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집은 망하기 직전이라서
부모님께서 하는 말씀은 너희를 보고 우리가 산다였어.
공부를 곧잘 잘하니 기대는 커져갔고, 집안 사업망한것도 부모님 힘들게 사는것도, 다 내가 잘 해결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어떤 결정을 하든, 부모님께서는
우리는 너가 뭘 하든 괜찮은데 너가 나중에 힘들어할까봐 걱정이다~ 라는 식의 말로 어떤 결정을 하든 내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하든 부모님 눈치를 보게 키우셨어.
그리고 일이 잘못되면 결국 너가 선택한 거니까 왜 부모말을 듣니~ 하시고
부모님께서 건강이 안 좋으셔서 함부로 내가 반항도,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지도 못했어. 괜히 그랬다가 부모님 잘못되실까봐..
혈육은 이미 집이 이상한 걸 깨닫고 집과 연을 끊다시피 했는데 난 그럴수록 부모님 내가 지켜야지 하다가
부모님은 그냥 내가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식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어.
내가 물론 주변에서도 인기가 많은 외모이긴 한데 또 그게 그렇게 대단한건 아니거든, 직업도 나쁘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러니까 눈이 하늘에 닿으셔서 내가 만나는 사람 다 마음에 안 차 하시더라구.
그러다가 또 장기연애 했던 전애인 집안이 많이 이상하긴 한데, 우리집도 제대로 된 집은 아니니까 난 그러려니 했는데 결국 부모님이 탐탁찮아하시니까
얘도 스트레스받아하다가 헤어졌거든.
중간에 나는 중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내가 결혼이나 뭘 못하더라도 독립적인 성인으로 살아가기에는 부모님과 이런 기형적인 관계를 끊어야 겠구나 싶더라구.
항상 이렇게는 살수는 없으니까,
이제 나도 내가 하고픈대로 살거라고.
제사 등 집안 행사도 참여 안할거고, 그냥 자식이 없다고 생각하시라고.
그렇게 망쳐놓은 자식 혼삿길 난 더 좋은 사람 만날 자신도 없어서 이제 혼자 살거고,
나도 좀 자주적으로 살고 내가 다 책임지는 삶 살고싶다고 했는데
지금 너무 만족스러워.
이제 내가 내 삶을 살아가는 기분이고, 부모님이 나 생각해서 해 주는 것들이 정말 죄송하지만 생각보다 내게 큰 영향이 없더라구.
애초에 집안 경제상황이 너무 극악이라 내가 뭘 받을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니
혼자 일하고 집와서 요리하고 자고 고독하고 혼자 사는데 그냥 너무 편하고 애써 집안 분위기 안 띄어도 되고
감정노동 안해도 되고 너무 좋아.
죄송하지만 이게 맞는 것 같아서.. 약간 고민이 되지만 좋다는 거였어..
세상에 내 편이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결국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고
이제 그 누구도 내 편이 안되어도 괜찮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