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기능이 없어서 (기호)어쩌고저쩔 / 이렇게 대신 표시할게 [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나는 초등학교 무렵 중학교 배구부원인 형의 시합을 자주 보러 가곤 했다. 형은 배구를 좋아했고, 나는 배구를 좋아하는 형을 좋아했다. 내가 형이 신던 배구화를 물려받고 초등학생 배구 팀에 들어가게 된 것도 형의 영향이 컸다. 배구에서 왼쪽의 윙 스파이커*는 팀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세터*의 공을 많이 받는 포지션인데, 해서 '에이스'라고도 불린다. 우리 형은 소위 말하는 '에이스'였다. 중등부 대회가 열리는 지역 체육관의 2층 난간에서 형의 시합을 지켜보고 있자면 늘 주위에서 '또 츠키(月)시마 아키테루 군이 득점했어' 라든가 '역시 에이스야' 같은 말들이 들려오곤 했는데, 형의 시합 날이면 억지로 시간을 내서라도 거르지 않고 시합을 보러 가는 것은 그 때문이기도 했다. 형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카라스노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곳의 배구부가 미야기 현의 절대 왕자(王者) 시라토리자와 학원 배구부와 필적(匹敵) 할 정도로 최근 강호교(強豪校)로 불리었기 때문이었다. 밤 아홉 시에서 열 시 사이 즈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날 때면 나는 얼른 현관 앞으로 달려나가 형을 맞이했다. 형은 고교생이 된 이후로 아침 연습이며 저녁 자율 연습을 이유로 일찍 집을 나서서 밤늦게 돌아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어쩌면 이제 형은 동생인 나보다도 배구부의 부원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훨씬 길지도 몰랐다. 분명 세상의 모든 고교생들이 형과 같이 바쁜 일상을 보내지는 않을 터였지만, 어쨌거나 형은 한가하고 평범한 고교생의 축에 들지 못했다. 형이 배구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매번 힘들다 힘들다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면서도 형은 아침의 배구부 연습과 방과 후의 배구부 활동, 그리고 부 활동이 끝난 후의 자율 연습까지도 어쩌다 한 번 빼먹는 일이 없었다. 그저 성실한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엄마에게 내일도 마찬가지로 아침 연습과 점심, 부 활동 것까지 도시락 세 개를 부탁한다고 말하는 때엔 형은 오히려 들떠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다녀왔다며 현관 앞에서 털썩 주저앉은 형에게 오늘도 남아서 자율 연습을 했냐고 묻는 것을 좋아했다./ 모두 실력이 좋은데 혼자 뒤처질 수 없지 않냐고 대답하는 형을 좋아했다. 그러나 형이 고교생이 된 이후로 나는 형의 시합을 보러 간 적이 없었다. 보러 가도 되냐며 물을 때마다 형은 ㉡지켜보면 긴장되니까 안된다/는 답을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기대했던 형의 배구 시합을 매번 보러 가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나는 형도 형의 팀원들도 모두 진지한 마음으로 전국 대회 출전을 목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내가 형의 시합을 보러 갔기 때문에 형이 긴장을 한 나머지 이길 수 있는 시합에서 져버린다면 그거야말로 내게 있어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다만 납득을 할 수 있다 해서 아쉬운 마음이 온 데 간데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라 나는 이것저것을 형에게 캐물었는데, 형은 지금도 중학교 때와 포지션이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형은 여전히 팀의 에이스임이 틀림없었다! 나는 깜짝 놀라 강호교에서의 에이스라니 대단하다며 형을 향해 소리쳤다. 집 마당의 농구 골대에 대고 공을 튕기는 연습을 하고 있었던 형은 잠시 동작을 멈췄다가 뒤돌아 환히 웃었다. 뭐, 그런 셈이지. 형은 그렇게 대답했다. 형은 매번 긴장되니 시합을 보러 오지 말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어느새 훌쩍 고교 3학년이 되어버린 형의 마지막 시합만큼은 놓칠 수가 없었다. 내가 보러 온다는 사실 때문에 형이 긴장하게 되는 거라면 내가 형 몰래 시합을 보러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해서 야마구치에게 내일 형의 시합을 같이 보러 갈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데, 나와 야마구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야마구치와 같은 반 아이가 자신의 형 또한 카라스노 배구부라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카라스노 배구부는 선수층이 두꺼워서 힘들지. 시합에 나가지 못한다면 강호교에 가는 것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니까." "그래? 츠키시마네 형은 시합 나가니까 괜찮아." "뭐? 거짓말. ㉢나 최근에도 시합 보러 갔었는데 주전(主戰)에 '츠키시마'라는 사람은 없었어./" 나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불쾌한 기분에 휩싸여야 했다. 가령 교실의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고 있는 와중에 교실 천장이 뻥 뚫리고 하필이면 내 머리 위로 거대한 공룡의 알이 떨어진다든가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은 것만 같았다. 어느 쪽이 틀렸냐 한다면 그 아이의 쪽임이 틀림없었다. 나는 형한테서 늘 시합 얘기도 들어왔었는걸. 하지만 뭐랄까, 그것도 이유라면 이유가 되었지만 내게는 그것 이상의 형을 향한 ⓐ거대하고도 절대적인 믿음/이란게 존재했다. 그러니 네가 착각한 거라며 아이에게 말을 해도 아이는 되려 내가 틀린 거라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든 말든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내일 가서 직접 보면 누가 옳은지 알게 될 일이었다. 해서 우리는 다 같이 형의 시합을 보러 가게 되었다. 그러나 형이 코트* 위에 있을 거라는, 한 치의 의심조차 감히 허락되지 않았던 내 견고한 믿음과는 달리 코트 안의 어디에서도 나는 형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 지난 1년간 줄곧 주전 레프트*는 3학년 카와다와 작은 거인이라 불리는 2학년 에이스뿐이라고 소리치며 고교 배구 대회 팸플릿을 들이미는 야마구치의 같은 반 아이 따윈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에이스'인 형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콰직, 하고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피가 튀고 목이 날아가는 장면보다도 지금 눈앞에서 마주한 진짜 진실이 훨씬 충격적이었다. 2층 관중석에서 코트를 보기 위해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린 나는 반대편 관중석의 응원단 사이에 있는, 계속 찾고 있던 ⓑ'형'/과 눈이 마주쳤다. 나를 발견한 형은 꼭 자신의 세상이 산산조각이라도 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어쩐지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형에게서 정체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반대편 관중석의 눈이 마주친 '형'은 과연, 내가 계속 찾고 있던 ⓒ'나의 형'/이라 말할 수 있는가. 생각해 보면 결국은 내 잘못이었다. 겨우 부 활동일 뿐인데 나는 그것을 형의 전부인 것처럼 여겼다. 그 결과 형이 내게 불필요한 거짓말까지 하도록 만들었다. 어쩌면 그 거짓말은 나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 날 나는 형을 발견함으로써 진짜 진실을 마주해야 했지만, 형 또한 나를 발견함으로써 형을 둘러싼 현실을 직면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형도 열심히 노력하면 정말로 팀의 에이스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뭐? 도대체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라는 게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나는 답을 내리지 못했다. 〔중략 부분의 줄거리〕 고교생이 된 '나'와 야마구치는 형이 다녔던 카라스노 고등학교의 배구부에 들어가고, 예전의 작은 거인이라 불렸던 카라스노의 에이스를 닮은 ‘나’와 같은 포지션의 배구부원 히나타 쇼요를 만난다. 여름방학이 찾아오고 카라스노 배구부는 관동 지역 여름 합숙에 참가하며 늦은 밤까지 자율 연습을 하지만 '나'는 매번 자율 연습을 거절하고 일찍 숙소에 돌아간다. 어김없이 숙소로 돌아가던 중 뒤에서 요란한 뜀박질 소리와 함께 소리쳐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야마구치가 전속력으로 나의 뒤를 쫓아 달려오고 있었다. 내 앞에 멈춰 서서 불규칙적인 숨을 가다듬으려 노력하며 야마구치는 말을 꺼냈다. "츠키시마 넌 예전부터 뭐든 멋지게 해내서, 나는 그런 네가 부러웠어. 그렇지만.." "그렇지만 뭐?" "㉣요즘의 츠키시마는 한심해!/ 히나타는 언젠가 정말 작은 거인이 될지도 몰라. 그럼 츠키시마 네가 히나타를 이기면 되잖아. 왜 이 이상은 못한다고 선을 긋는 거야!" "가령 엄청 노력해서 카라스노에서 제일 잘 하는 선수가 되었다고 치자. 그 후엔? 만에 하나 전국 대회에 나갔다고 치자. 그다음은? 끝없이 위에는 위가 있어. 설렁 그럭저럭 결과를 낸다 해도 절대로 1등은 될 수 없어, 어딘가에서 질 거야! 그걸 알면서 다들 무슨 원동력으로 움직이는 건데?" "그거야 두말할 것도 없이 프라이드*지!" 흥분한 듯 보이는 야마구치는 두 눈을 치켜뜨고 내 멱살을 잡아 흔들어대며 고함을 쳤다가, 뒤늦게 스스로의 행동을 깨닫고 놀란 듯 붙잡은 옷깃에서 손을 떼고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야마구치를 바라보던 나는 이내 쿡쿡 웃었다. "설마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너 언제 그렇게 멋진 녀석이 된 거냐." ㉤천천히 구름이 걷히고 가려져 있던 달(月)빛이 환히 드러나 우리를 비추었다./ - 후루다테 하루이치, 『하이큐-!!』- *윙 스파이커: 세터에게 토스를 받고 상대팀 블로킹을 피해 공을 때려 득점을 하는 포지션. *세터: 공을 다른 선수들에게 넘겨주어 공격의 형태를 창조하는 포지션. *코트: 테니스, 농구, 배구 따위의 경기를 하는 곳. *레프트( 아웃사이드 히터): 코트의 왼쪽 사이드에 위치한 선수. *프라이드(pride): 자신의 존재 가치, 소유물, 행위에 대한 만족에서 오는 자존심. 1.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공간적 배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시대적 상황을 구체화하고 있다. ② 장면을 빈번하게 교차하여 인물이 처한 상황의 긴박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③ 공간의 이동에 따라 서술자를 달리하여 사건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④ 작중 인물이 관찰자의 입장에서 작중 세계를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⑤ 사건에 대한 중심인물의 내적 반응을 중심인물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2. 윗글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는 ‘형’이 고교생이 된 이후로 한 번도 형의 시합을 보지 못한다. ② ‘작은 거인’은 ‘형’이 되지 못한 카라스노 배구부의 주전 에이스이다. ③ ‘나’는 ‘형’이 거짓말을 한 일이 ‘나’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④ ‘히나타’는 ‘나’와 같은 포지션이자 ‘나’가 경쟁할 마음이 없는 인물이다. ⑤ ‘나’는 ‘나’의 물음에 대한 ‘야마구치’의 답변을 마음에 들어 한다. 3.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나'는 '형'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배구'에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좋아한다. ② ㉡ : '나'에게 주전 선수로 시합에 나가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숨기고 싶은 '형'의 변명에 해당한다. ③ ㉢ : ‘형’에 대한 ‘나’의 의심을 촉발한다. ④ ㉣ : ‘야마구치’는 ‘히나타’를 이길 생각이 없는 ‘나’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⑤ ㉤ : '나'의 성씨인 '츠키(月)시마'와 같은 한자에 해당하는 자연물인 '달(月)빛'을 통해 '나'의 의문에 대한 답이 해결됨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4.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는 ‘나’가 마주한 진실을 ‘드라마나 영화에서 피가 튀고 목이 날아가는 장면’ 보다도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② ⓑ는 ‘나’가 줄곧 알고있었던 형의 모습에 해당한다. ③ ⓑ의 산산조각이 난 ‘세상’은 ⓑ의 노력으로 인해 이상이 성취된 가상의 세상이다. ④ ⓒ는 ⓑ가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고 믿었던 이상적인 모습에 해당한다. ⑤ ⓐ의 충족 유무는 ⓑ와 ⓒ를 구별하는 요인이 된다. 5.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하이큐-!!』는 카라스노 고등학교 배구부를 중심으로 배구부 활동을 하며 팀원과의 상호작용과 목표의식을 통해 성장해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윗글의 ‘나’는 과거 ‘형의 일’을 겪고 자신이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자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행동에 대한 의문과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으나, 팀원과의 상호작용과 팀의 공통된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나’로 거듭하게 된다. ① '나'가 코트에서 에이스인 '형'을 발견하지 못한 일은 목표를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의문을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 ② '나'와 '히나타'의 상황은 과거 '형'과 '작은 거인'의 상황과 맞아 떨어지며 '나'의 거부감을 심화시킨다. ③ '나'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행동에 대한 거부감은 '나'가 매번 자율 연습을 거르고 일찍 숙소로 돌아가는 행위로써 표출된다. ④ '나'가 '히나타'를 이기는 것은 새로운 '나'로 거듭하는 계기인 팀의 공통된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 해당한다. ⑤ '나'가 '야마구치'와의 대화를 통해 과거 '형의 일'로 가진 의문의 답을 찾는 과정은 팀원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성장에 해당한다.
추천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