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은 엄청나게 길고 야구는 경기 시간이 길고 신체 부위에 걸리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페넌트레이스 경기를 전부 최정예 주전으로만 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주전이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장기이탈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체력안배를 위해 틈틈이 백업을 출장시켜야 한다. 팀의 뎁스가 얇아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매우 크다면, 바로 이런 지점에서 승률을 까먹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백업이 너무 못하니까 주전만 계속 굴리면? 주전의 체력이 바닥나서 어차피 성적은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약팀들이 시즌 초반에 과하게 무리하는 것도 역시 내팀내에 한몫 한다. 강팀들은 구태여 약팀들이 이를 악물고 달려드는 시즌 초반에 무리를 하지 않는다. 어차피 시즌은 길고, 초반에는 가진 서브만 안정적으로 운용해도 충분한 승률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강팀은 애초에 강팀이다보니 많은 유망주와 신인들이 몰리게 마련이며 시즌 초반에는 검증된 로스터들은 놔두고 이들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시즌 중반 쯤부터 '옥석 가리기'가 끝나면 본격적인 '승점 사냥'에 나서는 것이다. 올해도 약팀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초반부터 선수들, 특히 투수를 갈아넣기 마련이고 강팀들이 전력을 다하지 않는 동안 의외로 적은 실점을 바탕으로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렇게 쥐어짠 성적은 미래의 성적을 제물로 바쳐서 올린 것이기 마련이고, 결국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은 내팀내일 뿐이다. 해석은 이렇게 해도 결국 이 역시 팀의 뎁스가 얇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말이다. 팀에 잘하는 선수가 충분하지 못하니 이기고 있거나 접전일 때 쓰는 선수만 계속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