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분명 아무런 생각이 없었을텐데도. 난 나도 모르게 당신과 함께 하는 미래를 꿈꿨다. 당신이 천천히 눈을 꿈뻑이며 내 눈을 응시할 때. 가끔씩 의미없는 장난을 치며 짓궂게 웃을 때. 갑자기 신이 나서 쉴 새 없이 이야길 꺼내놓을 때. 천천히 그늘지는 속눈썹이 예뻐서. 까르르 공기 중에 흩어지는 웃음소리가 귀여워서.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가 왠지 간지러워서. 나도 모르게, 나 혼자 당신과 함께 하는 미래를 꿈꾸고 이내 좌절하고, 슬퍼했다가 화를 내기도 하고, 또 싸늘 해지기를 반복한다. 당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당신을 한없이 원망하다가. 때로는 당신을 뜨겁게 원하고. 때로는 당신을 차갑게 외면한다. 이 모든 것들이 나 혼자만의 몫임을. 당신에게 난 좋은 지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너무 잘 알아서. 나도 모르게 꿈꾸었던 당신과의 미래를 철저하게 무너 뜨리지만. 당신의 연락이 오면 나는 결국 다시, 그 처절하게 슬픈 꿈을 다시 쌓아 올리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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