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너무 많지만 그 중 단 한가지만 고를 수 있다면 분명 이 말일거야. 사랑해, 키요오미. 너무 걱정하지마. 난 반드시 무사히 돌아올거야.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혼자 두고 먼저 가는 그런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거든. 그러니까 너도 꼭 무사해야 해. 이 모든 일이 끝난 후엔 오래오래 같이 있자. 다녀올게.
아주 위험한 임무 나가기전에 이런 말 남기고 실종된 센티넬 닝을 몇년동안 미친듯이 찾아다니는 사쿠사 보고싶다.
사쿠사는 가이드는 아니고 일반군인이라 자기도 임무를 나가야 되는데 그 시간 빼고는 닝 찾는 일에만 매진하는 거.
처음 1년은 맹목적으로 닝이 살아있을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찾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믿음은 희미해지고 닝 시신이라도 하다못해 닝이 목에 차고 나간 자기 군번줄이라도 찾겠다는 마음으로 변함.
그런데 뜻밖에도 닝을 사쿠사를 만날 때마다 이제 그만 놓아주고 네 인생 살라고 쓴소리했던 코모리가 우연히 발견한 거지.
코모리에게 닝이 살고있다는 주소가 적힌 적힌 종이를 받자마자 사쿠사는 그대로 그곳으로 향했음.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뛰어가는 사쿠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코모리는 그냥 그대로 서서 한숨만 푹푹 쉬겠지.
사쿠사는 자기 심장소리가 이렇게 큰지 차에서 내리면서 처음 알았음. 걸음을 서둘렀지만 그 집 앞마당이 보이는 곳까지 걸어가다 더 이상 가지 못 할 듯.
마당엔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운 듯한 아이가 있었음. 그리고 그 앞에 쪼그려 앉아서 활짝 웃고 있는 닝도.
하지만 사쿠사의 걸음 멈추게 한 건 아이도 닝도 아니라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온 어떤 남자였음.
춥다며 닝의 어깨에 담요를 덮어주고 닝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아이는 닝과 그 남자를 반반씩 닮아있었음. 누가봐도 정말 단란하고 행복한 가족이었음.
사고가 정지된 채로 홀린듯이 닝한테 한발자국 두발자국 천천히 다가가는 사쿠사를 막아선건 그 남자였음.
무슨 일이십니까.
그 남자는 심상치 않은 얼굴을 한 낯선 외부인에게 보내는 눈빛을 했음. 자기 아내와 아이를 보호하려는. 사쿠사는 남자를 죽'이고 싶었음.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을 짓씹듯이 겨우 내뱉었음.
비켜.
닝에게로 시선을 돌린 사쿠사는 이 모든게 악몽이길 빌었음. 닝도 사쿠사를 보고있었음.
그건 몇년만에 재회한 연인을 보는 눈빛이 아니었음. 배신한 연인에게 보내는 죄스런 눈빛은 더욱 아니었고. 그냥... 정말 처음 보는 사람을 보는 눈빛이었음. 혹여나 낯선 외부인이 해를 가할까 아이를 꼭 감싸안은 채 보내는 불안과 경계가 담긴.
남자는 닝에게 시선을 떼지않는 사쿠사를 보다가 닝에게 물었음.
아는 사람이가.
닝은 고개를 저었음.
아니요.
그 대답은 사쿠사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음. 사쿠사는 당장 무슨 말이라도 하고싶었지만 목구멍에선 이상한 울음소리 밖에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이를 악물었음.
그저 겨우 그곳을 빠져나오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음.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건 돌아가 코모리를 만난 후였음.
전투 중 닝이 심하게 다쳐 기억을 잃었고 그런 닝을 주워서 보살펴준게 그 남자라고. 그래서... 그 둘이...
사쿠사는 들려오는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음.
너의 죽음은 생각한 적있어도 너가 나를 버렸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한 일이었음.
갈 곳 잃은 분노는 슬픔으로 변해 사쿠사를 집어삼켰음. 깜깜한 슬픔 속에서 사쿠사는 그래도 너가 살아있다는 사실 그 하나를 위안삼았겠지.
그리고 그 남자는 키타상이었으면 좋겠다.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닝을 보살펴줬고 사랑해주는 키타상이어도 좋고
그 중간에 사쿠사의 존재를 알았지만 닝이 떠날까 두려워 사실을 숨긴 키타상도 좋고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닝을 꽁꽁 숨긴, 그 임무마저도 자기가 계획한 계략 키타상도 좋다
순수키타면 닝은 기억을 되찾아도 결국 키타를 택할 듯. 담담하게 웃으며 너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도 괜찮다하는 키타를 끌어안으면서 내가 당신을 두고 어디를 가냐며 울먹이는 닝 토닥이는 키타일 것 같다
중간키타면 확률 반반일 듯. 닝이 키타를 용서하고 살 것 같기도 하고 사쿠사한테 갈 것 같기도 하고.
계략키타면 그냥 사쿠사한테 갈 듯. 그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닝이 키타에게 화를 내면 정말 아무런 변명도 없이 미안하다고, 너무 사랑해서 욕심이 났다고 하는 키타상에게 닝은 더이상 아무 소리도 못하고 눈물만 뚝뚝 흘림. 그 와중에 머릿 속은 한 사람으로 점점 가득차고. 바로 그 자리에서 키타상을 떠나 그 사람에게 향하는 닝임.
그리고 택시에서 내리마자 후회함. 내가 무슨 염치로 여길왔나 싶을 거임. 그렇게 사쿠사 숙소 앞을 한참을 서성이다가 그냥 가려고 걸음을 떼는데 누군가 손목을 붙잡음. 돌아보니 사쿠사였음.
왜 그냥 가.
멀리 창문 너머로 볼 때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택시에서 내리기 직전까지 운 닝 얼굴이 아주 엉망임. 무슨일 당했나 싶어 사쿠사 얼굴도 점점 험악해졌음.
그 새'끼가 너한테–
그런거 아니야. 그냥...
보고싶어서 왔어. 뒷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입 안으로 삼키는 닝임. 자기는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음. 대신 애써 웃으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말했음.
우리 이별은 제대로 해야될 것 같아서 왔어.
그 말 듣고 사쿠사 얼어붙음. 제발 그 말만은 아닐길 바랬는데. 닝이 자길 찾아온 걸 본 순간 사쿠사도 알았을거임. 기억이 돌아왔구나. 다만 만날 용기가 나지 않았을 뿐... 사쿠사는 듣자마자 후회했음. 그냥 너가 온 걸 끝까지 못 본척 할 걸 그랬다고.
사쿠사는 지금 닝이 하는 모든 말들이 귓속에서 웅웅거렸음. 멍하니 굳은 채로 닝을 보기만하는 사쿠사를 두고 닝은 말을 끝마쳤음.
잘 지내. 사쿠사.
그대로 뒤돌아 가는 닝의 뒷모습을 보며 사쿠사는 직감했음. 이게 마지막이구나. 다시는 영영 널 못 보겠구나.
그 다음은 머리보단 몸이 먼저 나갔음.
눈물을 참으며 걷고 있던 닝은 갑자기 뒤에서 감싸안는 온기에 놀랐음. 사쿠사가 자신을 꽉 끌어안고 있었음.
가지마.
사쿠사–
키요오미.
...키요
응.
어깨가 축축했음. 사쿠사가 울고있었음.
나 버리지마.
목소리의 끝이 떨렸음. 사쿠사의 쿵쿵거리는 심장소리가 몸 전체에 전달됐음. 닝은 천천히 뒤돌아 사쿠사를 마주봤음. 사쿠사는 한없이 불안해보였음.
결국 터질 듯한 감정을 참지 못하고 닝도 눈물을 흘리며 사쿠사에게 입을 맞췄음. 사쿠사의 혀가....더보기
뭐 이래서 둘이 잘 살았겠지. 계략키타랑은 끝났지만 아이 때문에 어쩔수없이 정기적으로 만나야될거임. 계략키타닝은 거의 애증었으면 좋겠다
그냥 뭐 이런거 보고 싶었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