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글주의 예쁘고 성격 좋은 닝은 오이카와의 오래된 팬이야. 오이카와는 일찍이부터 그런 닝을 알아보고 "닝짱~! 오늘은 왔네~? 어젠 안와서 서운했어ㅠ" "힝... 보고싶었어! 닝짱은 나 안 보고 싶었어?!" "...나도 닝짱이 좋아." 닝은 오이카와의 여우짓에 홀라당 넘어가버리고... 결국 둘은 사귀게 됐어. 닝은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니까 너무 행복했는데 오이카와는 별 감흥 없었어. 닝보다 예쁘고 착한 애들은 널렸으니까. 잘생기고 매너 좋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 거지. "닝짱은 피곤해...." 하아, 저번에 갔던 카페는 ㅇㅇ짱이랑도 가고 ㅁㅁ짱이랑도 갔는데 별로였거든? 여자애들은 왜 그런델 좋아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그리고 나한테 바라는 것도 없어보여. 그런 애들이 헤어지고 나면 은근 집착이 심하다니까! "으악!! 아파! ...이와짱?!" 오이카와는 툴툴거리며 이와이즈미에게 닝의 험담을 늘어놓아. 뒤늦게 닝의 존재를 눈치챈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등짝을 갈겼지만 오이카와는 이미 상처될 만한 말을 다 뱉고 난 뒤였어. "...." 닝은 말없이 오이카와를 바라 봐. 당황해하는 오이카와. 오이카와는 닝의 등장에 어쩔 줄 몰라하다가 적반하장 식으로 얘기해. "흥, 미안한데 방금 말들은 다 사실이야! 닝짱은 넘 착해서 재미가 없달까나..? 뭐 사귀면서 편한 것도 있었지만..." 닝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의지와 상관 없이 눈물이 양볼을 타고 흘러내려. 오이카와는 덤덤히 우는 닝의 모습을 보고 움찔하지만 애써 못본 척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어. "어이, 닝..!!" 닝은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가고 벤츠 이와짱은 닝을 따라 가. 얄미운 쿠소카와를 패주는 일보다 닝을 달래주는 게 먼저니까. "그... 미안하다. 저런 게 내 친구라서." 도리도리. 자신을 한참을 달래주던 이와이즈미에게 닝은 애써 웃어보이며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길을 나서. "....?" "이거 떨어졌다." 터벅. 터...벅? 닝은 가로등 빛을 모두 흡수한 것 같은 남자를 바라 봐. 오이카와가 자주 보는 잡지에 실려있던 소년. 닝은 그가 조심히 쥐고 있는 키링에 시선이 가. "우시지마..." 맥아리 없이 나오는 얇은 목소리가 나와. 눈물에 잠긴 목이 야속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닝은 한 때 오이카와와 커플로 맞췄던 배구공 모양의 키링을 바라 봐. 오이카와는 끝내 잃어버렸지만 자신은 소중히 간직했던.... "흐으윽...." 닝은 또다시 흐르는 눈물에 끝내 주저 앉아. 그만 울고 싶은데 멈추지 않아. "울지 마라." 우시지마의 저음이 전보다 가깝게 들려. 닝이 푹 숙인 고개를 살짝 들자 호박색의 눈동자가 자신을 비춰. 고작 이런 걸로... 쭈그려 앉는 거야? 멀대 같이 큰 남자를 자신과 비슷한 눈높이에서 바라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어. "...괜찮은가?" 자세히 보니 그는 꽤 긴장한 것 같아. 찬찬히 내 모습을 살펴 봐. 오이카와도 이렇게 가까이 본 적 없었던 닝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서려다, 우시지마가 그랬던 것처럼 닝은 차근히 그를 살펴. "....?" 그러자 그의 얼굴에 작은 물음표가 생겨. 왜? 나를? 우시지마는 꼭 이렇게 말하는 거 같아. 닝은 웃음이 나오려던 걸 참아. 오이카와 달리 얼굴에 표정이 그대로 나타나는 타입인가? 그치만 가까이서 봐야 알겠는 걸. 멀리서 보면 뭐가 다른 건지 하나도 모를 거 같아. 닝은 오이카와랑 헤어졌어도 습관적으로 그를 떠올리는 게 속 쓰리긴 하지만 왜인지 전보다 기분이 좋아졌어. "이제야 웃는군." 뭐래. 자기도 웃고 있으면서. 닝은 가까이서 봐야 볼 수 있는 우시지마의 미소가 오래 보고 싶어 깔끔히 뒷말을 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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