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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뇌절인가요^_^ 지금 본의 아니게 백수라 자꾸 형광펜 치고 재탕하는 게 일상 (그래도 반가워해줘) 이번 주제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랑을 말하는 순간”! 작가님마다 사랑의 표현 방식이 흥미로워서 모아보게 됐어 ** 물론 사심으로 끼워넣은 것들도 있음 최근에 재탕을 많이 해서 유명작+오래된작+최신작 섞여 있다 ㅎㅎ - 1. 눈이 뜨인다. 새카만 차 안, 지독한 탄내가 났다. 목 아래로는 아무 감각도 없었다. 눈을 깜빡여 맺혀 있던 눈물을 흘려보냈다. 가슴을 맴도는 목소리는 마지막 순간에 얻은 소망에 대한 답이라고 믿었다. 나는 태양계 밖으로 밀려난 행성, 평생 그림자 아래 떠돌 먼지 구덩이, 텔레비전 속의 불행, 수의 삶과 아무 관련 없이 끝날 머나먼 재난이다. “선배.” 그러니 마지막 순간의, 평생 전해질 리 없는 혼잣말 한마디쯤은. “…선배.” 토해 내고 죽어도 되지 않을까. “…….” 사랑해요. 숨을 쉬는 모든 순간마다 사랑했어요. 정말이에요. * - 선배는 완벽한 사람이에요. “…….” - 이 세상 어디에도 선배보다 좋은 사람은 없어요. 순식간에 부푼 눈물은 걷잡을 틈도 없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 선배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원래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일일 거예요. “뭐야, 그게.” - 정말이에요. - 2. “가격이 붙은 작품은 아니에요. 원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으니까요.” 팔찌를 다시 빼내며 여자가 씩 웃었다. 자신이 다루는 예술품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 느껴지는 미소였다. 수는 그녀를 조금 비웃고 싶어졌다. 아무리 희귀하고, 아무리 원하는 이가 많다 해도 무슨 의미가 있지. 세상 어디에도 공의 팔목보다 더 어울리는 자리는 없을 텐데. * “난…. 나는 형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수가 이를 악물며 뇌까렸다. 질문을 숨긴 탄식이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바닥까지 닥닥 긁히고도 모자라 붉은 살을 내보인 마음은 더 이상 수치조차 모르는데. - 3. “나랑 자고 싶어요?” 수가 멍하니 공을 바라보았다. 맞는 대사를 친 건가, 하고 공이 잠시 고민하는 사이 드디어 수의 입이 열렸다. “원하신다면…….” 그가 말을 흐렸다. 수의 목소리도, 눈빛도 떨리는 게 보였다. 이거다. 맞는 대사를 쳤다. 그 쾌감에 공이 웃음을 흘렸다. 이렇게 극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번 게임은 공이 이겼다. 나이트, 실내, 다이닝 룸에서 진행되는 이 신은 그렇게 끝났다. 자연스럽게 다음은 베드 신이다. - 4. 내 뱃속에 나비가 있어.> * 나는 우리의 세계를 버릴 생각이 없다. 우리가 만든, 우리가 즐거운, 우리가 구축한 미치광이의 세계를 벗어날 생각이 없다. 혼란스러웠던 때도 있었고 두려웠던 때도 있었지만, 네 마음에 내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는 아니었다. 지금의 나는 기꺼이 다리를 자르고 팔을 잘라서라도 우리의 세상에 남을 생각뿐이다. 평범하기 위해 내 뱃속의 나비를 죽이고 가슴이 찢기느니, 네가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 없도록 내가 도망칠 수 있는 모든 걸 내어 주고 몸통만 남아 너와 함께 진창을 구르는 걸 선택할 것이다. 그래서 네가 안심할 수 있다면, 그래야 네가 온전한 공으로 웃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리 할 것이다. - 5. 하루 종일 면접보고 앉아있느라 기운이 없긴 했었지만 첫인상이 그랬다는 건 몰랐다. 무서웠다면 아마 공은 첫눈에 반한 게 아니라 함께 일하면서 서서히 빠져든 것일 테다. 그렇다면 날 볼 때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주변의 모든 것이 희미해지는 그런 경험을 해봤을까. 내가 널 볼 때처럼. 수는 궁금했다. 공은 반한 다음부터는요, 하고 중요한 말을 할 것처럼 목소리를 낮춘다. “이름만 속삭여도 세상이 떨렸는걸요.” 크으, 표현 죽인다. 혼자 말하고 뿌듯해하는 표정을 짓는 공. “그거 무슨 뮤지컬 대사잖아.” - 6. 이건 게임이 아니지만, 자신은 이미 졌다. 시소에 서로의 머리를 올려 둔다면 자신의 쪽이 기울고 말 거다. 무거우니까. 분해. * 오피스텔로 향하면서 공은 무게에 대해 생각했다. 시소에 타고 있는 것이 절실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빨리 자신도 하늘 위로 시원하게 오르고 싶은데, 상대는 땅을 디디는 법을 모르는 것 같다. 무작정 발을 굴러 몸을 띄웠다가는 상대가 시소에서 떠나갈까 봐 나는 이곳도 괜찮아, 라고 말하는 것이다. * 이대로 가다가는 진창에 빠진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 이것이 책임에 대한 대가일지도 모른다. 시소에 먼저 올라타게 된 책임. - 7. ―전 진심이에요. 10년? 10년이나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요원을 어디다 써먹죠? 한직으로만 돌 각오를 해야 할걸요. 아마 1년차보다 못한 보직이나 전전하다가 꼬투리만 잡히면 바로 잘리겠죠. 아마 결백을 증명할 필요도 없게 될 거예요. 당신은 장기 위장 수사를 할 정도로 야심찬 남자인데, 괜찮겠어요? —이건 최소 10년짜리라는 데 돈세탁업자로서의 내 경력을 전부 걸죠. *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수, 네가 지금 누구 편을 들고 있는 건지 알아? (공 지칭어, 삭제) 완벽한 개/새/끼란 말이야! 무기 밀거래, 매춘, 암살, 조직 폭력, 살인―끝도 없어! ―알아요. 나도 개/새/끼라고 쳐요. 수는 이를 악물었다가 말했다. ―아니, 개/새/끼겠죠. 하지만 어쨌거나 난 공이 위험에 빠지는 걸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요. - 8. 아. “…예뻐요.” 살아 있길 잘했다. 수는 자신의 은인에게 고마움을 담아 정중하게 입맞춤을 올렸다. 공이 그런 수를 붙잡고 허겁지겁 혀를 밀어 넣었다. 매달리는 혀끝이, 어루만져 오는 손끝이 자꾸만 떨려서 수는 몇 번이고 공을 토닥여 주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공은 처음으로 두려움을 깨닫고 있었다. 수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자신이, 그런 자신을 밀어내지 않을 수가 두려웠다. 너를 잃게 될까 봐 무서웠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생각보다 비참하고 두려운 일이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 자체가 마냥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는 자, 비참함과 두려움에 눈물 흘릴지라도 사랑에 구원받을 지어니.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한다. - 9. “……찢어진 필름으로 태어났으면 좋았을걸.” 내가 중얼거렸다. 공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 되었다. “왜?” 나는 공의 옆얼굴을 보았다. 단호한 턱. 매끈한 콧날. 흉이 나 있지 않은 왼뺨. 공이 배우라면 좋겠다. 안방 텔레비전을 통해서든 극장 영사막을 통해서든 공의 눈을, 코를, 입술을 바라보고 싶다. 원 없이, 하염없이, 부담 없이. 나는 웃었다. “왜겠어요?” 당신이 날 봉합할 테니까. 당신이 나를 영사할 테니까. 당신이 나를 사랑할 테니까. - 10. 나는 눈가를 손등으로 비볐다. 큰 산을 하나 넘은 기분이다. 급작스레 피곤이 몰려왔다. 엘리베이터가 일 층에 도착했다. 거의 뛰다시피 아파트 정문으로 향했다. 공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저 멀리 우뚝 서 있는 흰 얼굴을 발견한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공이 내 쪽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환하게 웃으며. 우리는 함께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제부터 나는 어제와는 다른 삶을 살 것이다. 나중에 이 결정을 후회할 날이 올까.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불행이 닥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게 변할지라도, 심지어 무너질지라도, 날 사랑하는 너만 변하지 않는다면 괜찮을 것 같다. 어쨌든 살아갈 것이다. 어떻게든 사랑하며. - 11. “공아. 우리 많이 친해졌다.” 너를 알았던 10년보다 지금 더 많이 전진했어. “얼마 전까지는 잘 알지도 못 했는데.” 10년간 나는 너를 몰랐어. 너를 잘 몰랐어.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손을 흔들었다. “가 봐. 안녕.” 천천히 닫히던 문이 다시 열렸다. 공이 나를 불렀다. “OOO. (수 이름)“ 공이 말했다. “나는 너 알았어. 전에도 너 알았어.” * 나는 공을 알고 공의 세계에 스며들어 공을 위로해 주고 싶었으나 정작 위로를 받은 것은 본인이다. 공이야말로 나를 알고 나의 세계에 들어와 나를 보듬어 준다. 공. 계속해서 입에 담는 이름. 무심결에 돌린 시야에 공이 들어온다. 그게 왜 이리 기쁜 걸까. 공아. 넌 언제부터 내게 기쁨이 되었어? * 12. “왜 이렇게 짜! 이걸 왜 먹어!” “생일 선물이라며?” “너 바보냐? 생일 선물로 독을 주면 먹을 거야?” 공은 울컥했다. “씨/발, 어쩌라고! 네가 독을 주면 이유가 있겠지!” “뭐래, 이 사랑꾼, 진짜!” “넌 왜 이런 짓을 하는데, 이 새/끼야!“ 공이 수를 와락 끌어안았다. “생일 같은 게 뭐가 대단해서!” - 퀴즈 답 아니라도 궁금한 작품 있으면 정답 공개 후 삐삐 칠테니 댓 달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