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우리는 키를 재보곤 했었잖아. 나란히 걸으면 너보다 좀 더 큰 내 키에, 너를 보면 내 눈 밑엔 항상 네 정수리가 보였다. 다른 애들이 퉁퉁이와 비실이 라던지 온갖 별명을 붙이며 우릴 놀렸을때도 뭐가 좋다고 둘만 있으면 웃고 다녔다. 너희 부모님은 내가 저녁까지 놀고 가는데도 귀찮은 티 안 내시고 저녁까지 먹여주시고 날 보내셨다. 그때 너가 멸치라는 별명 싫어해서 멸치 볶음 나오면 질색하면서 내 밥에 반찬을 더 주고 그러면 나는 네 집에서 나온 반찬인데도 생색인 양 소세지 반찬을 네게 주고. 다른 또래 애들은 놀이터를 좋아했지만 우리는 영 흥미를 못 찾았잖아. 그래서 어느 한 명의 집이 비면 집에 가서 둘이 있어도 각자의 놀이를 했지. 내가 책을 읽고 있으면 너는 내 장난감을 찾아 놀다가 같이 놀아달라고 장난을 친다던가. 그런 일상이 반복됐었는데. 이 기억은 어른이 된 지금도 내가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절 중 하나야. 어느새 너는 나보다 한참 키가 커져서 이제야 내 정수리가 보인다며 웃었고 난 그런 네가 서러워서 그렇게 놀리면 한편이 시큰해져서 울어버렸다. 그래, 지금은 그런 날도 그리워진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리워지는 날이 너무 많아진다. 내 곁에 네가 있던.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하루들이. 너무 그리워지는 나날이다. 안부 문자를 썼다가 지우길 수만번 했던 것 같아. 요즘 어떻게 지내. 제일 어려운 말이야. 네 키는 여전히 그대로니. 이렇게 말하면 네가 무슨 뜻인지 알고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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