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역설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니?
그것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는 순간, 네게 남은 것은 공허空虛 뿐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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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숨을 죽인 기묘한 밤이었다.
그 날, 덤블도어의 군단은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전투를 앞두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먹는 자들에 의해 군단이 전멸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으며, 우리들의 마지막 전선인 호그와트 역시도 난공불락의 요새일 수는 없었다.
상실을 각오하고 전투에 임한 무수한 사람들. 응당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어른들에 의해 보호받고 있던 어린 학생들 역시도 최후의 결전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물론 이곳에서 마지막 전투가 벌어지기 전까지도 셀 수 없이 많은 희생들이 따라왔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러니 죽음을 목전에 둔 최후의 순간, 우리에겐 '제 목숨보다도 소중한 것을 지키는 것' 외엔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아바다 캐다브라-!
암녹색 섬광이 번쩍이고, 순간 낯이 익은 누군가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순간에 조차 상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좋아해요, 선배.'
쿠니미 아키라. 떠난 이와의 모든 추억은 고통이 된다. 나는 섬광과 함께 찢겨나간 그의 이름을 되새긴 뒤 빠르게 정신을 차린다. 모든 것이 침묵 속으로 가라앉은 뒤에, 네 지팡이를 꼭 되찾으러 올게.
"닝! 이 쪽이야!"
아카아시의 다급한 부름에 폐허가 된 통로를 지나쳐 저학년 학생들이 대피해있는 기숙사 입구로 당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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