼자 지쳐서 나가 떨어졌을듯 후시구로 늘 그렇듯이 눈물 뚝뚝 흘리면서 집 나가는 닝 붙잡지도 않고 고개 떨군 채 다 식어버린 커피잔만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 듯 아직 어린 메구미만 닝 바짓가랑이 붙잡고 누나 어디가? 하면서 매달림 닝은 자기가 더 울고 있으면서 메구미보고 울지마. 누나 가끔 올게, 응? 약속해. 이러면서 새끼손가락 내밀고 꼭꼭 힘겹게 웃어줌 닝은 토우지랑 헤어진 이후 똥차였다고 욕하면서도 함께 지내온 시간들 때문인지 금방 잊고 아무렇지 않게 살 수가 없음. 눈 감으면 자꾸 생각나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만 나오니까 결국 일에 몰두하는 닝... 직장 동료들이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말려도 해쓱한 얼굴로 괜찮다며 그저 컴퓨터 화면만 보고있음. 원래 몸이 허약했던 닝이 쓰러지는건 당연한 일이었지 한번이 두번이 되고, 두번이 세번이 됨. 몸 챙기지 않고 일만 죽도록 하는 닝이 눈떠보니 병원이었다 하는 상황도 슬슬 익숙해질 즈음 이상함을 깨달았을 거임 병원 침대 옆 협탁에 놓인 건강보조제들. 무심한 듯 쪽지 하나 없이 약국 봉투에 담겨 굴러다니고 있었음. 한 번은 자신을 병원으로 옮겨준 직장 동료들이 사다 준줄 알고 고맙다며 이런저런 것들을 감사표시로 챙겨줬지만, 두번째 닝이 유명한 빵집의 케이크를 사다주며 감사하지만 이제 보조제는 챙겨주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에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며 고개를 기울이는 동료를 보고 표정을 굳혔겠지 하지만 누가 사다줬는지 도통 알 길이 없어 이상하다고만 생각하고 있을 때였음 닝이 세번째 과로로 쓰러지고 늦은 밤 회사를 순찰하던 경비가 그런 닝을 발견해 응급실로 옮겨짐. 비몽사몽한 정신에 차마 눈도 못뜨고 어수선한 소음에 그저 아, 나 또 쓰러졌구나. 여기는 병원이구나 생각할 뿐이었음 그 때 들리는 발자국 소리 저벅 저벅 지나가겠거니 생각과는 다르게 이름모를 누군가는 닝의 침대앞에 멈춰섰음. 본능적으로 의사나 간호사가 아님을 직감하고 애써 뻐근한 머리를 굴리는데 익숙한 한숨소리가 들려올 듯 이어서 부스럭 거리는 무언가가 협탁에 놓이는 소리가 들려옴. 정체모를 그 사람은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그저 침대 옆자리를 지키다가, 몇 십분이 흘렀을까. 눈 감은 닝의 머리를 잔뜩 헤집고는 홀연히 그 자리를 떠났음. 투박한 손길에서 향수가 느껴졌음.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끼고는 몸을 일으켜 잔뜩 붉어진 눈시울로 주위를 살피는데 협탁에 덩그러니 놓여진 건강보조제들. 닝은 그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희미한 담배냄새를 맡을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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