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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때 출석번호를 키 순서대로 했는데 내 번호는 3번이었다.
그러니까 반에서 3번째로 작았다는 얘기다.
나중에 졸업할 때 5번이었던 애의 키가 내 어깨쯤 오는 걸 보면
내 키는 중학생 때 10~15cm가량 자랐다고 볼 수 있겠다.
유난히 내성적이었던 나는..ㅎ..
같은 버스를 타는 하교친구들이 따로 있었지만
짧은 머리 때문인지(?) 나를 동류로 느낀 친구들과 더 가깝게 지냈다.
CA라는 특별활동 과목이 있었는데
예를 들어, 방송부, 뜨개질부, 만화그리기부 같은 취미활동을 하는 과목이었다.
다른 반 친구들과 함께 하는 과목이기 때문에 나름 신중하게 선택해야 했고
나는 뭐였더라?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밖으로 놀러다니는? 부를 선택했다.
CA시간이 되면 한 교실에 모여 영화를 보거나
소풍을 가거나 했었다.
(알고보면 영화감상부 였던 걸까?)
그리고 이쯤에서 첫사랑 얘기가 시작된다.
첫사랑에 대한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첫 연애가 첫사랑인 사람이 있고, 정말 처음 좋아한 사람이 첫사랑일 수도 있다.
좋아하는 깊이에 따라 첫사랑으로 치지 않을 수도 있을테고.
솔직히 여기서 내가 첫사랑이라고 언급하는 아이와 나는 별로 접점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걸 첫사랑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어떤지 고민을 했지만
여지없이 첫사랑이지 뭐, 싶다.
시작은 이러했다.
언젠가부터 그 아이는 우리반에 자주 놀러왔었는데
그 무렵 나랑 적당히 친해진? 친구를 만나러 왔었다.
나는 제일 뒷자리였고 쉬는 시간이라 늘 그러하듯 엎드려 있었다.
뒷쪽 사물함에서 둘은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나는 저주와도 같은 그 말을 듣고 말았다.
"나 쟤랑 친해지고 싶어."
나는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에 너무나도 약하다.
누군가가 보내는 관심이 두려우면서도 너무나도 설레고 좋다.
혹시나 내가 착각하는 건가? 머리가 복잡했다.
내 얘기가 아닌데 혼자 이러는 걸까봐, 무안해질 상황이 겁나면서도
주변에는 나밖에 없다는 걸 확인했다.
그래서 나는 그 애를 따라 CA부를 들어간 것이다.
(그 아이와 얘기 나눴던 같은 반 친구에게 정보를 듣고 같이 들어갔다.)
나는 온통 그 애만 생각했다.
그 애를 보기 위해자주 그 반을 찾아가고,
화장실 바로 앞에 있는 그 애의 교실을 자연스레 지나가기 위해
쉬는시간마다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다행히 그 애의 반에는 나랑 친한 애들이 많았고
덕분에 얼굴을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중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이 된 적은 없었다.
근데, 그 애가 친해지고 싶다고 했는데 뭐가 문제지?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 애와 내가 인사하거나 잠깐 얘기 나누는 그 이상으로 친해지는 일은 없었다.
머지않아 그 애가 다른 애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아니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그래도 그 애가 좋았다.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그 이후로 내가 그 애를 좋아하는 마음은
어디로도 줄 수 없는 상태로 끝을 맺어야만 했다.
중학교 3년 내내
혹은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어느정도는
그 애를 생각했다.
그러나,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차차 멀어지게 되는 게 이치다.
마지막쯤은 그 애를 좋아했던 내 마음에 대한 반쯤 의리로 붙잡고 있다가
나도 내 현생이 있으니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으로
첫사랑은 그제서야 끝이 났다.
음.. 아까 저주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나는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을 저주라고 여겼다.
[상대방이 먼저 관심을 갖고 다가오면
나는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슬며시 마음이 생기게 된다.
근데 그 때는 이미 상대는 가고 없는 그런 상황이 펼쳐진다.]
사람을 참 좋아해서 마음을 이미 열어놓고도
열린 마음을 잘 보여주지 못하는 나는
가끔씩, 그 애와 같은 애들을 맞닥뜨리곤 해서
고등학생부터 시작해서 20대를 걸쳐
2-3번 정도 더 그런 상황을 겪었던 것 같다.
이 정도면 저주라고 해도 되는 거겠지?
그 때문인지 나는 연애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나 연애 안해~ 라기 보단, 내가 연애를? 내가?
이런 느낌에 더 가까웠다.
대학생 때는 졸업하고 만나야지,
졸업하고 나서는 직장 다니면 만나야지,
직장을 다닐 때는 또 어떤 핑계를 댔더라.
그냥, 누군가를 향한 내 마음이 길을 잃는 게 너무 싫었다.
누군가와 사귄 뒤 언젠가 헤어지는 상황이 오는 게 싫었다.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게 무서웠다.
나는 그게 너무나도 어렵게 느껴졌고
책임 질 수 없는 것에 발을 들이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지금은 아니지만
꽤나 나이가 먹도록 모쏠이었다는 얘기.
읽어줘서 고마워.
추천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