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쓰면서 들었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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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너 이름이 뭐냐?”
“닝.”
“아 그러냐? 난 후타쿠치 켄지. 잘 부탁한다.”
너와의 첫 만남은 썩 좋지 않았다. 아버지 사업이 휘청거리며 어쩔 수 없이 시골로 전학을 와야 했던 터라 어린 마음에 모든 걸 좋지 않게 봐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네 모습은 바른 학생의 이미지는 아니었다.
날씨가 풀리고 있는 봄이라 조끼는 없었고 흐트러진 넥타이, 윗단추를 푼 셔츠를 입은 네가 의자를 건들거리며 말을 툭 내뱉자 그 모습이 참 불량스럽게 느껴졌다.
아버지가 다시 자리를 잡으면 도시로 올라갈 예정이었기에 우리의 대화는 거기서 끝이 났다. 사교성이 좋지 않은 탓도 있었고 이곳의 애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쩌면 나는 그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골 애들과 나는 다르다고. 촌구석에 있고 싶진 않다고.
그렇게 친구 없이 반에 동떨어진 상태로 몇 개월을 보냈을까, 한여름이 고개를 내밀어 인사를 할 때쯤이었다. 몸이 썩 좋지 않아 체육 시간엔 항상 벤치에 앉아 더위를 식혔는데 오늘은 선생님이 자유 시간을 줘서 그런지 얌전히 체육을 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모래바람을 일으키면서 축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렇게 뛰어다니면 안 힘든가.’
남자애들 중심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네가 보였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미소를 얼굴에 걸고 피부가 햇빛에 익어 붉어져도 옷을 펄럭일 뿐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
나는 자연스럽게 내 팔로 시선을 내렸다. 남자치고 얇은 팔과 새하얀 피부가 멋없어 보였다. 햇빛에도 약하고 심장 자체가 좋지 않으니 운동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만 그래도 이럴 땐 저렇게 뛰어다니는 게 부럽기만 했다.
‘운동을 할까....’
저번에도 같은 다짐을 하고 채 3일도 안 가긴 했는데.
“야! 피해!”
우울한 마음에 팔을 만지고 있던 순간, 누군가 기겁을 하며 소리치는 게 들렸다. 반사 신경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운이 좋지 않았던 건 하필이면 날아오던 게 운동 좀 한다는 애가 찬 축구공이었다는 거다.
“윽....”
어설프게 피한 바람에 머리에 정통으로 맞아 이명이 들렸다. 소리가 먹먹해지고 뇌를 잡고 흔드는 것 같은 느낌에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시‘발. 존’나 아파.
“야 괜찮냐? 아오....”
“...흔들지 마.”
“아 미안.”
후타쿠치인가? 하긴 제일 가까이에 있기도 했고 오지랖 넓은 성격이니 그럴 만 했다. 그는 내가 주저앉아 일어날 생각을 안 하자 불안했는지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그런 행동에 더 머리가 울려 손을 뿌리치자 조심스레 팔을 놓는 게 느껴졌다.
“야 후타쿠치 네 책임이니까 네가 데려다 주고 와라.”
“그러게 누가 한 눈 팔고 그러냐. 지면 아이스크림 알지?”
“지‘랄. 야 -. 점수 따 놔라.”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주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아픈 걸 참고 일어나 자리를 피하려는데 그것도 잠시였다. 휘청거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자 후타쿠치는 그러다 정말 게임에서 질까봐 걱정됐는지 내 팔을 붙잡아 목에 둘렀다.
“야 일단 보건실 가자.”
‘찝찝해.’
그가 흘린 땀이 팔에 닿자 끈적끈적한 느낌에 인상을 찌푸리며 힘을 주자 후타쿠치는 고개를 돌렸다. 가까운 거리라 표정 관리를 할 시간도 없이 대놓고 싫다는 티를 내자 슬그머니 팔을 빼곤 손으로 땀을 훑었다.
손도 열이 올라서 그게 더 기분이 나빴지만 말이다.
“흠, 팔 좀 모아봐.”
“뭐?”
“아 빨리.”
후타쿠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재빠르게 속삭였다. 이 상황에 팔을 모으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 어이없이 되묻자 재촉하는 놈이었다. 반쯤 의문스러운 기분으로 일단은 팔을 앞으로 모았다.
“뭐 하, 야...! 너 미쳤어?”
“아 나 지면 안 된다고.”
그러자 순식간에 다리 밑에 팔을 넣은 그는 등을 받치며 나를 가뿐히 들어올렸다. 운동량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키 차이가 그렇게 나지 않는데 손쉽게 들어올리니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쪽팔렸다.
“안 내려?”
“어차피 보는 사람 없다~”
“죽고 싶어?”
그의 말대로 반 애들은 다시 축구에 집중하고 있었고 거의 들어온 상태라 보는 사람도 없는 건 맞는데.
‘하 씨.’
자존심의 문제는 다른 거였다.
짜증나는 마음에 슬쩍 후타쿠치의 옷깃을 배려 없이 잡고 한숨을 푹 쉬었다. 결국 이 상태로 보건실까지 온 건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보건 교사는 부재중이었다.
“너 이제 가라. 쌤 오면 알아서 할 테니까.”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말하자 후타쿠치는 보건실을 나가려다 몸을 돌렸다.
“...?”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빤히 쳐다보는 모습에 고개를 기울이자 다가와 맞은 편 의자에 털썩 앉고는 다리 하나를 껄렁하게 무릎에 올렸다.
“뭐.”
“너.”
왜 안 가고 있지. 후타쿠치는 고민하는 듯 턱을 매만지다가 결심했는지 이어지는 정적이 힘들어질 때 입을 열었다.
“나 싫어하냐?”
무슨 말을 할지는 몰랐지만 싫어하냐는 말을 대놓고 꺼내니 왠지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아 입을 다물고 쳐다보자 말을 잇는 그였다.
“아니, 솔직히 그렇지 않냐? 대놓고 싫어하는 티를 내니까. 내가 뭔 잘못이라도 했나 싶어서.”
그런 건 아니지만 이렇게 물어보니 난감했다. 속으로 생각하는 거랑 당사자 앞에 두고 말하는 건 차이가 있으니까.
“안 싫어하는데.”
결국 얼버무리는 게 답이었다.
“싫어하는 거 아니면 됐다.”
후타쿠치는 애매한 대답을 본인도 느꼈는지 머리를 털더니 일어나 보건실에 배치된 냉장고를 열어 얼음을 꺼냈다.
“그럼 앞으로 인사해도 되냐?”
얼음주머니를 만드는 건지 비닐에 얼음을 넣고 거즈를 두르곤 내게 내미는 그였다.
“그러니까,”
“....”
“친해지자고.”
나는 아무 말 없이 그가 건넨 얼음주머니를 받았다. 차가워. 이미 지끈거리는 두통은 가라앉았지만 얼음주머니를 슬쩍 머리에 댔다. 살짝 따끔하는 느낌과 함께 시원한 냉기가 머리에 전해졌다.
“....”
후타쿠치는 대답을 기다리듯 기둥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렇게 현실감이 없지. 머리를 맞아서 그런가, 운동장에서 들리는 소음이 차단된 것 같다. 유독 보건실이 조용하고 따뜻한 공기를 품고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저 갈색 눈동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러던가.”
변덕. 그를 큰 이유 없이 싫어했다는 걸 들켰다는 마음과 오늘 보니 영 성격이 안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제야 좀 사람 같네.”
후타쿠치는 희미하게 미소가 어린 것을 발견하곤 씩 웃었다. 전학을 왔을 때부터 새하얗고 말수도 없는 게 영 살아 있는 사람 같지가 않아 신경이 쓰였는데 지금 보아하니 그런 모습도 꽤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사실은 마음에 들었다. 여타 애들과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모습에 호기심을 느꼈으니.
‘축구공은.... 말하지 말자.’
그를 보다 실수로 맞췄다는 사실은 품고 가기로 후타쿠치는 생각했다.
*
말은 그렇게 하긴 했지만 후타쿠치와 큰 관계 변화는 없었다. 그는 여전히 시끄러운 아이들의 중심에 있었고 나는 조용히 머리수를 채우는 애들 중 하나였다.
그래도 바뀐 건,
“또 쉬고 있냐?”
“방해 말고 가라.”
조금은 이야기를 하게 됐다는 것과,
“야! 아 좀만 기다리라고! 진짜 애가 정이 없냐?”
“빨리 안 오면 간다.”
하교를 같이 하게 됐다는 것.
뒷문에 기대어 빗자루로 대충 바닥을 쓸며 부산히 움직이던 후타쿠치는 다 끝냈는지 가방을 어깨에 들쳐 매고 내게 팔을 둘렀다.
“가자~ 형아 끝남.”
“형은 무슨.”
어깨에 둘러진 팔을 탁 치자 눈치껏 내려가는 팔이었다.
“너 근데 나랑 다니는 게 재밌어?”
나와 같이 하교를 하면서 같이 다니던 친구와 다니지 못해 불편할까 내내 고민하던 말을 꺼냈다. 지금 아니면 늦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죽도록 싫으니까. 멋쩍게 목덜미를 쓸며 노을이 져도 여전히 후끈후끈한 기온에 괜히 단추를 만지작 거렸다.
“너? 재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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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게...가 보고 싶었는데 이게 맞나. 썸타는 걸 써야 하는데 냅다 처음부터 써버렸네. 갑자기 힘들어졌으니까 그냥 올려야겠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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