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출발해 보자.” “…….” 지친 듯 눈을 감고 있던 태은이 번쩍 눈꺼풀을 올렸다. “출발…?” “기능 조작 끝났으니까 주행 들어가야지.” “…….” 멍한 얼굴로 다른 표정이 덧씌워졌다. 귀신이라도 본 양, 안 그래도 허연 낯이 더욱 희게 질려 옆으로 기울었다. “내가… 출발…?” “가볍게 주차장 한 바퀴 돌아 보자. 주행 전에 확인할 것 세 가지, 시작.” “사…이드 브레이크, 기어 변속, 깜빡이….” “이야, 천재가 따로 없네.” “내가… 천재….” “어, 이 천재. 얼른 출발.” “내가… 출발….” 귀신에 홀린 것처럼 중얼거리며, 태은은 일단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렸다. 이어 진헌에게 배운 대로 기어를 드라이브로 바꾸었다. 승차감이 묘하게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침을 꿀꺽 삼킨 그는 좌측 깜빡이를 점등했다. 똑딱똑딱 울리는 소리가 출발을 재촉했다. 태은은 섣불리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조수석을 향해 머리를 휙 틀었다. 난관을 맞닥뜨린 아이가 부모를 찾는 모양새와 비슷했다. 태은은 숨이 가득 찬 흉부를 들썩이며 고통을 토로했다. “야, 나… 심장 터질 것 같애.” “심장은 쉽게 터지지 않아.” 저온화상 외전: Antifreeze | 꼿발 저 30분 운전하고 아빠 나 토할거 같애... 하던 내가 생각나면서 동지애 생김 하 애튼아 운전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