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주의 (종교 잘 모름 / 알파오메가) 그는 신실한데다가 평소에 강박에 가까운 결벽증까지 있었다. 사제복은 그런 그의 성미를 보여주듯 단정하고 흐트러짐이 없었으며, 평소에도 완벽에 가까운 금욕을 실천하는 남자였다. 그는 태어나길, 신의 아이들과 함께 인도되었다고 하였으나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은 그저 자선단체에 버려진 고아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이다. 특별하지도, 신성하지도 않은 탄생이었다. 아니, 오히려 불결할지도 모른다. 그의 이름은 사쿠사 키요오미, 자선단체에서 그를 데려온 미카엘 신부는 이제 막 두 살이 된 사쿠사의 출신지가 집창촌임을 알았다. 눈이 내리던 한겨울, 새까만 머리칼과 눈동자가 미카엘의 흰 손과 대비되어 한층 더 어둡게 보였다. 그를 품에 안고나서야, 어둠이 아닌 따뜻한 빛이었음을 깨달았다. 사쿠사는 자라나면서 강단있고 고집이 있는 사내가 되었다. 물론 그런 속내를 신자들 앞에서 가벼이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말보다는 침묵이 잦았고 부드러운 미소보다는 딱딱한 언사가 익숙한 사제였다. 사쿠사에게는 두 가지의 신념이 있었다. 신 앞에서는 거짓을 고하지 않을 것. 어떠한 세속된 욕망도 가지지 않을 것. 그러나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위해 그를 찾으면 사쿠사는 늘 겉과 속을 달리했다. 눈물을 흘리는 신도 옆에서 함께 용서를 구하고 구원을 기도했지만, 실상은 모두가 천벌을 받길 바랐다. 사쿠사가 거짓되지 않는 존재는 오직 신이었으므로, 사람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의 고해성사는 언제나 면벌부 없이 끝났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사쿠사는 감흥없이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신의 자비를 굳게 믿으며 그동안 지은 죄를 사실대로 고백하십시오." 말을 마친 사쿠사는 칸막이 아래로 흰 손이 멍들어 있는 걸 보며 이번에는 참회 후 무조건 세 번이상 손을 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신부님." "..." 신께 죄를 고하는 자리에서 기도를 하지 않는 여자. 그녀는 묘하게 자신을 비웃는 듯 했다. "저는 사실 신을 믿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에게 자비를 베풀실겁니다. 은총으로 속죄하심에 있어서 제가 돕겠습니다." "신부님, 저는," 그녀가 손을 내밀어 사쿠사의 손등을 천천히 쓸었다. "아주 배덕합니다." 신부님께서 무엇을 상상하셔도, 그에 미치지 못할겁니다. 사쿠사는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미묘하게 달달한 향기가 났다. 그는 아주 잠시 신을 원망했다. 어째서 그녀와 만나게 하셨습니까? 하필이면 복종에 취약한 저를. ... 닝과의 첫만남은 그때부터 온통 거짓뿐이었다. 여전히 그때의 역겨움이 가슴 깊이 남아서 사쿠사는 그녀를 떠올릴 때면 자연스레 인상을 찌푸렸다. 그동안 닝을 만난지 여섯달이 지났고, 사쿠사가 고해성사를 시작한지도 여섯달쯤 되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여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닝은 매일같이 그를 찾아와 불필요한 고해성사를 가졌고, 사쿠사가 식은땀을 흘리면 적당히 닦아주는 시늉을 했다. 그녀가 돌아가고나면 사쿠사는 홀로 남아 새벽이 다 되도록 몸을 씻었다. 향이 베었을까봐, 이상한 두려움과 낯선 감각에 그는 한층 더 날이 섰다.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신께 죄를 고합니다. 진심으로 뉘우치나이다." 사쿠사가 성호를 그었다. "어째서 저와 그녀와 만나게 하셨습니까?" 그의 고해성사에 담긴 처참한 기도, 그 뿐이었다. 신이시여. 나는 배덕합니다. 그녀는, 당신보다 절대적인 사람이 되어서 저는 무릎을 꿇고 발 끝에 입을 맞추며, 신처럼 내려다보는 그 여자에게 매일밤 불경한 말을 듣습니다. '본능에 충실하네. 신께서 실망하시겠어.' '....' 목에 걸린 십자가를 목줄처럼 끌어당겨 나의 신을 비난하고 당신만을 위하여 복종하던 내게 더러운 욕망을 속삭입니다. 이제야 부여받은 이름을 걸고서 속죄합니다. '사쿠사, 대답해.' '윽.' '이따위 어울리지 않는 옷은 벗는 게 좋지 않아?' 당신을 모욕하는 말보다도 그녀의 입술이 먼저 보이고 매일 밤 몸과 마음이 타락하고 있습니다. 나는 더이상 당신에게 순결을 바칠 수 없고 맹목적인 사랑을 읊조릴 수 없게 되었는데.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불결하고 아름다운 사람은, 나를 곤혹스럽게 합니다. '아무도 이런 널 좋아해주지 않을거야.' '....왜,' '가여운만큼 더러워서. 너는 어차피 구원받지 못할테니까.' 그녀가 희고 멍든 두 손을 쓸 때는 신실한 기도가 아니라 오로지 나를 만지고 눈을 가릴 때 뿐입니다. '...신께 구원받지 못하면,' '응.' '다시 나는, 혼자가 됩니까..?' 신이시여, 이게 시련이라면 나는 기꺼이 절망합니다. '그럴 리 없잖아.' '...' '나와 함께 지옥에 가야지.' 이겨낼 수 없는 시련에 무너지고 당신의 품을 떠납니다. 오늘처럼 깊은 밤, 달이 뜨는 날에는 언제나 기도하겠습니다. 이토록 달뜬 숨을 쉬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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