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하얀 방에 유일하게 눈에 띄는 표지판에 적혀있는 문구를 보며 화 내는 닝. 또 보쿠토 선배나 코노하 선배가 장난치는 게 분명하다며 날뛰는 닝을 가만히 바라보던 아카아시가 손으로 닝의 눈을 가렸어. 눈꺼풀 위를 덮은 차가운 손바닥의 감촉에 드디어 닝이 화내는 걸 멈추겠지. "...아카아시 뭐 해?" "맹견을 진정시킬 때 눈을 가리면 된다는 말을 본 적이 있거든. 통하는 것 같네." "이런~ +(#@ 내가 개야? 싸울래?" "하하." "웃으면 다 넘어갈 줄 알아, 아주…" 그래도 확실히 진정되는 것 같기도 하고. 분하지만 인정한 닝이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어. "뭐어~ 어차피 기다리면 알아서 열어주겠지. 맨날 선배들 원하는 대로 다 해줄 줄 알아?" "쌓인 게 엄청 많구나." "당연하지! 한 입만 먹겠다고 말하고 홀랑 내 오뎅 꼬치 다 먹은 보쿠토 선배! 한 입이 맞긴 했지만! 신발끈 풀렸다고 거짓말 하고 인사 잘~ 받았다 하고 가는 코노하 선배!" "선배들이 나빴네." 옆에 자기랑 똑같이 앉아서 닝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서 쓸어내리며 달래는 아카아시에 입가가 흐물흐물하게 풀리겠지. "머리카락이 많이 길었네." "그렇지? 자를까." "아냐, 예쁘다." "흐흥, 아카아시가 그렇다면 더 기를게." "영광이야." 사실 표지판에 적혀있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닝은 아카아시랑 더 있고 싶어서 괜히 시시콜콜한 얘기를 계속 꺼내겠지. 아카아시는 질리지도 않는지 닝이 조잘대는 이야기를 웃으며 들을 거야. "아~ 그냥 여기서 아카아시랑 평생 살까?" "그건 안 돼." 제법 단호하게 바로 나오는 대답에 닝이 입술을 삐죽거리자 아카아시가 웃으면서 닝의 입술을 톡톡 두드렸어. "대답이 엄청 빠르네? 나랑 여기 있는 게 마음에 안 드나 봅니다?" "그럴 리가 있겠어? 너랑 있는 게 안 좋을 리가 없잖아." "그런데 왜 거절해, 섭섭하게…" "나도 더 같이 있고 싶은데 선배들이 다 닝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우리는 나중에 또 보면 되지." 살살 달래는 아카아시에 결국 입 댓발 내밀고 아카아시한테 기대있던 닝이 일어나서 표지판을 쳐다봤어. 적혀있는 문구는 아까랑 똑같았어. '진실을 한 가지 말해야 나갈 수 있는 방 ' "간단한 것도 상관 없나?" "거짓말만 아니면 괜찮지 않을까." "뭐, 좋아! 후딱 끝내고 나가서 선배들 등짝이나 때려줘야지." 잠깐 고민하던 닝이 허공에 외쳤어. "닝은 나가서 아카아시 케이지랑 놀러가고 싶다~" 달칵, 문 너머에서 자물쇠가 풀리는 듯한 소리가 들릴 거야. 닝이 시험 삼아 문고리를 돌려봤는데 여전히 열리지는 않았어. 아마 아카아시도 말해야 나갈 수 있는 거겠지. 생각한 닝이 뒤에 서있던 아카아시를 쳐다봤어. 아카아시는 여전히 부드럽게 웃고 있었어. 오늘따라 그 웃음이 뭔가 간지러워서 괜히 볼을 긁적이던 닝이 얼른 하고 같이 나가자고 아카아시를 재촉하겠지. 제법 긴 시간 입을 다물고 있던 아카아시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닝의 예상과는 좀 달랐어. "아카아시 케이지는 여전히 닝을 사랑한다." "...어?" 너 방금 뭐라고, "닝아."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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