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맛 산즈...(아마도) ○본지랑 상관 없음 ○욕설주의 ((과거 산즈 15 x 닝 20 / 현재 산즈 25 x 닝 30)) * 닝의 동거인 산즈 하루치요에 대해 설명하자면, 십 년전 데려온 미친'개, 아니 보통 사람은 감당할 수 없는 날 것의 불량소년이었다. "그래서 좋네. 감당불가." "뭐래." ...살기봐라. 살인자와의 동거도 아니고. 그때의 닝이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그와의 험난한 생활을 결정한 것은 길바닥에 굴러다니던 너덜너덜한 소년이 불쌍해서도, 텅 비어있는 감정에 동해서도 아니다. 오직 온기, 살아있는 것에 대한 갈망과 지난 일에 대해 잊어버릴 수 있을만큼 바쁘고 정신없는 삶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나뿐인 가족이던 엄마가 우울증으로 자살하고 슬퍼할 틈도 없이 장례를 치렀다. 그 와중에 삼 년을 만난 애인이 바람을 피우다 제 곁을 떠났다. 모든 걸 잃어버리고 나니 굳이 살고 싶지 않았고, 저번에 사둔 담배 한 갑을 다 피우고 나면 옥상에서 떨어져 죽'어버려야지, 싶었다. 그러던 중 산즈를 만난 것이다. 마지막 한 개 남은 담배였는데, 우습게도 열 다섯 소년에게 삥을 뜯겼다. "그런 표정으로 담배 물거면 나 줘." "...내 표정이 어떤데?" "당장이라도 떨어져 뒤'질 것 같은데." 눈치 좋네. 닝은 옥상 난간에 기대어 하늘을 한번 바라보다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얼굴은 어디서 찢겨 왔는지 피를 철철 흘리며 대뜸 시비를 거는 꼴이, 그의 성정을 알게 했다. "하나 사줄게. 그거 피워." "못 참아, 지금 내놔." "..." 닝이 그를 흘긋 보다가 손가락에 위태롭게 걸려있던 장초를 건넸다. 그가 입에 담배를 물자 흰 막대가 금세 붉어졌다. 피가 덕지덕지... 닝은 거기에 불을 붙여주며 자조했다. 이게 뭐하는거람. 그래도 애 앞에서 떨어져 죽을 수는 없지, 싶어 자살을 잠시 미뤘다.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원래도 무계획 인생이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완벽주의 기질이 있었더라면 진작에 생을 마감했을테니. "너 근데, 안 아파?" "닥쳐. 말 걸지마." "....오." 인성, 놀랍네. 닝이 감탄했다. 그러나 집에 그를 데려왔을 땐, 아까의 인성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 미친'개 조련을 위한 열 한가지 방법 ] chapter 1. 목줄을 채워라. 최대한 단단한 걸로. "뭐야, 시'발." "목줄." "이게 미쳤나. 이런 걸 왜 해." "니가 먼저 내 목에 이거 만들었잖아." 닝이 손가락으로 제 목을 가리키자 그가 비웃었다. 닝의 흰 목덜미에 푸른 멍이 들었다. 산즈 손자국 그대로. "난 자살을 할거거든. 그러니까 타살은 곤란해." "어차피 뒤'질거면 뭐가 됐든 상관없잖아." "네가 살인자가 되잖아. 너 바보야?" 닝의 바보, 소리에 산즈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리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닝을 다그쳤다. "바보는 너 아니냐? 아니 그냥 미친'년인가?" "왜, 또." "나 너 죽이려고 했어. 신고 안 하냐?" "신고를 왜 해. 내가 너 주워온건데." "주워... 씹, 말본새 존'나." "내가 상처 치료도 해줬잖아." "그게 무슨 치료야, 시'발!" 좀 과격했나. 닝은 소년의 상처가 신경쓰였을 뿐이다. 그래서 그대로 집으로 데려왔고 좁은 단칸방 장롱 위에 놓인 소독약을 꺼내 그의 얼굴에 부었다. 양 조절은 실수였다. 솔직히 상처가 너무 많아 그냥 소독약으로 세수를 하는 게 빨라 보였다. 그리고 고통에 소리를 지르던 소년은 그대로 닝을 밀치고 넘어진 몸에 올라타 목을 졸랐다. 눈에 들어간 약 때문에 붉게 실핏줄이 터진 채 노려보는데, 호흡이 가빠오는 와중에도 미안함이 먼저 들었다. "미안하다니까." "아 씨'발, 됐다. 간다." 그는 손에 쥐어져 있던 쇠사슬 같은 목줄을 바닥에 집어던지고 그대로 뒤를 돌았다. "갈 데는 있어?" "존'나 많아." "나 문 안 잠그고 자." "어쩌라고." "그냥 그렇다고. 잘 가." 닝이 인사하며 그를 품에 안았다. 처음 뭔가 싶던 산즈는 멍하니 안겨있다가 황당함에 몸부림치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닝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 세게 그를 껴안았다. 마지막 온기야, 어쩌면. 그렇게 산즈가 떠난 방 안에 앉아 있던 닝은 순식간에 고요해진 공기가 낯설어 서랍을 뒤적였다. 엄마가 먹던 항우울제, 수면제, 자살할 때 썼던 쥐약. 닝은 그것들을 바라보다 희고 쓴 알약을 물도 없이 아그작 씹어 삼켰다. 한편, 열다섯 산즈 하루치요는 갈 데가 없다. 가출한 지도 이 년이 넘었고 몸담고 있던 조직에선 나가리, 이곳저곳 껴보려다가 두들겨 맞고 쫓겨난 몸이었다. "하아-. 시'발, 되는 일이 없네."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그 이상한 여자가 떠오르는 것이다. 추워서 그런가. 겨울 초입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길바닥에서 자기엔 입이 돌아갈 것 같았고, 일단 지저분한 건 딱 질색. 산즈는 가진 게 없어도 가리는 게 많았다. 결국 발걸음이 닿은 건 아까의 아파드 단지였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낡고 오래된 곳. 가로등 하나 없어 치안이라곤 ㅈ도 없을 것 같은 집. 문 앞을 기웃대다 문고리를 돌려보니, 진짜 열려있었다. 진짜 미친 여자네, 이거. 산즈는 생각했다. 불이 꺼져 뭐가 보이지 않는 집 안에 슬그머니 들어와 제대로 문을 잠갔다. "..." 여자는 방바닥에 죽은 듯 누워있었다. 아니, 죽었나? 그녀 옆에는 알약으로 보이는 희고 둥근 것들이 쏟아져 있었다. "...시'발, 진짜 가지가지." 이러려고 그랬나. 자기 죽은 거 신고해 달라고? 산즈가 시체 같은 몸 가까이 다가가 코 밑에 손가락을 댔다. 아주 미세하게, 호흡을 하고 있었다. "야, 일어나." "..." "일어나라고." 산즈가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거칠게 어깨를 붙잡고 뺨도 몇 번 때렸다. "....어." "병'신." "...왔어?" 닝이 가늘게 웃었다. 좁은 창틈으로 달빛이 비췄지만,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방에서 산즈가 닝을 내려다봤다. "그새 뭘 처'먹었냐?" "수면제..." "잠이 안 오면 자지를 마." "싫어. 외로워.." 닝의 작은 목소리에 산즈가 인상을 구겼다. 닝은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팔을 당겼다. 그가 어정쩡한 자세로 엎어져 닝에게 안기자 성질을 부렸다. "씨'발, 깜짝이야. 놔라." "밖에 추웠지?" "놓으라고." "주인님이랑 같이 자자." "제정신이 아니네, 이거." 미친'개와 미친 여자에게 가장 단단한 목줄, 그게 바로 온기다. 닝조차 그것에 허덕여 놓지 못하는 것처럼. 생명줄처럼 따뜻한 품. 내 자리. 살아있다는 감각. 그것이 뒤엉켜 마음속에 채워지는 순간, 벗어날 수 없게 된다고. 특히 처음 겪는 품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모든 게 처음인 산즈 하루치요 길들이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