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랑은 우연이었다. 모든 사랑은 그런 것이라고. 흔한 사랑이 되기 싫어서 우리의 사랑에 온갖 우연을 붙였다. 끝나면 이별은 아픔을 가르쳐주는 거라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닌 품평들을 쏟아냈다. 그것에 질려 떠나고. 사랑도 사람 나름이었다. 주말 이른 아침 들뜬 마음으로 준비해서 가던 예쁜 카페 맛집이 이젠 지루하다고 생각되고 변했다는 걸 감지한 순간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랑은 감정이 아닌 약속이었으므로. 철없이 감정에 빠져서 바보같이 실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을 할 거야. 내 속에 심장이 빠른 속도로 불살라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잘 보이고 싶었다. 내 앞의 남자는 내 눈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지 않았다. 내 눈을 보는 시간 보다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자면 행동 하나 하나 제어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 입장에서 보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사랑할 수 있었다. 사랑하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점점 형식적이 되었고 손가락 마디 마디에 실이 생겨 행동 하나 하나 제어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옭아매여 숨이 안 쉬어지는 기분. 이건 순전히 내 기분이었다. 사랑을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무기력한 일상을 찌르고 들어와 옭아매던 줄가닥을 아무렇지 않게 끊어내버린 사랑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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