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자이 오사무 : 인간실격 2. '사귀어주세요’가 아니라 ‘결혼합시다’라니. 그래서 난 동정하는 줄 알고 못되게 말했어요. “당신 같은 밋밋한 사람하고 같이 살아도 재미없을 거예요. 나는 멋있는 남자를 좋아해요.” 그때는 마음이 어두울 때라 착한 신이치로 씨를 상처 입히고 싶었던 거예요. 하지만 신이치로 씨는 상처는커녕 언제나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어디로 가고, 빙긋 이 웃으며 당당하게 이렇게 대답했어요. “멋있어지겠습니다. 약속합니다. 지금은 밋밋해 보이겠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반드시 로맨스 그레이의 멋진 남자가 되겠습니다.”
- 아오야마 미치코 :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3. "얼마나 좋아?" "봄날의 곰만큼 좋아." "봄날의 곰?" (...) "네가 봄날 들판을 혼자서 걸어가는데, 저편에서 벨벳 같은 털을 가진 눈이 부리부리한 귀여운 새끼 곰이 다가와 그리고 네게 이렇게 말해, ‘오늘은, 아가씨, 나랑 같이 뒹굴지 않을래요?‘ 그리고 너랑 새끼 곰은 서로를 끌어안고 토끼풀이 무성한 언덕 비탈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하루 종일 놀아. 그런 거, 멋지잖아?˝ "정말로 멋져." "그 정도로 네가 좋아."
- 무라카미 하루키 : 노르웨이의 숲 4. “첫사랑을 끝내는 방법이 뭔지 알아? 현실의 첫사랑 상대를 통해 환상을 폭파시키는 거야. 그렇잖아. 내 첫사랑은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니까. 그걸 파괴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그 사람이 얼마나 하찮은지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겪어 보는 수밖에 없지.”
- 무라타 사야카 : 무성 교실 5. “추억을 만들자.” “응?”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희망을 끌어낸다. “결국 잃는다 하더라도 그 사이에 웃으며 지낼 수 있다면, 그것도 분명 아주 의미 있는 일이겠지. 슬픔을 없앨 수는 없어. 하지만 슬픔을 능가할 행복을 찾아낸다면 분명 이 세상에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거야. (...) 우리도 마지막으로 그런 기적 같은 시간을 보내자.”
- 후지마루 :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6. '(...) 여긴 누가 더 슬픈지 재 보는 곳이 아니야. 이곳은 말이야, 살다가 지친 사람들이 와서 치유하고 다시 태어나는 곳이라고. (...)' 사람이란 모두 이렇게 괴로움을 맛보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 세상에 있는 온갖 멋진 에너지를 받아 해맑게 웃기 위해 사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 줄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리고 눈물과 함께 마음속에 응어리처럼 남아 있던 슬픔 덩어리가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이제 다시는 오지 마.'
- 오가와 이토 : 이 슬픔이 슬픈채로 끝나지 않기를 7.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용서해 주었으면 좋겠다. 빗살 사이에 낀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걷어 내듯, 내 마음에 끼어 있는 검은 실오라기들을 누군가 손가락으로 집어내 쓰레기통에 버려 주었으면 좋겠다. …… 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들뿐이구나. 남에게 해 주고 싶은 것 따위는, 무엇 하나 떠올리지도 못하는 주제에.
- 와타야 리사 :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8. 오늘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내일은 모르겠다.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다는 공포에서 도망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달아나고 싶었다.
-나가우라 교 : 언더독스 9. 열아홉 살 무렵의 나는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거의 알지 못했고, 당연히 타인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래도 기쁨이나 슬픔이 뭔지는 대충 알고 있다고 내 딴은 생각했었다. 다만 기쁨과 슬픔 사이에 있는 수많은 현상을, 그것들의 위치관계를 아직 잘 분간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종종 나를 몹시 불안하고 무력하게 만들었다.
- 무라카미 하루키 : 일인칭 단수 10. 나는 가능한 한 그녀의 시야 안에 머물기 위해 신경을 써왔다. (...) 그러나 중대한 문제는 그녀가 이 부분에 대해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지닌 보기 드문 매력은 커녕 내 존재 그 자체에 대해 말이다. 이렇게 늘 마주치는데도. “뭐, 어쩌다 지나가던 길이었어.”라는 대사를 목에서 피가 날 정도로 반복하는 나에게, 그녀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선배, 또 만났네요!” 그게 다였다.
-모리미 토미히코 :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11. 사랑을 하게 되면, 항상 전력으로 질주하는 나지만, 구름진 하늘 틈 사이로 보이는 별들처럼, 지금 같은 대화를 나눌 때마다, 조금씩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네.
-요시모토 바나나 : 키친 12. 조금 있자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일어났다. 이런 외진 장소에 용건이 있는 사람은, 게다가 뛰어올 사람은 거의 없을 터였다. (...) 내게는 1초가 아까울 만큼 달려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었다. 나도 어느새 통로를 뛰어가고 있었다. 보고 싶어서. 보고 싶어서. 지금 1초가, 아까워서.
- 이치조 미사키 :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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