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utumn Breeze - Gummy.Ver 🫧
"있잖아.
언젠가 닥칠 미래가 두려워 도망치고 싶다면,
언제든 이곳으로 도망쳐와도 좋아."
00.
"이봐, 공주님. 이만하면 결혼하지 그래. 나쁘지 않은 상대잖아."
"네가 몰라서 그래. 아무리 날 구해줬다고 해도 성격이 개차반이란 말이야. 별로야."
닝은 [인어공주]에 나오는 옆나라 공주였음.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배 위의 공주를 보고 반한 인어 왕국의 왕자가 목숨을 구해준, 원작의 왕자와 같은 포지션이었지. 그래, 원작과도 같이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인어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생뚱맞은 옆나라 왕족과 결혼하게 되는,
"...하여간 인간은 어렵다니까."
"너도 인간이면서 무슨 그런 소리를 해."
"...인간이라."
내가 인간이었으면 차라리 나았으려나.
진짜 생명의 은인이 물거품이 되어 죽을 때까지 눈치채지 못하는 비극의 주인공이었지. 난파된 배에서 겨우 살아난 닝은 잠시 닝의 왕국에 들른 옆나라 왕자를 생명의 은인으로 착각하고, 이 소식을 들은 국왕은 생명의 은인과 결혼해 국정을 다스리라는 명령을 내렸음.
왕국에는 대를 이을 자손이 공주인 닝뿐이었으니까.
데릴사위라도 들여 국왕의 지위를 잇게 해야만 했고. 닝은 이상하게도 자신을 구해줬던 순간에 들려왔던, 다정한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었음.
'...여기서 죽어버리면 어떡해. 난 이순간만을 기다렸는데.'
너와 만날 순간을 기다리면서.
바다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금기를 어겨가면서.
그 무뚝뚝한 목소리가, 현재 자신의 약혼자인 왕자님이 아닌 것만 같은 충동이 들었고.
닝은 결혼식이 며칠 남지 않은 달밤에 기사인 사쿠사를 불러 이런저런 얘기를 쏟아냈지.
"그러고보니 네가 언제부터 내 기사였더라? 내 소꿉친구면...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요새 기억력이 영..."
그가 정말 자신을 구한 은인이라는 것도 모른 채.
자신의 결혼식 이후 물거품이 되어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것도 모른 채.
"...꽤 오래됐지, 아마."
내가 너보다 몇 살이 연상인데.
"나랑 너랑 동갑 아니야?"
"퍽이나."
차마 하지 못할.
인어로서의 정체성에 관한 말은 할 수 없기에 매번 입을 다물어야 하는 거지 같은 상황 속에서도. 사쿠사는 답지 않게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닝을 바라보았음.
"...나 결혼하면 이곳에서 살지 못하고 왕자님이 있는 성에서 살아야할지도 몰라. 그게 예법이래. 그런 게 어디 있어? 내 덕에 국왕 지위도 다는 거 아냐? 근데 내가 왜..."
그래, 죽기 전에 누리는 호사치고는 나쁘지 않네.
"...공주님."
여전히 어리고 어려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는 닝을 바라보며 사쿠사는 뺨을 쓸어주며 말했지.
"언젠가 닥칠 미래가 두려워 도망치고 싶다면, 언제든 이곳으로 도망쳐와도 좋아."
난 언제까지나 여기에 있을 거거든.
차마 지키지 못할 거짓을 뱉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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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어왕자 사쿠사와 공주 닝의 로맨스판타지
2. 어딘가 뒤바뀐 동화 AU
3. 본문 노래 들으면서 적었습니다>〈
4. 인어공주처럼 완전히 새드로 뽑아볼까 싶긴 합니다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