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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가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위 실험 연구에 참여하신 분께 10억원을 지급합니다. -조건 : 성인. 성별 무관. 단, 안드로이드와의 세 달간 동거가 가능한 분 -일시 : ****** -실험 내용 : 참가자는 한 달 간 보급용 안드로이드 로봇과 생활합니다. 안드로이드가 인간처럼 사랑의 감정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므로 '연인 모드'가 설정 되어있습니다. 지급되는 로봇은 6종 랜덤이며 고유의 특징이 전부 다르므로 설명서를 참고 하시길 바랍니다. -주의사항 : 중간에 포기하시면 상금은 지급되지 않습니다. 실험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정해진 기한이 끝나면 로봇은 회수되며, 보안상의 이유로 [폐기 처분]됩니다. "안녕하세요. [주인님]. 시리얼 번호 [xxxhiqxxx] 입니다. 당신의 [이름]을 입력해주십시오." ○설명서○ 1. 후타쿠치
특징 : 기계치 주의 : 불에 잘 녹음. "켄지-!" "왜." "왜애?" 내가 아끼던 게임기가 완전히 고장났다. "너 이거 뭐야." "몰라." "모르긴 뭘 몰라!" 허리에 손을 얹고, 쇼파에 누워있는 그를 보며 잔뜩 성을 내자 그제야 "고쳐줄게." 하는 이상한 로봇. "닝, 미안." "....." 고장만 났던 게임기는 아주 작살이 났고, "한번만 봐줘, 나 사랑하지?" 그는 틈만 나면 연인, 이라는 제 의무를 다하곤 했다. "진짜 웃겨." "그럼 웃어줘." 켄지는 뒤에서 나를 안으며 머리칼을 부볐다. "너 사실 사람이지." "그럼~." 기계 주제에 뻔뻔하고. 나는 그런 너를 정말로 사랑하는데, 모든 걸 용서하는데. 너는 어때? "있잖아, 닝아." "응?" "실험 끝나면 폐기된다는거 말이야." "..." "그거 불에 태운다더라."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말도 안돼. "그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거야." 우리는 침대에 함께 누워 가만히 끌어안고 있었다. "...어딜가려고?" 그를 안은 팔에 힘을 줬다. "내가 지켜줄거야, 바보." 그 말에 너는 즐겁게 웃었고. "켄지..." 타오르는 불 속에서 나는 계속 울었다. 2. 카게야마
특징 : 감정보다 이성이 강함. 주의 : 실험체 중 가장 자아가 없음. "안녕하십니까." 뻣뻣하게 인사하는 카게야마를 처음 만났을 땐, 어색해서 그 인사조차 제대로 받아주지 못했지. "닝상, 지금 우리 어디로 갑니까?" 아마 작별인사도 못할거야, 나는 널 보낼 자신이 없으니까. "있지, 카게야마.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나의 질문에 그는 새카만 눈을 끔뻑이며 전혀 이해하지 못한듯 되물었다. "뭐를요? 저는 상관 없습니다. 닝상 마음대로 하세요."우리의 계약 기간은 끝이났다. 이제 나는 널 잡을 명분이 없는데. "왜 상관이 없어..." 나는 그에게 화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다 알잖아. 이건 인간이 아니고, 그냥, 기계일 뿐이잖아... "지금 내가 널 버린대도 상관없어?" 그렇지만, 넌 살아있어, 나를 보고 웃었고. 네가 나를 선택했잖아. "닝상. 어떤 대답을 원하십니까?" "네 의견을 묻는거야. 네 감정, 네 생각을 말해." "제가 감히 당신을 거절할 수 있습니까?" 그는 어린 아이보다 훨씬 더 미숙했고, "저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궁금합니다." 모르는게 많았으며, "무섭다고 할테니, 저를 좀 안아주세요." 솔직하고 겁이 많은 소년이었다. 3. 코모리
특징 : 한 번 입력된 명령어에 절대 복종 주의 : 경계심 "에? 강아지?" "응. 코모리도 좋아하지?" 품에 있던 작은 강아지를 그에게 안겨주자 코모리가 환하게 웃었다. "좋아해." 나는 그럴 줄 알았기에 "이제 다같이 사는거야." 하고 둘을 보며 약속했다. 그날 밤, 너는 내게 무슨 말을 했더라. "주인님-, 근데 나보고 강아지라고 부르면서, 갑자기 쟨 왜 데려왔어?" 자기 전에 몰래 다가와 속삭이던 그의 투정을 가볍게 넘겼다. "네가 떠나면 나 혼자 외로울테니까." ...그렇게 말하지 말걸. "나 말 잘 듣지." "응." "쇼우보다?" 코모리가 딱 한 번 강아지를 질투했을 때, 나는 웃었다. 나에겐 그가 너무나 소중했기에, 너무나 당연했기에 그의 불안을 보지 못했다. "기다려." ...마지막에, 그렇게 말하지 말걸. "기다려...!" 나 같은거 기다리지도 말고 저 멀리 도망치라고 할걸. "닝-아.., 주-인님..." 그랬으면 폐기된 네가, "나도 같이 살고싶어..." 집 앞에 유기견처럼 버려진 채 나를 기다리지 않았을텐데. 4. 우시지마
특징 : 희생형 전투 로봇 주의 : 자폭 기능 "내 이름은 뭐지?" "우시지마." "너는 뭐라고 부르지?" "닝이라고 부르세요." 나는 그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당시에 난 돈이 필요했고, 감정은 사치였으며 하물며 안드로이드를 동정할 여유따위 없었으므로. 실험이 끝나는 날을 달력에 표시하고 있을 때 그가 물었다. "이 빨간 동그라미는..?" 메마른 감정의 소유자인 나조차 그의 물음에, 당신이 반품되는 날이요, 하고 매정하게 말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느닷없이 "...그 쪽 생일이요." 하고 답했다. 우시지마는 고개를 끄덕일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가짜 생일날이 되었다.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 날이기도 했다. "저기, 사실 오늘은 당신 생일이 아니고," "알고 있다." "네?" "나에게 생일이 없다는 것 쯤은 나도 알아." 그는 늘 무뚝뚝하게 말했지만, 언제나 눈빛은 따뜻했다. "하지만, 가질 수 있다면 8월 13일로 하고 싶군." 그 날은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었다. 사랑도, 사람처럼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고, 그렇게 남겨진 유언이, 달력을 볼 때마다 떠올랐다. 5. 시라부
특징 : 의료용 로봇 실패작 주의 : 피를 보지 못함 "...다치지마." 시라부는 붉게 까진 내 무릎에 반창고를 붙여주며 말했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으나 떨림을 티내지 않으려는듯 힘을 주어 손등에 새파랗게 핏줄이 섰다. 정말 사람같네-. 나는 쓸데없는 감상에 빠지며, 천천히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자 시라부는 고개를 들고 나와 눈을 마주했다. "미안해." 나는 영문도 모른채 그의 사과를 듣는다. "왜? 너는 아무 잘못도 없어." 우리는 그저 평범하게 길을 걸었고, 보지 못한 돌부리에 걸려 나는 넘어졌을 뿐이다. "지금도 이렇게 바보같은데," "......" "네가 이것보다 아플 때 내가 아무 쓸모도 없으면 어떡하지."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내 뺨을 만진다. 손은 여전히 떨고 있었다. 내가 그에게 약속하길, 아프지 않을테니까, 대신 너도 내 옆에 있어야 해. (...) 그러나 그 약속을 어긴 벌처럼 나는 아팠다. 네가 없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출혈하고 있나봐. 6. 키타
특징 : 학습형 주의 : 유일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사랑한다." 키타는 사랑을 노력해서 배우려는 로봇이었다. 같이 살면서도 제 역할을 독독히 해내려는 완벽주의를 보이기도 했다. "자기야." "뭐야, 키타.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이렇게 부르면 사랑 받는 느낌이 든다기에." 나는 작게 웃다가 그의 손바닥에 내 이름을 적었다. "난 이름으로 불러주는게 좋아." "응." "키타, 사랑해." "나도. 닝아." 우리는 역할 놀이 하듯 자주 연인 행세를 했다. 물론, 끝에는 정말로 그가 좋아졌지만. 나는 티낼 수 없었다. 그게 우리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키타, 사랑했어." 나는 거짓말을 한다, 사실 지금도 사랑하고 있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닝아." 키타가 검은 벤 안으로 천천히 끌려가며 말했다. "전부 거짓말이야." 유일하게 그가 노력해도 지닐 수 없는 능력, "적혀있던 주의사항은 전부 거짓말이야." 진실 밖에는 말하지 못하는 저주. 이전 글 : https://www.instiz.net/name/50030817?category=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