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영감탱이. 동정 할 거면 돈으로 주지. 할아버지는 자산가였다. 그런데 평생 이뤄 축적한 부는 친척한테 주고 평생을 간병한 우리한텐 취미로 그린 그림 몇 점만을 주고 가셨다. 우리 집 사정 뻔히 알았으면서. 그 돈 때문에 우리 가족이 친척들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알면서. 다 알고 계셨으면서. 시달렸으면 시달린 값이라도 줘야지. 꼴랑 그림 몇 점만 남기고 떠나시다니. 이미 죽은 사람을 원망하면 안되지만 나는 할아버지를 원망했다. 그 이유가 다 나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부터 나는 할아버지 그림을 좋아했다.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그림 그리는걸 배웠고 지금도 그림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입시 미술을 하는 지금 그런 추억 따위는 하등 도움이 안 된다. 그림을 그리려면 돈이 필요했다. 할아버지 간병하랴, 내 학원비 내주랴. 이래저래 고생한 아버지는 그저 장례식장에서도 그 돈을 다 차지해가고 생색내는 친척들 앞에서 멀겋게 웃고나서 식장 밖에 나가서 담배만 태울 뿐이셨다. 유서없는 영혼이 있을까. 여기까지만 썼는데 그림에는 항상 영혼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해.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해서 물어보지 말라 라는 뜻이랑 묻지 마라 라는 뜻을 포함해서 써봤는데 여기서 한구가 할아버지 그림의 숨은 뜻을 이해하고 어떻게 나아갈지 쓰는게 어려워서 올려봐. 할아버지는 기태고 글의 주인공은 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