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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심 그만받기 설정 안 했는데도 자동으로 되네요... 댓글 남겨주시는 거 좋아합니다...!! 안녕하세요, 거의 두 달만에 또 글을 쓰네요 이번엔 이성애자인 동료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손절당한 이야기입니다 이전에 마음을 접으려고 썼던 글에 이어서입니다 이번에도 글이 깁니다 https://instiz.net/name/49347530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밝히고 싶은 건, 저는 제가 마음을 털어놓은 걸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결과를 봐도 그렇고, 또 제 마음이 버거워서 그 짐을 내려놓고 싶다는 이기심이 컸다는 걸 저도 잘 알고, 많이 후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원하는 친구 관계조차 맺기 힘들었던 그 친구에 대한 마음이 너무 힘들었었기에, 나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되긴 합니다 이런 커뮤에 글을 쓰기에도 좀 부끄러울 정도지만, 일반을 짝사랑하면서 좌절한 적이 있을 저와 비슷한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 그냥 써 보려 합니다 -- 두달 전 인티에 글을 쓰고 접으려고 노력하던 중 (그래도 계속 마주치니 사실 마음 정리도 너무 힘들었습니다만) 5월 말에 그 친구가 저녁에 커피 한 잔 하자고 부르더군요 평소에 먼저 보자는 말을 잘 안하던 터라 뭘까 생각하며 같이 바닷가에 있는 카페에 갔습니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6월 말까지 일하고 그만두려 한다, 다른 사람들한텐 나중에 말해도 너한테는 미리 말해줘야 할 것 같았다고 하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멍했지만,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그럼 그만두는 날에는 편지를 남기든 어떻게든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 글에서 썼듯 짝사랑은 물론이고 친해지는 것도 어려웠기에 너무 힘들었고, 또 제가 게이라는 걸 숨기고 호감이 있는 걸 숨긴 죄책감도 너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친구의 20년지기 친구 A랑 같이 셋이서 술을 마실 일이 있었습니다 친구는 나중에 취해서 먼저 집에 가고 A와 둘이 더 마셨는데, 친구에 대해 얘기하다 해 주는 말이 어릴 적 가정 불화로 인해 힘들었어서 소심하기도 하고 어떨 땐 매우 이기적일 때도 있다, 그렇지만 저에 대해 얘기할 땐 회사에서 혼자 힘들었는데 제가 도와줘서 많이 편해졌다며 좋은 얘기만 했다고 하더군요 그 전에도 친구가 술에 취했을 때 저보고 자기는 사람을 오래 보고 사귄다, 저는 자기 친한 친구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고 말해 주기도 했었습니다 다만 저는 친구 관계란 게 좀 더 깊어지길 바랬었지요 힘들 때 제게 좀 기댔으면 좋겠고 그냥 편하게 좀 불러줬음 좋겠고, 근데 그게 제 마음처럼 안 되니 혼자 관계에 대해 힘들어했던 것 같습니다 다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다 패착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더 친해지면 됐을 건데, 이제 친구가 일을 그만두면 보기도 힘들어질 테니 제가 마음을 얘기하면 친구가 저와 계속 친구를 할지 아니면 안 볼지를 정할 거고 그거면 다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못 보게 되면 정말 슬플 거라는 생각은 못 한 채로요 ㅋㅋ...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현충일 즈음이었을 겁니다 그날은 비도 많이 오고 하루종일 뭔가 일이 잘 안 풀렸었어요 지친채로 집에 돌아왔는데 10시가 넘어 그 친구와 카톡하다가 자기 동네로 와서 A랑 같이 술을 마실지 물어보길래 바로 간다고 했습니다 1시 넘어서까지 마시다가 A를 먼저 보내고 이 친구와 포차에 술을 더 마시러 갔습니다 자기가 회사에서 힘든 게 있으면 제게 말하듯 저도 업무 때문에 힘든 게 있음 얘기해라길래 나는 업무 때문에 힘든 건 없다, 다만 너에게 아직 말을 못해 미안한 게 있는데 얘기하면 친구 사이가 깨질 수도 있어서 너가 그만둘 때 얘기하려 한다, 하고 술김에 말해 버렸습니다 당연하지만 자기는 다 들어줄 수 있다, 무슨 얘기든 해도 된다며 그러길래 취한 상태기도 하다 보니 한참을 뜸을 들이다가 커밍아웃부터 했습니다 좀 놀라하긴 했지만 괜찮다,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건데 자기는 이해한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또 있기도 했다고 얘기해주길래 이미 좀 질질 짜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그러면 좋아하는 사람은 있냐, 고 묻길래 그냥 뱉어내듯이 '너' 라고 대답을 해 버렸습니다 많이 당황해하고 놀라더군요 그러니까 나를 사랑한다는 거냐, 하길래 맞다, 그렇지만 너가 게이가 아닌 걸 알기 때문에 그냥 내 마음만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어떤 다른 관계가 되고 싶지도 않고 지금처럼 좋은 친구로 남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놀라하면서 일단 자기가 못 받아주고 차게 돼서 미안하다고 얘기하던 친구, 펑펑 울었던 저 그 날은 잊지를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자기는 저를 계속 친한 친구로 생각한다고 말해줬고 저는 고맙다고 얘기하곤 아침이 될 때까지 같이 술을 더 마시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다음 날 마주쳤을 때, 그는 저를 무시했습니다 멀리서 걸어가길래 손을 흔들며 불렀는데 그냥 가더군요 못 봤나 싶어 다시 불렀는데 분명히 쳐다봐놓곤 그냥 걸어가는 겁니다 뭐지 싶어서 따라갔더니 휴게실에 혼자 엎드려 있더군요 뭔가 잘못됐다 생각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사람이 저를 없는 사람 취급한다는 게 너무 힘들고 맥이 빠져 그 날은 연차를 쓰고 아침에 바로 집에 와서 쉬었는데 제가 평소처럼 대해야만 이 친구도 저를 편하게 다시 생각할까 싶어, 친구 집 근처에서 담배 한 대 피자고 불러내기도 했는데 차는 주차장에 대어져 있는데도 집에 없다고 안 나오고 그 뒤로도 그냥 저를 완전히 무시했어요 장문의 문자를 두어번 보내보기도 했고... 당연하지만 만나달라는 그런 게 아닌 많이 놀라고 당황했을 거 안다 미안하다, 그렇지만 생각이 정리가 좀 되면 다시 한번 터놓고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그런 내용과 심지어는 아무래도 내가 너랑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어서 그걸 좋아하는 마음이랑 헷갈린 거 같다며 고백을 취소해보려까지 했었어요 그러나 돌아오는 답장은 뭘 기대한 거냐며 사람 부담주지 마라는 말, 그리고 나중엔 자기가 퇴사할 때까지 사적인 연락 말고 동료 대 동료로 지내자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론 어떻게든 그 친구에게 너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다, 내가 너한테 이전에도 그렇고 잘못한 게 뭐가 있었으며 실수한 것도 없었지 않냐, 그날 그 자리에서 얘기해줬듯 제발 친구로 남아달라고 전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조를 바꿔가며 최대한 피하고 있던 도중 회사에 제가 커밍아웃을 한 사람들이 몇 있는데 그 형들을 B, C, D로 하겠습니다 B, C는 같은 부서에 일하는 형들이고 D는 퇴사한 형인데 저와 그 친구 모두와 친했던 형이에요 D 형과는 퇴사하고도 자주 연락해 왔고 제가 요즘 너무 힘들어하는 걸 알다 보니 저녁에 술 한잔 하자고 부르더군요 제 얘기를 쭉 듣더니 자기가 그럼 안부인사 겸 친구에게 전화해 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걸더군요 저랑 같이 있다고 말하진 않고요 어떻게 지내냐, 고생 많았다 등 얘기를 하다 그래, 얘랑은 퇴사하고도 연락하고 지낼 거냐며 물어보더라구요 제가 D형에게도 커밍아웃 했던 거도 이 친구한테 말함으로서 좀 더 편하게 말할 수 있게 만들고요 스피커폰으로 해 놓아 줘서 그 친구 목소리로 말을 직접 듣는데 연락은 아마 안할 것 같다, 로 시작해 회사에서 같이 일하며 업무적으로 제가 마음에 안 들었던 것들에 대해 욕하며 고백받은 얘기도 하고는 너무 당황했지만 그 상황에서 뭘 하지는 못하겠더라, 그런데 하루이틀 간 멍하게 생각해 봐도 이건 아닌 것 같았다고 얘기하더군요 회사를 사실 더 다녀도 되는 건데 이렇게 된 거에 제 탓도 있다며 "제가 피해자 아닙니까 형님" 이라고 하는데 제가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이 저렇게 얘기하는 걸 들으니 진짜 마음이 너무 안 좋았네요 ㅎㅎ... 거기에다가 나중에 친구가 퇴사하고 D형과 다른 회사사람 하나와 같이 셋이 술을 마셨다는데, 이 친구가 B, C형들과도 친했다 보니 제가 고백했다는 걸 얘기를 했었다고 술자리에서 말하더랍니다 물론 B, C형들은 제가 자기들에게 미리 커밍아웃 했었다는 건 이 친구한테 말 안했었는데도요 제가 이 형들에게 미리 말을 안 했었으면 회사에서 아웃팅 당할 수도 있었겠죠? D형과 친구와 같이 술을 마신 회사사람도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고 다닐 성격은 아니라 다행이다 싶고요 여담이지만 B, C 형들도 완전한 일반이고, 저에게 고백은 하면 안 됐다고 말해준 사람들인데 친구가 이 형들에게 제 얘기를 하자 미 아니냐, 돌았다느니 하며 그냥 동조해줬다고 합니다 일반이니까 뭐 그렇게 행동하는 게 맞았...겠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는 아, 내가 믿던 저 형들도 그래도 내 편을 조금이라도 들어주지도 않았구나 하는 그런 씁쓸한 마음 + 뭔가 이전보다는 선을 긋는 것 같은 형들의 태도 때문에 저도 이젠 그냥 말을 잘 안 하게 되었기도 해요 커밍아웃도... 그 자리에서 욕하는 사람들보단 듣고 난 뒤부터 서서히 거리를 두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그쵸? ㅎㅎ 이 모든 일들이 지나고, 거의 한달간 안 보다가 어제 저녁에 사장 소장과 저 친구 넷이서 술자리가 있어 오랜만에 보게 됐는데 정말 자리가 많이 불편하긴 했습니다 여전히 잘생기고 멋진 사람이지만, 이젠 저를 친구로도, 아니 그냥 신경 자체를 쓰지 않는다는 그 비참한 기분... 마지막에 헤어질 때까지도 그냥 저랑 둘이 있을 자리를 피해 자기 차로 달려가버리는 걸 보고 더 기분이... 어제는 그렇게 집에 돌아와 정말 펑펑 울었습니다 꺽꺽대며 오열했어요 이 모든 상황이 너무 싫고 힘들어서요 다시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큰, 그 모든 말을 듣고도 아직도 미워하지 못하겠는 그 친구 생각에도, 커밍아웃과 고백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을 못 했던 스스로에게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데 뭐가 어떠냐라고 했던 친구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건 결국 나는 사람을 내가 마음이 가는 데로 좋아하면 안 되는 거였다는 그 자책감과 우정을 배신당했다고 느낄 그 친구에 대한 미안한 마음 그 모든 것들에 너무 지쳐 인생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2월 중순, 처음 이 친구를 좋아하게 된 후로 다섯달간 살은 15키로가 빠지고 잠도 너무 많이 자거나 계속 깨거나 하고, 이전에 갖고 있던 취미도 한동안 거의 흥미가 없어져 안 하게 되었습니다 자책감이 너무 커 자해도 해보고, 안 좋은 생각도 가끔 들 정도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너무 컸네요 사람을 너무 사무치게 좋아하게 됐지만, 인연이 아닌 사람을 어떻게든 붙잡아 보려 하니 결국은 다 망가져버린 게 되었지요 모든 사람이 그런 깊은 진심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줄 수는 없다고 미국인 게이 친구가 다독거려 주네요 자업자득일까요? ㅋㅋ 결론을 어떻게 내야 할 지는 모르겠는데 더 좋은 사람을 언젠가 만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현재는 그냥 무지무지 힘듭니다 아직도 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과 친구였을 때로 너무 돌아가고 싶고 그렇네요 ㅎㅎ 다만 앞으로는 짝사랑은 절대 안하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3줄요약 : 1. 짝사랑하던 일반 동료에게 고백함 (사귀자 X, 마음만 얘기) 2. 다음날부터 손절당함 3. 일반 짝사랑은 제발 처음부터 접어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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