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임버스 세계관 내맘대로 날조함
닝한테는 중학생때쯤 발현한 네임이 몸에 있었겠지
감추기라도 하듯 허벅지 안쪽에 새겨진 '후루야 레이'라는 이름이
닝은 딱히 네임에 엄청난 낭만을 가진다거나 그런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네이머인 이상 자신의 네임이 궁금할 수 밖에 없겠지. 나서서 찾아보거나 하진 않았지만 주변에서 비슷한 이름이 들려오거나 하면 귀를 쫑긋하게 되는건 어쩔 수 없었을 듯. 하지만 다른 지역에라도 사는건지 후루야 레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좀처럼 찾지 못할 것 같음
그냥 살다 보면 언젠가 한번쯤 만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내던 닝은
19살 무렵 또 하나의 네임이 발현하게 됨
'버본' 라는 네임이 왼쪽 발목 안쪽에 새겨진거지
상식적으로 네이머의 네임은 소위 말하는 운명, 이었기 때문에 한 사람당 하나의 네임을 가지는게 맞았지.
두번째 네임의 발현에 당황스러운 닝은 자료들을 찾아보다가 간혹 이중국적으로 인한 것이거나, 연예인들처럼 가명을 지속적으로 사용해 이름이 두개인 사람들은 다른 이름도 본인이 본명과 동등하게 자신의 이름으로 인식할 경우 두개가 모두 상대방에게 새겨지는 경우도 있다고 함.
하지만 '후루야 레이' 와 '버본'에서 연관성은 딱히 찾아볼 수 없었고, 검색해봐도 술 이름이 나열될 뿐이겠지
후루야 라는 사람의 별명이 버본일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넘긴 닝은 자신의 네임에 대해 제대로 알기도 전에 또 다른 이름을 알게 됐다며 웃겠지. 성인이 되면 버본 위스키를 마셔볼까 하는 시덥지 않은 생각을 하면서
하지만 그 생각은 바로 몇개월 뒤 스무살이 된 닝의 손목에 '아무로 토오루' 라는 이름이 새롭게 발현하면서 완전히 깨지게 됨
'후루야 레이'와 '아무로 토오루'
아무리 봐도 둘다 일본인의 이름이었고, 한사람이 다른 국적을 가졌다거나 해서 나올 수 있는 이름이 아닌거지. 개명을 한다고 해도 성과 이름이 둘다 바뀔리는 없고, 상식적으로 일반적인 사람이 두개의 이름을 가질 일은 없으니,
세 개의 이름을 앞에 두고 닝은 사실 '후루야 레이'와 '아무로 토오루' 그리고 '버본'은 세명 다 모두 다른 사람이었던걸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됨
한 사람이 세 명의 네임을 가졌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었겠지. 다중네임은 사례가 전혀 없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티비 뉴스에 보도될만한 일이었음.
하지만 아직 정확하지도 않고, 아직 자신의 네임들을 만나도 보지 못했는데 세상의 관심을 받는것은 싫었던 닝은 딱히 가족 외에 알리지 않을 것 같음
성인이 되면 등록할 수 있는 네임 센터에도 가지 않았을 것 같음. 등록한다면 세 개의 이름 중 하나만 등록해야하는데, 세 개 중에 뭘 선택해야할지 몰라서. 이쯤까지 오니 불쑥 드는 호기심에 네임 센터에 자신의 이름이 등록되어 있나 확인해보기도 했음. 하지만 닝의 이름은 일본에서 매우 흔한 편이었고, 자신과 같은 이름으로 등록된 수 많은 네이머들의 이름에서는 세 개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음.
그렇게 닝은 한여름에도 양말을 꼭 챙겨신고, 왼쪽 손목에는 손목시계를 차고 사는 것에 익숙해지겠지
그렇게 닝은 24살이 되고 네임에 관한 것도 살다 보면 만나겠지 하는 생각으로 마음 한 구석에 넣어놓은 상태였음.
어느 날 친구의 추천으로 들린 카페에 들어갔다가, 주문을 받기 위해 카운터 앞에 선 남자 알바생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왼쪽 손목시계의 안쪽이 찌릿함을 외쳐오기 전까지 말이야
'아무로 토오루'
찌릿거리는 이름은 바로 세번째로 발현된 그 이름이었음.
별다른 설명 없이 직감적으로 눈앞에 선 그가 자신의 운명임을 알아본 닝의 눈동자가 놀라 잔뜩 커지면, 동시에 닝을 바라보는 그의 눈도 당황에 물들어 커지는 것이 보이겠지.
그런 서로의 표정을 본 둘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의 네임이었음을 깨달음
"조금... 이야기가 하고 싶은데요."
"...30분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먼저 대화를 제안하는 닝의 말에 아무로가 조금 시간을 가늠하더니 말하겠지. 닝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문한 커피를 받아 포와로 안쪽에서 기다림. 아무로는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가 같이 일하는 여자 직원에게 뭐라고 말하며 양해를 구하는 듯했을거야
30분동안 기다리면서 닝은 주문한 커피도 한입 못 마시고 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음. 네임 같은거, 별 거 아니라고. 오랫동안 반응하지 않으니까, 그냥 새겨진 이름 같은게 아닐까 했는데. 이게 뭐야, 엄청 두근거려. 괜히 운명이라는 말이 아닌지 감정조절이 어렵고, 가까운 곳에 자신의 네임이 있다는 걸 알리듯 손목 안쪽이 찌릿거렸는데, 이게 손목 안쪽의 '아무로 토오루'가 반응하고 있는 것인지 자신의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동맥이 느껴지는건지 구분하기가 어려웠음.
곧 아무로 안쪽에서 정리하고 나와 닝을 밖으로 데려가겠지. 그가 데려간 곳은 그의 자동차 좌석이었음.
"..."
둘 사이에는 잠시 정적이 흘러
그러다 먼저 입을 연건 닝이었을거야
"저... 아무로 토오루씨... 맞죠?"
하지만 그런 닝의 말을 들은 아무로는 조금 당황하겠지. 왜냐하면 당연히 아무로는 자신의 네임인 닝의 입에서 나올 이름은 틀림없이 자신의 본명인 '후루야 레이'일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어째서 가명인 아무로가? 닝은 그저 세 개의 이름 중 반응하는 이름일거라고 생각해서 물어본거지만 아무로는 알길이 없음. 일단 자신이 맞는지 다시 확인하자며 아무로는 침착하게 되물음
"네... 닝 씨? 제 네임을 가지고 계신가요?"
"네, 여기 손목에..."
닝이 왼쪽에 차고 있던 손목시계를 풀어 보여주면 안쪽에 분명이 틀린 획 하나 없이 '아무로 토오루' 라고 적혀있겠지. 그걸 닝이 내밀어 보여주자 아무로는 홀린듯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닝의 손목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림. 손가락에 글자가 닿는 순간,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찌릿함과 무언의 열기가 피부에 닿아 느껴져.
아, 이건 틀림없는 내 네임이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거지.
네임의 접촉에 두근거림을 배경음으로 잠시 멍해져있기도 잠시, 아무로는 곧 정신을 차림.
사실 아무로가 여기에 닝을 데리고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은 네임이라고 형편좋게 연애를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아무리 네임이어도 자신은 사랑을 할 처지도 아니고, 그럴 여유도 없기 때문에 많이 생략한 사정을 설명하고 닝과 거리를 둘 생각으로 온 것이었음.
잠시 닝의 손목에 닿았을때 가슴 깊은 곳에서 욕심이 살짝 새어나올뻔 했지만, 아무로는 책임 질 게 많은 사람이었음. 아무로의 네임은 아무리 봐도 위험하고, 약점이 되기 좋은 위치였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무로가 조용히 이야기를 꺼내려 하는 순간,
"죄송해요 아무로씨!!"
갑자기 닝이 큰 소리로 사과를 건넬거야. 순간 말을 잃고 아무로가 되물어.
"네?"
"실은.... 사실은... 저, 아무로씨 외에 네임이 두 명 더 있어요!!"
네임 센터에도 등록하지 않고, 가족에게밖에 이야기하지 않은 닝의 비밀이었지만, 네임의 당사자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은 네임에 대한 기만이라고 생각해 두 눈 꼭 감고 털어놓은 거겠지.
자신을 경멸하거나 이상한 사람 취급하며 어디 뉴스에 털어놓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각오하고 말한것 치고는 아무로는 그다지 놀라지 않은 표정이었음.
아니, 당황이 엿보이긴 했지만 어쩐지 안심한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하다는 표정도 하고 있겠지.
"두 개...? 혹시 다른 네임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그게..."
닝은 입고 있는 치마 위로 허벅지 안쪽을 가리키며 "여기에 후루야 레이, 라고... 이게 제일 먼저 발현된 이름이에요."
그러면 듣고 있던 아무로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는게 보일거야.
"다른 하나는요?"
닝은 이번엔 신고 있던 운동화를 벗어서 양말을 복숭아뼈가 다 보이게 내리겠지 "여기엔 버본, 이라고... 특이하죠? 이게 두번째에요."
"...그럼 아무로 토오루는 마지막 세번째인가요?"
"네에..."
닝에게서 모든 네임을 전해들은 아무로의 표정이 이상해질거임. 특히 마지막에 버본, 이라는 이름을 들었을때는 두번째의 후루야 라는 이름을 들었을때와는 달리 아무로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겠지. 아무로는 잠깐 생각을 정리하는 듯 하더니 곧 하! 하고 헛웃음을 짓고 머리를 거칠게 쓸어넘길거야.
그럼 닝은 아무로가 자신 외에 네임이 두명이나 더 있다는 사실에, 그것도 자신의 것이 마지막이라는 소리를 듣고 화난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눈치를 봄.
하지만 아무로는 곧 손을 입가에 가져가대더니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표정을 짓겠지. 닝은 옆에서 그런 아무로의 표정을 살피고
"저... 아무로씨?"
"일단, 여기서 말고 조금 편안한 곳으로 옮겨서 이어가죠.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 것 같네요."
그렇게 말하며 운전대를 잡는 아무로의 표정은 어쩐지 기분이 좋아보일 것 같음.
그야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도 없이, 자신의 모든 이름을 몸에 지니고 있는 나의 운명이라니, 자신이 어떤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던 간에 온 몸으로 자신은 나의 것이라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서 어쩐지 열이 오르겠지. 왼쪽 가슴께에 새겨진 닝의 이름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기분이었음.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닝의 표정을 본 아무로가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말해주겠지
"한가지 미리 말해두자면, 닝씨의 세 개의 이름 모두 제 것이니까요. 안심해주세요."
라고...
그 뒤로 후루야는 닝에게 자신이 세 개의 이름을 가지게 된 대략적인 경위를 설명해줄 것 같고... 닝과 거리를 두는 방식이 아니라 제대로 닝을 제 곁에 두고 공안의 보호를 하는 식을 택할 것 같음. 대신 대외적으로 불가피하게 네이머인 것이 알려지거나 알려야 할때에는 가장 바깥의 아무로 토오루의 네임인것으로 하자고. 하면서
닝의 이름은 후루야가 후루야일때는 허벅지 안쪽이, 아무로일때는 손목 안쪽이, 버본일때는 발목 안쪽이 찌릿할 것 같음. 후루야가 닝 앞에서 버본의 이름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미스테리 트레인 사건 때 우연히 연기하는 아무로와 마주치면서 미묘하게 처음으로 시큰거리는 발목 느끼는거 보고싶음
그 뒤로 아무로와 함께 있을때면 찌릿거리는 네임들이 익숙치않아서, 포와로에 갈때마다 아무로를 힐끔 거리고 손목시계를 찬 부분을 만지작거렸더니 코난의 추리로 아무로의 네임인거 들통나고 ㅋㅋㅋ 코난한테 의심 받는것도 보고싶음 ㅋㅋㅋㅋ
또 보고싶은건 서로의 네임인걸 완전히 확인하고 이야기도 끝난 상태에서 후루야 레이 네임 이야기가 나옴. 근데 후루야가 닝의 허벅지 쪽을 한번 보고는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돌리니까, 닝이 그거 귀신같이 낌새 알아채고 조용히 "보고싶어요?" 하는거
아직 만난지는 얼마 안됐는데 후루야는 닝이 부담스러울까봐 괜찮다고 하는데 닝이 먼저 "후루야 쪽이 본명이라면서요... 봐도 괜찮아요. 안에 속바지 입었으니까." 하고 치맛자락 아슬아슬하게 끌어올려서 안쪽에 네임 보여줌. 그럼 후루야 또 홀린듯이 손가락 끝으로 닿으려고 하다가 멈칫하고 "미안..." 하고 사과함
그래놓고 나중에는 닝 눕혀놓고 꼭 손목에 한번, 발목에 한번, 마지막으로 허벅지 안쪽에 한번 입 맞추는거 버릇되는 후루야....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