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AM 7:40.
[아키라! 나 요리 학원 다녀 올게 밥 차린 거 먹고 있어 우리 귀염둥이 ꈍᴗꈍ]
아침잠에서 드디어 깨어난 쿠니미는 눈을 비비곤, 밥의 온기가 식지 않기 위해 덮어놓은 덮개 위에 붙여진 쪽지를 대충 눈으로 훑어보았다.
"…맛 없는데"
자신의 아내인 닝의 요리 실력을 잘 알고 있던 그였기에, 잘 차려진 밥상을 본 쿠니미는 인상을 찡그렸다. …굳이 먹어야 하나? 쿠니미는 밥을 한 수저 떠서 먹었지만, 점점 느껴져오는 맛을 참지 못한 채, 그는 그대로 화장실로 직행해 뱉어버렸다.
"그냥 버려야겠네"
요리 학원에 다니는 자신의 아내의 수고를 알고 있지만. 솔직히 이건 너무 심한 맛이다 아무도 못 먹을.. 쿠니미는 고개를 젓곤 모든 반찬들과 밥들을 변기에 내려 보냈다. 떠내려가는 음식들을 바라보다 쿠니미는 가기 싫은 출근 준비를 하였다.
#02. AM 10:20
회의시간, 그동안 준비 해 왔던 기획안을 발표 하고 있던 쿠니미의 핸드폰에서 작은 울림이 회의실을 채우기 시작했다.
"...쿠니미, 회의시간엔 무음이 필수인 거 모르나?"
"죄송합니다."
상사에 꾸짖음에 쿠니미는 작게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꾸벅이고는 계속해서 작게 울리고 있는 제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다 먹었네! 아키라가 무슨 일이람~]
[특별히 오늘 배운거 보여주려고 장 보러 가는 중!]
[사진 한 장]
자신이 아내인 닝에서 온 문자들 이었다. ...하 왜 하필 지금, 쿠니미는 그녀에게 답장을 하지 못한채 알람을 끄곤 그대로 자신의 폰을 주머니에 쳐 박아 넣었다.
"이어서 진행 하겠습니다."
나중에 답장 하면 되겠지. 그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자신의 계획안을 이어서 설명 하였다.
#03. PM 12:00
점심시간 이었다. 밥 먹을 시간 만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정각이 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짝을 지어 무리를 형성 해 사무실을 떠나고 있었을 즈음에 누군가 쿠니미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쿠니미 사원은 밥 안 먹으러 가나?"
"...아 네, 피곤 해서요."
"아내랑 신혼이라며~ 아내가 싸준 도시락이라도 없어?"
상사는 쿠니미의 가방을 힐끗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지 알빠인가. 쿠니미는 애써 영업용 미소로 그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네, 오늘 아내가 바빠서요."
쿠니미는 자신의 아내인 닝이 싸준 도시락을 발로 밀며 부끄러운 것이라도 숨기는 듯 상사의 시야에서 도시락을 빠져 나가게 하였다.
"흐음... 그래? 아쉽네 그럼 난 밥 먹으러 간다"
상사의 실루엣이 완전히 사라지자마자 쿠니미는 낮게 욕설을 읊조렸다. 사회생활 하기 피곤하네. 피곤함에 지친 그가 책상에 엎드려 있을때 또다시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자다 일어나서 보내도 되겠지"
누군가에게 온 문자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젯밤 쌓인 업무 때문에 밤을 샜던 그이기에 쿠니미는 잠을 먼저 청하기로 하였다.
#04. PM 1:30
"ㅋ...."
"......"
"쿠..ㄴ-"
"........"
"쿠니미 사원!"
"아, 네.."
깊은 잠에서 깨어난 쿠니미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자신을 부르는 상사를 바라보았다.
"일 해야지 일 오늘따라 왜그래 정말"
"....죄송합니다."
쿠니미는 고개를 꾸벅이곤 시계를 바라보았다. 별로 안 잔 것 같았는데 시간은 벌써 점심시간의 끝인 오후 1시 30분이었다. 점심을 먹고 들어온 사원들이 몇몇 보였다. 하늘엔 짙은 먹구름들이 잔뜩 껴있었다. 그의 마음을 대변 해주는 듯 금방이라도 장대비가 쏟아 질 것만 같았다.
#05. PM 5:00
계속 일에 집중 하다 보니 벌써 퇴근 시간에 가까워진 시간이었다. 쿠니미는 피곤함을 떨쳐 내기 위해 기지개를 쭈욱 피곤 창문을 바라보았다. 오늘 아침 일기예보에선 분명 맑다고 했었는데.. 결국 짙은 먹구름들은 비를 쏟아 내리고 있었다. 건물 주변엔 작고 큰 물웅덩이가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집 어떻게 가지"
습기가 제 몸까지 느껴지는 것만 같아 오늘따라 회사의 밖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이제 잠잠 해진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닝한테 부탁 할까 쿠니미는 잠시 고민을 하다, 됐다 싶은 마음에 폰을 내려 놓았다. 띠링- 갑자기 알림이 울렸다. 그의 고등학교 선배였던 하나마키에게서 온 문자였다. 그가 졸업 후에 하나마키와는 별로 연락을 안 해 오랜 공백기가 생겼기 때문에 쿠니미는 굳이 지금 봐야 할까? 라는 의문점이 생겨났다. 그는 폰을 바라보다 다시 제 자리에 돌려 놨다. 퇴근하고 밀린 거 답장 해야지.
#06. PM 6:50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쿠니미는 겉옷을 챙겨 입으며 다시 창문을 확인 했다. 아직도 비가 내려 아침에 있던 새 파란 하늘은 어디갔는지 어두운 하늘만이 그를 반겨주고 있었다.
"그냥 부탁 할 걸 그랬나"
쿠니미는 더 거세진 장대비를 바라보곤 한숨을 푹 쉬었다. 회사 건물 밖으로 나가니 생각보다 비의 줄기는 더 두꺼웠다. ...비 맞기 싫은데. 그는 하늘을 원망하다 자신의 서류가방을 들고는 그대로 버스 정류장으로 직진했다. 그의 머릿속엔 한가지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집 가서 자고 싶다. 5분도 지나지 않아 그의 앞에 버스 한대가 도착 했다. 띡- 소리와 함께 쿠니미는 버스에 올라타 좌석에 앉아 눈을 감았다.
"..아 문자 확인 해야하는데"
생각 해보니 회사에서 보지 못한 문자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미 그의 머릿속은 피곤함이 지배 하고 있었고 쿠니미는 그냥 그대로 눈을 감아 집으로 향했다.
#07. PM 7:30
집으로 도착한 쿠니미는 터덜터덜 겉옷을 벗어 정리 한 뒤, 욕실로 들어가 자신의 몸에 묻어 있던 피곤함을 물줄기에 씻겨 내려 보냈다.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보니 시계는 8시 1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근데 왜 집에 닝이 없지? 생각 해보니 집이 왜이렇게 허전한가 싶었는데 자신을 반겨주는 닝이 없었다. 그제서야 깨달은 쿠니미는 그녀를 찾기 위해 방 이곳저곳을 돌아 다녔다. 하지만 닝의 흔적은 한톨도 찾을 수 없었다.
"어디 나갔나?"
쿠니미는 젖은 수건을 어깨에 걸치고는 그제서야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킨다이치 부재중 전화 - 50통]
[하나마키선배 부재중 전화 - 30통]
[킨다이치: 야 니 어디…]
[마츠카와 선배 부재중 전화 - 29통]
[이와이즈미 선배: 제발 전화 좀 받…-]
불안한 기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쿠니미는 덜덜 떠는 손을 붙잡곤 닝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후...-"
쿠니미의 질문에 응답한 건 인위적인 기계음이었다. 그는 아무말 없이 풀썩 주저 앉았다. 머릿속엔 오만가지 불안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을 터트릴 것 같이 뜨거웠다. ....아 아 제발.. 쿠니미는 마지막 심정으로 번호를 눌러 간절히 빌었다. 제발... 제발,
...여보세요?
야. 니 어디야
다행히 이번엔 인위적인 기계음이 아니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이 닝이 아닌 그의 고등학교 선배였던 하나마키 선배였다. 다만 그가 많이 흥분된 목소리라는게 의문이었지만
"...선배가 왜 받아요? 닝 선배는..!"
".....미야기 응급실이야. 얼른 와"
쿠니미는 그 자리에서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쓰레기 통에 있던 글 주섬주섬 가지고 옵니다...
*이성적인 쿠니미의 후회물
추천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