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뭔가 기분이 좋은데? 발걸음을 둥둥 띄우며 학교 내를 거닐고 있던 당신. 밝은 해를 바라보며 길을 걷다 누군가와 부딪힙니다.
“죄송합…”
“…닝.”
당신이 부딪힌 그 사람은 바로 후타쿠치. 당신은 어젯밤 일이 생각나 표정을 굳힙니다.
“좋아해. 장난 같은 거 아니야. 너 처음봤을때부터 좋아했어. 늘 농담처럼 시집 오라고 했던 말도 반쯤은 진심이었고 길 가다가 예쁜 목걸이라도 보이면 너 주고 싶은데 명분이 없어서 누나 핑계된거야.“
“후타쿠치.“
“좋아해, 닝아.”
덜덜 떨면서 추운 겨울에 당신을 기다려 코와 귀가 빨개진 채로 당신에게 서툰 마음을 전하던 그가 떠오릅니다.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그를 바라보자 그가 뒷덜미를 매만지며 말합니다.
“…재촉할 생각은 없어.”
“오늘 저녁까지만 시간을 줘.”
당신을 한번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인 그가 늘 보이던 장난스러운 웃음을 보이며 당신을 스쳐지나갑니다. 앞 좀 잘 보고 다니라는 말과 함께.
한숨 돌렸다고 생각하며 몸을 돌린 그때 당신과 후타쿠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오이카와가 눈에 보입니다.
“닝.”
당신은 그의 부름을 애써 못들은 척 하며 그를 지나쳐 갑니다. 당신은 그가 불편합니다. 바로 여자문제로 헤어진 전남친이기 때문이죠. 속으로 그냥 보내달라고 외치던 기도가 애석하게 그는 당신의 손목을 붙잡습니다. 결국 마주한 당신과 그.
“…내가 미안해. 널 더 살폈어야 했는데. 내 잘못이야.”
“그래서 이미 지난일인데 뭐 어쩌라고.”
“다시 시작하자. 아직도 많이 좋아해.”
“너 그거 나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냥 그때 추억이 생각나서 그리울 뿐인거야. 후회할 행동 하지마.”
“내가 그리움과 사랑을 헷갈릴정도로 바보는 아니야, 닝. 너만 보면 어찌할 줄을 모르겠고 뭘 하던 다 너가 생각나고 다른 남자랑 있는 걸 보면 속이 들끓어. 이게 그리움이야?”
그의 말에 당신이 할말을 잃습니다.
“…기다릴게. 연락줘.”
어쩜 저렇게 막무가내일까요. 그는 당신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어 놓은채 당신을 놓아줍니다. 눈물을 애써 삼키고 당신은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로 들어섭니다.
하루가 길다는 생각이 들던 그때 축 늘어져 있던 당신에게 누군가 커피를 건냄과 함께 옆자리에 착석합니다.
“스가와라 선배!!”
당신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반기자 그도 미소를 지으며 안녕, 닝아 하고 당신을 반깁니다. 그가 준 커피를 쫍쫍 마시며 아까의 일들을 애써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던 당신을 스가와라가 부릅니다.
“닝아. 오늘따라 안색이 안좋네.”
“그냥 좀 곤란한 일들이 있어서요… 왜 부르셨어요?”
“…큰일났네. 나도 곤란하게 만들건데.”
…예? 당신이 당황해 고개를 돌리자 평소보다 조금 붉은 것 같은 그의 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얼굴은 평소와 같이 장난스러우면서 다정한 미소를 띄고 있지만요.
“저번에 술자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한 거 기억나? 그거 알려줄게.”
“아…”
“진심으로 알고싶다면 오늘 저녁에 연락줄래? 언제든 달려갈게.”
그 말을 마지막으로 교수님이 들어옵니다. 그럼에도 그는 당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습니다. 당신의 심장이 일렁이는 것 같습니다. 마치 그 눈이 상대가 자신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듣는 둥 마는 둥 한 수업이 끝나고 그와 헤어진 당신. 방에서 하루종일 뒹굴뒹굴 거리자 저녁이 벌써 찾아오고야 말았습니다. 휴대폰을 든채 한숨만 내쉬는 당신의 한숨 소리 너머로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누구일까요.
“누구… 스나?”
“응. 오랜만이네.”
“여긴 왜, 술마셨어?”
“조금.”
예상 외에 인물인 스나 린타로가 서 있습니다. 다시는 당신을 안 볼 줄 알았는데 말이죠. 은은하게 겹쳐오는 술 냄새와 향수 냄새에 당신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봅니다.
일주일 전쯤, 그는 당신에게 고백을 했었고 여자 소문이 좋지 않은 그의 탓에 당신은 그가 당연히 진심이 아닐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매몰차게 자신을 갖고 놀지 말라고 말을 전한 당신. 나 하나쯤은 어장에서 사라져도 별 신경 안쓸 줄 알았는데 의외입니다.
“미안. 이렇게 늦은 시간에 술까지 먹고 찾아왔네.”
“왜, 왜 왔는데?”
당신의 질문에 말없이 눈을 느리게 끔뻑이며 당신을 바라보던 스나는 갑자기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놀란 당신이 눈을 질끈 감자, 그의 얼굴이 착지한 곳은 당신의 목덜미. 당신의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은 그는 뭐라고 웅얼거리기 시작합니다.
“나는… 진심이었어. 그냥 입만 부비고 몸만 섞던 다른 여자들이랑 넌 달라. 가벼운 마음에 한 고백이 아니야.”
“……”
“알고 있어. 내가 믿음이 안간다는 것 쯤은. …너가 내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 내 마음을 고이 꺼내서 보여줄게, 닝아. 다른 여자들은 이미 널 만나고 정리한지 오래야.”
“스나, 일단 떨…”
“린타로라고 불러줘. 좋아해.“
그의 더운 숨이 당신의 목덜미에 닿습니다.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떨고있는 몸이 진심이라는 걸 당신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제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평소 누구보다 당신을 잘 챙겨주었던 후타쿠치. 함께할 때 그 누구보다 행복했던 오이카와. 늘 다정하고 성격이 좋아 만인의 짝사랑인 스가와라. 당신에게만은 진심을 토하는 스나. 당신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